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단 프로젝트:강의실 밖 수의학②] 마사회 정재민 수의사

등록 : 2019.04.18 12:41:11   수정 : 2019.04.18 18:41:04 임지현 기자 kohcelt@naver.com

수의대에서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전공과목들을 배웁니다. 졸업 후에는 훨씬 더 다양한 분야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그렇게 수의대생들에게는 “나는 대체 어떤 분야에서 일하게 될까?” “저 분야에서 수의사들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6기에서 학교에서 배웠거나 혹은 배우지 못한 여러 가지 학문에 대해 조명해보고 그와 연관된 진로까지 파헤쳐보는 ‘강의실 밖 수의학’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강의실 밖 수의학’ 프로젝트에서는 각 학교별 데일리벳 기자들이 작성한 9편의 기사가 연재됩니다.

두 번째로 수의대생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갖게 되는 ‘말’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국내 말산업의 동력인 마사회의 여러 거점 중 렛츠런파크 서울 소속 정재민 수의사(사진)를 만나, 말 임상과 마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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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 소속 수의사 정재민이라고 합니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올해로 입사한지 4년차가 됐습니다.

Q.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수의대 입학 당시부터 소동물 임상보다는 다른 길을 알아봤습니다.

우선 예과 2년을 마친 후 군대에 다녀와서 학생회장을 했습니다. 그 후엔 교내 전염병학 실험실에도 있어보고, 학문의 길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당시 기술고시에 합격한 선배와 친분이 생겨 고시 공부를 4년간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휴학도 한 번 해보고 결과적으로 안됐지만,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줬던 것 같습니다. 역경이나 힘든 상황에서도 극복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로테이션 중 대동물 실습에 흥미가 생겨 소 임상을 몇 달 배워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맞지 않다고 느꼈고, 고시를 준비하며 공직, 공공기관과도 적성이 맞다고 생각해서 공기업인 마사회에 지원했습니다.

같이 입사한 다른 분들은 타 직장 경력이 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면접 당시가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보면 소설 같은 지난 이야기들을 말씀드렸고, 덧붙여 이 회사의 가치와, 그 안에서 수의사의 역할과, 제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Q. 수의대 내에서는 말에 대해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말은 어떤 동물인가요?

대학교에서 말 임상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물론 학교 자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리적인 여건이나, 학교의 시스템 여건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제로 졸업 후 진출할 시장 등을 고려해도 말에 초점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은 덩치로 보면 분명 대동물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면에서 반려동물과 유사합니다.

반려동물처럼 개체치료를 하고요, 관계를 맺는 측면에서도 비슷합니다. 소동물에서 환자와 보호자로 칭하는 것처럼 말도 주인을 ‘마주’로 표현하고, 마주 분들도 말에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말 주변에는 많은 관계자가 있습니다. 말을 관리하는 조교사, 조련사, 관리사와 말을 타는 기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점들 외에 경제동물의 특성도 가지고 있어요. 경마에 뛰는 말들이 대다수이고, 승마의 목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나 고양이처럼 단순히 반려의 목적으로 말을 키우는 경우는 드물죠.

보통의 농장동물과 다른 점은 말은 기승, 즉 ‘타는 동물’이라는 겁니다. 역사적으로도 말은 교통수단이기도 했죠. 경마는 기수가 말과 함께 호흡하면서 결승선까지 달려가는 스포츠입니다. 대동물임에도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람과 호흡을 맞춰 온 존재이기 때문에 말 자체가 매력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말에 얽힌 뿌듯했던 일화나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수의사들이라면 다들 비슷하겠지만 잘 진료받아서 건강해지는 걸 보는게 보람입니다. 경마에 출전해야 하는 말이 잘 회복해서 성적과 관계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게 될 때 뿌듯하죠.

위험했던 순간도 있습니다. 저는 입사해서 다친 적이 2번 있는데, 한 번은 칼에 베여서 손가락 봉합을 하느라, 한 번은 엑스레이를 찍다 뒷발에 얼굴을 맞아 응급실에 갔죠.

450-500kg의 말이 조금만 움직여도 그 힘을 사람이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말을 진정시킨 상태로 진료를 한다고 해도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이에 대비해서 말을 다룰 때는 관리사 2-3명과 진료진 2-3명 등 여러 명이 힘을 합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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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에 말은 몇 마리나 있나요?

국내에서 사육 중인 말은 약 2만7천여두입니다. 그중 절반 정도가 제주도에 있습니다.

여기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경주마 1,300여마리가 입사해 있고, 마사회 소속 승용마는 약 200~300마리 정도 있습니다.

국내 말 사육규모는 사실 상당히 작은 편입니다. 규모가 작다는 점은 전문화 논의나 학회 등의 활동이 다른 분야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Q. 말의 진료 환경도 궁금합니다.

1차병원과 2차병원에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렛츠런파크 서울 동물병원은 2차 병원으로, 내원하는 말에 대한 진료와 수술을 실시하고, 수술 후 입원한 환마를 진료합니다. 물론 종종 외진을 나가기도 합니다.

반면 제주나 내륙의 1차 동물병원은 대부분 왕진 형태의 진료를 합니다. 이런 속성은 보통의 대동물 진료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말 진료에서 흔히 보는 질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경마장에 있는 동물병원이다 보니 정형외과 질환이 많습니다. 파행 등으로 내원해 초음파나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하면서 뼈와 건인대 질환을 진단합니다.

또한 말에서 흔한 질환 중 하나가 ‘산통’입니다. 산통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통을 말합니다. 내과적 처치로 낫지 않을 때는 개복수술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상부호흡기계 질환, 외상, 안과, 치과 질환도 종종 발생합니다.

Q. 말 임상과 관련된 전문 교육기관이 있나요?

말임상에 관심 있는 학생의 진로탐색 측면에서는 1, 2차 말 동물병원과 접촉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사회도 말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긴 하지만, 회사이다 보니 말임상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보여드릴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래도 학생으로서 실습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서울과 제주에서 모두 가능하니 실습을 통해 본인에게 말 임상이 적합한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외국과 비교하면 국내 말 임상은 어떤가요?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말 임상은 아직 부족함이 있습니다.

사실 말 임상의 발전 척도는 그 나라에서 경마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와 연관이 깊거든요. 말 임상 수준이 높은 곳은 홍콩, 싱가폴, 일본, 호주, 미국, 유럽 등 경마 선진국들입니다.

그래서 마사회 수의사들은 이들 선진국에 해외 연수를 가기도 하고,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늦여름 즈음 예정된 초청강연도 있죠. 이런 면에서 발전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와 비교했을 때 향후 말 수의사의 전망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진로 탐색의 범주에서 본다면 사실 말 임상은 전체 수의계에서도 작은 편입니다. 현실적으로 말 수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은 마사회에 입사하거나, 외부에서 별도로 배우는 과정을 거쳐 개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내 말의 절반가량이 제주도에 있다 보니, 제주도가 국내 개업 말 수의사의 주된 터전입니다. 이미 제주도에는 1차 진료에 임하는 말 수의사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마사회는 보통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채용을 통해 입사할 수 있습니다. 수의사는 보통 1~2명을 뽑는데, 올해는 4명을 채용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매년 새로 배출되는 수의사 550여명에 비한다면 상당히 적은 수입니다.

말 수의사가 유망하다고 100%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시장의 전망도 중요하지만, 진로 선택에는 본인의 의지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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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사회 속 수의사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한국마사회 소속 수의사는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9년 4월 1일 기준으로 서울에 15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부산경남지역에 4명, 제주경마장에 4명, 제주목장에 5명, 장수목장에 3명, 그 외에도 원당목장, 심판, 말산업연구소 등에서도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수의사들은 말에 관한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서울 말보건원을 예로 들면 크게 3가지 업무로 구성됩니다.

먼저 보건총괄담당(팀)의 업무는 말 보건분야 총괄업무, 경마수의, 말복지증진 등으로 나뉩니다. 또한 방역관리담당(팀)의 업무에는 전국 말 방역사업, 말전염병 모니터링, 말 검역 등이 있습니다. 진료담당(팀)의 업무에는 2차 동물병원 운영, 말 수의사 양성사업 등이 있습니다.

부산, 제주 등의 지방사업장에서는 이 세 가지 일을 한 부서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3-5년으로 돌아가면서 근무하는데, 짧게는 2-3년이고 길게 5-6년까지 한 자리에 있기도 합니다. 부서도 계속 로테이션하게 됩니다.

근무지는 보통 3-5년 주기로 순환근무를 하며, 본인의 희망과 경력 등을 고려해 근무지가 결정됩니다.

Q. 회사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아주 높아요. 행정적인 업무와 진료 업무 모두 거부감이 없습니다. 실제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수의사로서의 보람을 충족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다만 경마 시행일이 금, 토, 일요일인지라 주말에 쉬지 못하고 월, 화요일이 휴일인 점은 어떻게보면 단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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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 수의사는 어떤 학생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의사소통과 대인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대면해 증상을 보고 진단하는 과정에서 말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소통이 무척 중요합니다. 내원 전 상태는 어땠는지, 어디를 불편해 했는지 등의 대화를 통해 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치료 방법을 결정합니다. 말 관계자의 협조가 없다면 적절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말을 좋아하면 훨씬 좋죠. 말이라는 동물에 매력을 느낀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지식을 미리 갖춘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의대에서 말 전문 교육은 충분치 않고, 학생들도 말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본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은 수업시간에 알게 모르게 배웠을 겁니다. 다만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거나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죠. 필요하다면 학교 외에도 여러가지 교육기회를 통해서 알아갈 수 있습니다.

Q. 말 수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해보면 좋은 실습이나, 방문해보면 좋은 기관이 있나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 동물병원에서는 ‘수의과대학 말 임상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의대 본과 3, 4학년생을 대상으로 1개월간 실시됩니다.

제주목장 동물병원에서도 실습을 할 수 있습니다. 목장에서는 산과 진료를 많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사회 외에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JNC동물병원이나 제주도의 개업 동물병원에서도 말 임상 실습을 해 보실 수 있습니다.

Q. 마사회를 직장으로 고려한다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먼저 진료는 수의사가 담당하는 여러 일 중 하나라는 점, 즉 진료가 언제나 주가 될 수는 없는 점입니다.

또한 공기업이기 때문에 공공기관과 적성이 맞는지 판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사회는 국민 레저생활 향상 등을 통해 공익적 가치 창출을 지향점으로 하는 곳입니다.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지원해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경마에 대한 수의학적 관점에 대해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수의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학생은 성인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합니다. 졸업 후에는 학생이라는 신분이 사라지는 만큼 진로를 찾는 과정에서 학생시절에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말 분야에서만이 아닙니다. 본인이 관심있고 준비되어 있다면 시장의 규모나 인기에 치중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습뿐만 아니라 학교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일이나 타 학과생과의 모임도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서 졸업할 때의 모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로를 확실히 정했다면 목표하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견뎌내고 길을 만들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 선 뒤에도, 어떤 수의사가 될 것인지 늘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학교생활만 하는 것보다는 많은 경험을 두루두루 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 경험이 무엇일지라도요. 여행도 좋고 게임도 좋습니다. 나의 최선을 다해보는 경험을 해보길 추천합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겁니다.

임지현 기자 kohcel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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