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종영 수의사 `ASF 발생농가 역학조사 참여해보니‥`

양돈수의사 진료시스템 잡혀야 ASF 막을 수 있다..살처분현장 관리·역학조사 개선돼야

등록 : 2019.12.20 12:37:15   수정 : 2019.12.20 12:37:1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지난달 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는 국내 첫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중에서도 발생농장 현장 역학조사에 참여했던 박경훈·최종영 원장의 강연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ASF 대응의 문제점을 지목하면서 ‘수의사에 의한 진료시스템이 정착돼야 ASF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최종영 도담동물병원장(사진)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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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SF 중앙역학조사에 민간 양돈수의사로서 지원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양돈수의사회가 검역본부 역학조사를 지원할 회원을 모집했다. 같이 참여했던 박경훈 원장은 초기 ASF 발생농장 한 곳의 주치의였다.

저는 경기 북부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않지만 집이 서울이라 그나마 가까웠고, 박 원장과 동기이자 임상경험을 갖춘 선배 양돈수의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활동하는 동안에는 생업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다른 농장에는 갈 수 없다. (발생농장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날텐데 누가 나를 만나주겠나(웃음). 그런 문제는 다 예상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소개해달라

검역본부도 ASF를 처음 겪다 보니 농장 현장의 임상관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9월 24일 발생한 파주 적성면 농장(4차)부터 파주지역 발생농장에 들어갔다.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준비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통상 10시간 내에는 결과가 나오니 그 전에 농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파악했다. 업계 인맥을 동원해서 농장이 평소에 어디로 출하하는지, 관리상태는 어떤지, 약품은 어디서 거래하는지 등등 정보를 최대한 확보했다.

이런 일은 공무원들이 하기 힘든 일이다. 역학조사관들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

그렇게 준비하면서 농장 앞에 대기하다가, 확진 판정이 나오면 들어갔다. 거의 매일 같이 신고가 들어오던 시기라 매일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강행군이었다.

발생농장으로 들어가면 돼지들의 임상증상부터 관찰한다. 양성판정을 받은 개체말고도 감염의심축이 있는지 파악한다. 열화상카메라로 고열증상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채혈도 도와줬다.

모니터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열제에 치료 반응은 없는지, 발생개체의 임상증상 경과는 어떠한 지 등등 국내 양돈수의사들과 공유하기 위한 수의학적 자료도 최대한 확보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오염물을 지정하거나, 감염축 주변 동거축을 일제히 검사해서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검사하는 등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역할을 수행했다.

Q. 역학조사를 돕기 위해 ASF 발생농장 살처분 현장에 직접 들어가셨는데, 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에서 살처분 절차나 현장관리에 문제점을 지적하신 점이 흥미로웠다

살처분을 진두지휘해야 할 방역관들도 경험이 없으면 뭘 먼저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모돈에서 ASF가 발생한 농장 한 곳에서는 들어가보니 모돈들이 우선적으로 살처분돼지 않고, 죽은 개체도 놔둔 채 직원이며 인부들이 돌아다니는 실정이었다. 살처분하는데만 의의를 두고 있지 작업에 우선순위가 없는 것이다.

(환경 저항성이 강한 ASF 바이러스가 수 개월씩 생존할 수 있는만큼 살처분이나 의심축 부검시 환경오염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편집자주)

증상을 보이는 돼지를 우선적으로 매몰하고 그 주변을 먼저 소독해야 오염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 그냥 작업자 편한대로 진행된다. SOP에 그런 세부사항까지는 없다.

사실 이런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 방역관의 역할인데, 실제로는 용역 인부들의 반장이 지휘하곤 했다. 보상금 산정에 필요한 재고파악을 도울 게 아니라, 피 흘리며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있는 감염축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살처분에 참여한 인력이나 장비의 사후관리에도 개선점이 있다.

일용직 인부는 발생농장 살처분, 예방적살처분을 번갈아 다니고, FRP통 실어온 차들은 축산관계차량이 아니다 보니 발생농장에 왔다가도 생업으로 복귀하고..이런 상황에서 ASF가 별로 확산되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다.

Q. 연례세미나에서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춘 역학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지목하셨는데

발생농장의 살처분이 진행되는 동안 검역본부에서 온 역학조사관은 농장주를 앉혀 놓고 다섯 시간씩 취조를 한다. 작성해야 할 보고서 분량이 38장이나 되다 보니 그거 채우는데 몰두하고 있다.

사실 출입차량, 돼지이동만 빨리 파악해서 혹시 모를 전파예상경로를 먼저 찾고 나머지는 천천히 해도 되는 것들인데, 당장 보고서를 채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면 곤란하다.

발생농장에 집중되는 시료채취도 별로 의미가 없다. 이미 발생한 농장의 A, B지점에서 바이러스가 나온다 한들, A가 먼저인지 B가 먼저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 않나. 이미 발생한 농장만 가지고 바이러스가 어떻게 들어왔을 지 밝혀내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한 발 앞서야 한다. 아직 의심신고는 없지만 차량 등 역학관계로 연결된 부분들을 추적해서 검사해야 의미가 있다.

시료채취도 발생농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출입한 사람, 차량, 역학 농장 등 다각도로 전개해야 한다.

하지만 발생지역 돼지를 모두 예방적으로 살처분해버렸으니, 역학관계나 주요 발생원인을 찾아내기는 더 어려워진 셈이다.

역학농장도 위험도에 따라 1, 2, 3순위를 나눠야 한다. 한꺼번에 역학농장이라고 분류하다 보니 어디가 더 위험한 지 구분이 안 된다. (파주의 추가발생 농장은) 사료차 같이 쓰고, 분뇨차 같이 쓰고, 역학적으로 터질 우려가 아주 높았던 곳이다.

Q. 정부 역학조사에 민간 전문수의사가 참여한다는 형태는 참 좋아보이는데, 현장에서 문제가 없지 않았을 것 같다

양돈수의사회는 수의사의 사회적 공공재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지원했지만, 현장에서의 협업과 대우는 걸맞지 않았다.

방역당국의 현장 파악과 조사를 최대한 도와줬지만, 검역본부쪽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거론하며 그쪽 자료는 공유해주지 않았다. 하다 못해 역학농장 리스트만 공유됐어도 농장상황이나 평소 관리 실태를 바탕으로 우선적으로 관리해야할 위험한 곳을 분류해줄 수 있었을텐데..황당했다.

활동 후 이동제한 기간 동안 발생하는 생계문제도 해결해줄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화장실에 가기 전과 후는 다르지 않나.

검역본부가 지원해준 것은 13만 6,800원의 일당 정도다. 살처분 인력이 하루 50만원, 초소인력은 월 450만원까지도 받는데 수의사에 대한 대우가 참..주유비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농장 들어갔다 나와서 샤워하러 들어간 실비도 지원되지 않았다.

양돈수의사회가 자체 예산으로 활동비를 지원해줬지만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 생각도 들고 실망도 많이 했다.

Q.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생각이 없는 것인가?

지금의 시스템이라면 다시 할 것 같지는 않다. 민관이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형태를 바랐는데..대우 문제나 정보 차단을 겪으며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싶었다.

Q. 현장에서 보는 ASF 방역 개선점은 무엇인가?

방역상 가장 어려운 요소는 국내 대부분의 농장이 차량을 안으로 들이는 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사료차·분뇨차·출하차가 농장 깊숙이 들어오면서 농장 내 돼지·직원 이동 동선과 겹치는 문제가 병원체가 유입되는 핵심 경로다.

농장 앞에서 차량을 소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세척하고 소독약 뿌려서 작용할 동안 기다렸다가 진입하도록 만드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도축장 등 축산시설과 거점소독시설에서의 세척·소독을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선진국도 농장보다 축산시설에서의 세척·소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축 차량이 거점소독시설에 가는 문제도 무조건 개선되어야 한다.

방역조치도 단순한 반경보다 역학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멀리 떨어진 농장이라도 발생농장에서 돼지를 받았다면 바로 옆 농장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나.

ASF는 특히 그렇다. 감염축이 있던 돈방의 옆 돈방에서도 바이러스가 안 나오는 판국이다. 옆농장이라고 무조건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없다.

Q. 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 발표에서 ASF를 막으려면 진료수의사 시스템이 자리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사실 발생지역에서 일제채혈해서 선제적으로 찾아낸 ASF는 2개 농가밖에 없다. 제가 들어갔던 발생농장들 마저도 며칠 전에 실시한 모니터링 검사에서는 반복적으로 음성결과를 받았다. 기계적으로 할당두수만 채우는 식의 채혈검사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발생농장에 들어가서 감염축 주변의 동거축을 싹 채혈해서 검사해보니, 식불 등 의심증상이 있는 개체를 제외하면 모두 음성이었다.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는 개체에 대한 채혈검사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번 ASF 발생지역에서 사전 모니터링이 실패한 것도 그 때문이다. 평시에 진료하는 수의사가 있는지, 평시 돈군 상태를 파악한 수의사가 이상증상을 잡아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질병이 일단 터지면 임상수의사는 농장에도 가지 못하고, 그 빈자리를 양돈을 잘 모르는 타 축종 공수의나 공무원이 채운다. 양돈수의사가 농장에 가지 못하는데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별 어려움 없이 계속 쓰인다.

당국이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예방적살처분 농장에도 일부 감염개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살 농장에서 ASF가 검출된 사례가 없다고 하지만, 어차피 발생지역 관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판국에 그 대상농장들에 ASF가 퍼졌나 제대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겠나. 어렵다고 본다.

결국 진료수의사에 의한 관리시스템만 있었다면 이렇게 모든 돼지를 살처분할 필요가 없었다. 흰머리 몇가닥 뽑는 것처럼 적은 피해로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진료시스템만 잡혀 있었다면 소총으로 막을 수 있었던 일에 (관내 돼지 전두수 살처분이라는) 핵폭탄을 투하해 놓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반복할까봐 두렵기도 하다.

Q. 진료시스템이 자리 잡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법적으로는 이미 수의사에 의한 농장 진료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쓰려면 진료수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ASF 발생으로 수의사를 부르지 않는 농장에서도 여전히 처방약은 쓰인다.

동물용의약품 판매업소와 결탁해 GPS 기록만 만들면서 처방전을 써주는 수의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이나 사무장약국과 다를 바가 없다.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됐지만 현장은 여전히 수의사가 ‘진료비’를 받기는 어렵고 약값 경쟁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양돈업계로의 진입은 쉬워지겠지만, 실력은 계속 줄어드는 셈이다. 실력이 줄면 농가로부터 진료비를 받기 어렵다. 지금의 시스템은 이를 가속화하는 꼴이다. 양돈수의사의 진료시장은 망해가고 있다.

내년 전자처방전 의무화를 계기로 수의사들 스스로가 윤리강령을 바로 세우고, 동물용의약품 판매업소와 결탁한 수의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농장들이 마음대로 하고 있는 가검물 반출도 관리되어야 한다. 동물병원을 통해서 가검물이 반출되어야 혹시 모를 가축전염병 의심 가검물도 관리할 수 있다. 이것만 제도화되어도 양돈현장에서 임상이 자리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수의사가 농장에 가서 하는 역할이 명확해야 진료시스템도 정착될 수 있다. 농장의 차단방역 상황·약품사용 상황을 점검해주고, 필요한 처방전 끊어주고, 가검물 의뢰가 필요하면 처리해서 진단해주는 등 역할이 명확히 주어지면 농장 입장에서도 생산비의 일환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리체계가 바로 ‘안전한 돈육’으로 가는 길이다. 평상시에 수의사가 농장을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정착돼야, ASF 같은 유사시에 현장 전문가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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