[칼럼 반려동물보험②] 수가제·공시제 `모래성 쌓기`

등록 : 2018.03.14 18:03:39   수정 : 2018.03.23 13:05:18 stard

기고문을 부탁한 편집부로부터 ‘표준수가제(이하 수가제) 등의 공론화 과정에서 보험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며 일부 임상수의사 분들은 보험에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용어정리부터 해야겠다. 일부에서는 ‘공시제’와 유사한 내용을 두고 ‘자율형 표준수가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수가제’라는 용어가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으므로, 단어만 보지 말고 용어의 정의를 잘 살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규제하는 것을 ‘수가제’ 혹은 ‘표준수가제’, 병원마다 진료비를 사전에 안내하는 것을 ‘공시제‘라 정의하고 설명하겠다.)

‘보험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보험업계 차원에서 수가제를 공식적으로 주장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과도한 동물병원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험의 활성화’가 언급되고, 이를 위한 선행조건으로 ‘수가제’와 ‘동물등록제’가 만병통치약인 듯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필자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만약 위의 논리가 맞다면 현재 반려동물보험이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에서 ‘수가제’와 ‘동물등록제’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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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의견으로 정부가 동물병원 진료비 가격을 일괄 지정하는 수가제는 실시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독일, 오스트리아 정도가 수가제와 공시제의 혼합형태를 시행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공정거래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네덜란드 등 여러 회원국의 수가제도를 폐지시켰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다를 바가 없다. 동물병원이 입주한 지역의 임대료와 물가수준, 고객의 생활수준과 요구수준, 병원마다 보유한 장비와 수의사의 실력, 진료행위 등이 각기 다를 것이기에 통일된 수가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설령 수가제를 전격 시행한다고 해도 수가가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불만을 가진 쪽이 있을 것이니 매번 수가를 변경할 때마다 큰 사회적 홍역을 치를 것은 자명하다.

사람병원의 수가제를 비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1963년 의료보험법이 처음 제정되고 이후 개정과 통합을 거쳐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며, 현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시대에 수가제가 시행된 것이므로, 오늘날 동물의료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안 중에서는 ‘공시제’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

여기서 ‘공시제’란 보호자(소비자)가 동물병원 방문 전에 검색이나 문의를 통해 개략적인 진료비를 확인하고 동물병원간 비교할 수 제도를 말하는데, 공시의 범위와 방법은 너무 다양해서 어떤 식으로 공시제를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은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공시제 도입을 보호자와 동물병원간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한 영역으로 보는 이유는 여러 보호자들을 상대로 인터뷰와 공청회를 해 본 결과, 보호자들의 불만의 원인이 단순히 동물의료비가 비싸서가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 앞서 수의계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질병코드와 행위별코드의 표준화’ 작업이라고 본다.

표준화 작업 이후 공시제가 시행된다면 임상수의사와 보호자(소비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어느정도 해결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동물의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보자. A동물병원은 개의 암컷 중성화수술이 40만원, B동물병원은 20만원이라고 현재의 방식대로 ‘공시’를 하면 보호자들은 막연히 ‘A동물병원이 바가지를 씌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전 검사나 처치의 항목, 사용하는 약품이나 장비(모델명, 필요하면 장비의 가격까지), 사용하는 기기의 정확도(정밀도), 투입되는 의료진의 수, 의료진의 경력, 수술시간, 수술후 입원과 추가 처치 등을 코드화된 내용에 따라 세부적으로 ‘공시’한다면, A병원을 선택할지 B병원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보호자의 몫이 된다.

임상수의사들은 자신의 여건에 따라 당당하게 진료를 하면 되고 보호자는 자신에게 맞는 동물병원을 선택하면 된다. 다툼의 여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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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여론이 마치 보험을 하기 위해 ’수가제‘나 ’공시제‘를 하는 것처럼 호도되다 보니 수의사들의 반감도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사방팔방에서 반려동물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수가제냐 공시제냐 이분법적인 논리만 하느라 모두가 조금은 상기되어 있는 듯하다.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동물의료의 주인공인 임상수의사들이 모여 동물의료의 발전을 위해 ‘질병코드와 행위별코드의 표준화’ 작업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이후 어떻게 의무적으로 코드에 따른 진료기록을 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표준화 작업만 되더라도 임상수의사와 보호자간 불필요한 마찰이 줄어들고 현재 나와 있는 반려동물보험보다는 조금 더 진화된 보험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의 여론을 보면 마치 ‘집을 지어야 한다면서 기초작업도 없이 기둥부터 세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작업 없이 기둥만 세워서는 ‘동물의료의 발전과 선진화’라는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없을 것이다.

(궁금한 사항은 한국반려동물보험연구소 http://www.petins.or.kr 방문하셔서 [1:1일 문의]를 이용해 주시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의 순기능을 전망해보는 3부(보러 가기)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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