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팬데믹 대비할 야생동물 원헬스, 생태학-수의학 가교 세워야

가축을 거치며 위험해지는 야생동물 유래 신종감염병..AI 적용에도 생태학 정보가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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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목) 춘천 더테라리움에서 열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야생동물 원헬스 접근 전략 포럼’의 문을 연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원헬스에 여전히 단절의 벽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는 우리가 하던 것, 저들은 저들이 하던 것을 한다”며 다학제 간의 실질적 가교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서 문제가 되는 주요 신종감염병이 야생동물로부터 가축을 거치면서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지목했다.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신종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야생동물과 가축을 잇는 생태학과 수의학의 다학제적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영준 실장은 사람에서 문제가 되는 신종감염병 대부분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파 경로 중간에 있는 가축에 주목했다.

사람이 실제로 야생동물을 직접 접할 기회는 극히 드물고, 보통 가축을 거쳐 연결되는데, 이러한 경로가 사람에서의 위험을 오히려 더 키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MERS), 헨드라 바이러스, 니파 바이러스 등 관련 사례를 함께 지목했다.

박쥐에서 유래한 메르스는 낙타를 거치며 위험이 커졌다. 사람이 직접 박쥐에 접촉할 일은 많지 않지만, 중동에서 낙타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동물이다. 낙타에서 증폭되고 토착화된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에 더 큰 위험으로 작용했다.

호주의 헨드라 바이러스 사례를 소개하면서는 “과일박쥐가 야생동물보호센터의 직원에 바로 노출되면 오히려 항체양성에 머물 뿐 질병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에서 증폭된 바이러스가 사람에 오면 사망 사례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환경에 미친 영향이 나비효과를 불러왔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말을 사육하기 위해 초지를 조성하려 벌목했고, 얼마 남지 않은 나무 그늘에 말과 박쥐가 집중적으로 모이며 전파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디클로페낙(Diclofenac)과 광견병의 관계도 비슷하다. 1990년대 초반 인도의 소에서 소염제로 쓰인 디클로페낙은 청소동물인 독수리에게 노출됐다. 디클로페낙은 독수리에서 심각한 신장 손상을 일으켰고, 인도의 독수리 개체수가 99%나 줄어들게 됐다.

독수리가 사라지자 먹이경쟁에 유리해진 들개 개체수가 폭증했고, 그로 인해 광견병 위험이 커졌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독수리 감소와 맞물려 들개 550만 마리가 증가했고, 사람에서의 광견병 사망자가 4만7천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영준 실장은 “원헬스는 단순히 사람과 가축, 야생동물의 건강을 아우르는 것을 넘어 인간이 지속가능하게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프로세스”라면서도 원헬스를 위한 실질적인 가교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수의사들조차 대부분 숙주와 병원체, 증상과 치료, 예방전략 등 전통적인 수의학 문법에만 익숙할 뿐 야생동물과 가축이 만나는 생태학을 낯설어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종간 경쟁, 서식지를 조망하는 생태학과 연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데도 극복해야 할 허들로 남아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람에서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병원체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면서 “가장 큰 정보의 간격이 생태학에 있다”고 말했다.

병원체 자체나 가축·사람의 질병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지만, 야생동물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태학적 정부가 없으면 인공지능의 분석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영준 실장은 “생태학 연구자가 정말 부족하다. 포유류 동물에 대한 연구는 너무 어렵기도 하다”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팬데믹 대비할 야생동물 원헬스, 생태학-수의학 가교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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