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이 진료만 20년` 마커스 그뉴브 호주고양이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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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양이수의사회와 로얄캐닌코리아는 매년 해외 고양이전문의를 초청해 학술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을 방한한 마커스 그뉴브 호주고양이전문의(Marcus Gunew, BVSc, FACVSc)는 호주 브리즈번의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 ‘the cat clinic’에서 20년간 고양이 진료에만 매진해왔습니다.

‘남반구에서 가장 바쁜 고양이 동물병원’이라고 자부하는 마커스 그뉴브 수의사를 만나 고양이 임상환경의 변화와 조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커스 그뉴브 호주고양이전문의
마커스 그뉴브 호주고양이전문의

Q.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아니다. 2003년과 2009년에 두 차례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2009년경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강의를 마친 후 열흘 정도 머물며 한국 곳곳을 여행한 적도 있다. 정말 즐거운 기억이었다.

올해에는 금요일에 와서 토요일에는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일요일에는 서울시수의사회 수의사분들께 강연하고 월요일에 바로 돌아가야 한다. 타이트한 일정이라 약간 아쉽다.

Q. 2년전에도 호주에서 ‘the cat clinic’이라는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에서 리처드 고완(Richard Gowan)과 에이미 린가드(Amy Lingard) 수의사가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

서로 아는 사이다. 리처드와 에이미는 멜버른에 있는 다른 ‘the cat clinic’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원하기 전에는 브리즈번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이름만 같을 뿐 본인이 일하는 ‘the cat clinic’과는 다른 병원이다. 2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웃음).


Q.
고양이 진료에 관심이 많았나

수의과대학에 오기 전부터 언제나 고양이를 사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고양이들과 함께 있으면 편했다.

고양이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동물을 사랑한다. 집에서 고양이뿐만 아니라 개와 닭을 함께 키우고 있다. 너무 비싸서 관두긴 했지만 예전에는 말도 길렀다.

수의과대학을 다닐 때부터 언제나 고양이 전문 수의사가 되길 꿈꿨다. 당시에도 흔한 진로는 아니었지만, 운 좋게 좋은 동료와 병원을 만났다. 1995년 시드니 대학을 졸업해 곧바로 브리즈번에 와서 지금까지 쭉 고양이 임상가로만 활동해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Q. 호주의 고양이전문의(specialist)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1996년 처음 임상을 시작할 때 이미 고양이전문의 과정이 있었나?

그렇다. 정확한 도입시기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1980년대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의 과정의 첫 과정인 멤버쉽에는 2000년에 가입했다. 과정을 마친 것은 2009년이었던 거 같다.

호주에서 전문의가 되려면 전문의 자격을 갖춘 수의사 밑에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최소한 2년 이상의 풀타임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연관되어 있는 다른 임상분야의 교육도 받아야 한다. 본인의 경우에는 임상병리와 영상진단 쪽이었다.

아울러 논문도 여러 편 발표해야 한다. 적어도 3편의 논문을 실어야 하며, 그 중의 1편은 실제로 실험한 연구여야 한다.

이러한 자격조건을 갖춘 이후 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이틀 동안 이론시험을 치르고, 임상시험도 별도로 진행된다.

Q. 고양이만 진료한지도 벌써 20년이다. 호주에서도 그 동안 고양이 진료환경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큰 변화는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서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점진적인 변화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육형태다. 점점 많은 수의 반려묘가 실내에서만 지내는 생활로 바뀌고 있다. 그에 따라 외상환자도 더 드물어졌다. 1990년대에 처음 임상을 시작했던 시절에 비해 10% 가량으로 급감했다.

사실 호주대륙의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는 ‘외래종’이다. 고양이가 호주대륙의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원주민 격인 호주의 동물들은 고양이에 제대로 대항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고양이를 실내에서만 기르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환경보전에도 좋은 일이다.

진료적인 측면에서 보면 심장사상충 문제가 심각하다. 브리즈번이 아열대 기후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심장사상충과 외부기생충 예방에 잘 따라오는 보호자가 줄어들고 있다.

실내생활이 늘어나면서 ‘밖에 나가지 않으니 외부기생충예방약이나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도 늘어났다.

Q. 한국에서도 고양이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노령묘 환자가 개만큼 많지는 않다. 호주의 상황은 다를 것 같은데

그렇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내에 사는 경향이 늘어나다 보니 크게 다칠 일이 별로 없고 기대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18세 이상의 고양이가 매일 내원할 정도로 흔하다.

우리 병원에서만 보면 샴고양이나 버미즈 중에서 오래 사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도 20살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신장병 환자는 정말 많이 늘어나고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도 많아지는 추세다.

Q. the cat clinic이 상당히 활발한 동물병원이라고 들었는데

본인이 일하고 있는 브리즈번 ‘the cat clinic’은 전세계 남반구에서 가장 바쁜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이라고 자부한다.

수의사 12명과 스탭 45명이 함께 연간 1만2천건의 고양이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5~10건의 진료를 직접 보고, 동료들의 진료를 자문하기도 한다.

마커스 그뉴브 수의사와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마커스 그뉴브 수의사와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Q.
한국의 고양이 임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학 차원의 교육은 부족하다. 고양이 임상에 관심이 있는 수의사들이 각개전투에 나서는 실정이다.

사실 임상가라면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분께는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를 구독하기를 권한다.

본인도 임상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도 JFMS를 계속 읽고 있다. 이것 저것 할 여유가 없는 분이라면 JFMS 하나에만 집중해도 훌륭한 고양이 임상가로 거듭날 수 있다. 정말 훌륭한 저널이다.

고양이 임상에서 중요한 변화들은 대부분 JFMS를 통해 일어난다. 꼭 최신 실험이 아니라도 정기적으로 여러 주제들에 대한 리뷰 논문들도 실어주기 때문에 바쁜 임상가들이 지식을 정리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고양이 임상가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유념하시길 바란다. 행동도, 질병도, 치료도 다르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동물이다. 낯선 고양이를 만나는 걸 기본적으로 싫어한다. 동물병원에서 다른 개체를 만나면 ‘새로운 친구다!’라며 꼬리를 흔들면서 좋아하는 개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특징은 작은 노력으로도 병원을 개선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우리 병원도 최대한 내원묘가 다른 고양이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짜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중요하다.

호주에서도 병원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대기실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흔하지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내원묘들의 신경을 긁게 된다. 우리 병원은 대기실에 파티션을 두는 식으로 대응한다. 큰 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람 키 반 만한 구분을 짓는 것이다. 캐리어를 그 안에 둠으로써 다른 동물을 만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한다.

이런 작은 배려가 모이면, 진료를 시작해도 고양이가 좀더 ‘잘’ 핸들링 된다. 이는 고양이에게도 좋고, 보호자들의 만족도도 올라간다.

호주에서도 고양이 보호자들이 좀더 까다롭게 동물병원을 고른다. 여러분의 동물병원이 고양이들을 사랑하고,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여러분의 병원을 찾아줄 것이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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