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데나필·피모벤단까지..동물용의약품 오남용 부추기는 창고형약국

합법 판매지만...동물은 물론, 사람에게 악용될 가능성까지 있어, 약사예외조항 문제 점차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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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으로 증가 중인 창고형약국이 동물용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되고 있다. ‘약사예외조항’이라는 수의사처방제의 빈틈을 이용해 각종 동물약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구충제는 물론, 피모벤단(Pimobendan) 성분의 심장약, ACEi인 에날라프릴(Enalapril), 다양한 NSAIDs 진통소염제,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Sildenafil) 의약품까지 처방전 없이 판매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의약품 할 것 없이 손쉽게 살 수 있다.

한 창고형약국의 동물의약품 코너

최근 한 창고형약국에 방문했다. 입구 바로 옆에 동물용의약품 코너가 별도로 있었다. 여러 가지 내외부 구충제는 물론, 피로콕시브, 멜록시캄, 카프로펜 등 NSAID도 다양하게 있었다. 심장병 치료제 섹션에는 피모벤단, 실데나필, 에날라프릴 성분 의약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쿠싱증후군 치료에 쓰이는 트릴로스탄 제제와 항경련제인 레비티라세탐도 판매 중이었다.

반려동물용 영양제와 보조제도 있었는데, 동물병원 전용제품으로 알려진 제품도 있었다.

판매 중인 동물용의약품 중 상당수가 수의사처방대상 의약품이었다. 하지만, 약사예외조항*에 따라 처방전 없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수의사 처방제 약사예외조항 : 약국개설자는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다(약사법 제85조⑦).

기자가 방문한 한 창고형약국의 동물의약품 판매대. 피모벤단, 실데나필, 에날라프릴 성분의 의약품이 진열되어 있다.

기자도 직접 동물용의약품을 사봤다. 반려동물 종합구충제로 유명한 제품 2가지와 피모벤단 성분의 의약품, 멜록시캄 성분의 소염진통제, 그리고 실데나필 의약품을 구입했다.

구입에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구매 개수 제한도 없는 듯했다. 의약품을 사서 계산대로 가져가니 약사가 서 있었다. 기자에게 아래와 같이 물었다.

“약 중에 궁금한 거 있으세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복약지도는 당연히 없었고,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아닌지도 묻지 않았다. 구매한 의약품들 포장지에 쓰여있는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는 문구가 민망하게 느껴졌다.

수의사 처방전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동물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수의사에게 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동물을 안 키워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이라는 구멍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이 동물약국에서 구입한 실리정을 보여주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남 의원은 사람에서 발기부전치료용으로 쓰이는 실데나필 의약품을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데나필 제품으로는 실리정을 골랐다. 2024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이 지적했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병)은 국정감사에서 직접 구입한 실리정을 보여주면서 “약국에 가서 사면 동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저희도 동물 없이 산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체용의약품은 처방이 필요한데 동물용의약품은 처방 없이 구매해 모을 수 있으니, 문제라는 말씀에 동의한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기자가 실리정을 구매하는 데 아무런 제약도 없었다. 처방전도 필요 없었다.

구입한 실리정 1정에는 실데나필시트르산염 140.450mg이 들어있다. ‘비아그라정 100mg’과 동일한 양이다. 발기부전 환자가 의사의 진료를 받지 않고, 약국에서 실리정을 사서 본인이 먹을 수 있는 상황이다.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만 없애면 된다.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자가 창고형 약국에서 직접 구입한 동물용의약품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는 문구가 민망하게 느껴졌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처방대상 의약품이라니…말장난같이 보인다.

수의계에서도 창고형약국을 통한 동물용의약품 유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피모벤단 성분의 반려동물 심장약이나 사람에게도 악용될 수 있는 실데나필 성분의 의약품도 무분별하게 판매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11일(토) 열린 대한수의사회 시도지부장 협의회 1차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지부장협의회는 “대형 창고형 약국을 중심으로 심장질환 치료제 등 동물용의약품의 대량 유통 및 임의 판매 실태를 확인했다”며 변칙 유통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으는 동시에, 주요 제조사 및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일부 회원의 부적절한 의약품 외부 유통 행위에 대한 자정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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