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관련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동물복지연구원’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번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사진)은 현재 국회 농해수위원장이자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다.
동물보호법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대표발의한만큼 법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국가는 정부·시민단체·관련 산업계·대학 및 연구소 간의 상호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동물복지에 관한 연구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의 거점기능을 담당할 동물복지연구원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사업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 예산 범위에서 출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다.
황주홍 의원 측은 “동물복지에 관한 시민의식이 높아졌음에도 사회 전반의 제도나 실행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어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국가 동물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과 심도 있는 대화와 숙의를 통하여 설정하고, 국가 동물복지 수준을 향상하고 연구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동물복지연구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정부, 시민사회, 관련 산업단체 등의 네트워크 구성과 국가 동물복지 관련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기반 조성을 위한 동물복지연구원 설치의 근거 규정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한국펫사료협회의 (주)한국펫푸드연구소가 천안 백석공단으로 확장 이전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5일(수) 열린 확장 이전식에는 김종복 펫사료협회장, 문홍식 펫푸드연구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펫푸드연구소 설립은 펫사료협회의 숙원 사업이었다. 협회 내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연구소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협회 워크샵에서 사료검정기관 설립 필요성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고, 올해 2월 이사회·정기총회에서 “올해 안으로 사료검정기관을 추진하기”로 의결하면서 연구소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
2차 이사회에서 ‘기존 검정인정기관’을 인수하기로 한 펫사료협회는 지난 9월 28일 사료검정인정기관인 지비하나테코(주)를 인수하며 (주)한국펫푸드연구소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후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여 천안으로 연구소를 확장 이전한 뒤 이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문홍식 한국펫푸드연구소장은 “기존 시설이 경차였다면 이제 중대형 차량이 된 것”이라며 “향후 국내 3대 사료검정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홍식 소장과 4명의 연구원, 1명의 행정직원으로 운영을 시작한 펫푸드연구소는 향후 추가로 인력 보강을 할 예정이다.
한국펫푸드연구소는 앞으로 사료 제조업자·수입업자의 자가품질검사 대행, 영양성분 및 안전성 검사 등 사료검정인정기관으로써의 역할을 다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펫푸드 산업과 펫산업 관련 정책을 개발·연구하고 제도 컨설팅을 하는 등 반려동물 산업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말부터는 수입사료검정을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사료수입신고단체 지정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현재 ‘사료의 수입신고’ 업무를 단체에 위탁하고 있다.
김종복 (사)한국펫사료협회장·(주)한국펫푸드연구소 대표이사는 “연구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며 “수익사업뿐만 아니라 협회가 한 단계 발전하고, 펫푸드 산업과 전체 반려동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지원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무더웠던 작년 여름, ‘전북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한달간 즐겁게 실습했던 것에 이어서 올해 여름방학에도 한달간의 실습을 자원하였다.
전북대학교 공지와 교내 포스터를 통해서 실습정보를 접할 수 있었고, 첨부된 안내서에 포함된 실습지원서를 간단히 작성해서 구조센터 담당자에게 보내면 실습을 신청할 수 있다.
작년에는 야생동물의학실 학부생만이 센터에서 실습을 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외부에서도 실습지원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덕분에 올해는 작년과 달리 타 대학, 타과 학생들과 함께 실습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것이었지만 센터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로 도우며 어색함을 느낄새도 없이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총 4주의 실습 기간은 각 주마다 커리큘럼이 있어서 매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첫 주 동안은 센터의 구조를 배우고 해야 할 일을 인수인계 받는 기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먼저 실습하고 있었던 학생분들이 직접 인수인계를 해주었다.
첫 주 동안은, 작년과 다르게 개선된 센터 내에서의 규칙을 새로 배우고 입원중인 환자 개개의 히스토리와 특징, 투약과 먹이급여 방법 등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깜이, 쿠키 등 이미 이름을 가진 애완동물들을 치료하는 일반 동물병원과는 다르게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이름이 없는 각각의 개체를 종과 센터내 번호로 구분한다. 매일 출근해서 처치하는 수의사와 재활사분들은 능숙하게 각 개체와 번호를 매칭하지만, 나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번호를 듣고 환자를 떠올리는 것이 어려웠다.
첫 1주간은 보정과 같은 위험이 따르는 일들은 하지 않았고, 약을 짓고 투약, 급식을 하였다.
네뷸라이저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2주차때는 인수인계해주신 앞조분들의 실습이 끝나 1주차때 배웠던 것을 토대로 우리 조원들만으로 센터를 이끌어나가야 했다. 알려주던 사람들이 떠나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궁금한 것은 서로 묻고 도와가며 센터 일에 적응을 해냈던 기간이었다.
이때는 직접 보정을 할 수 있었는데, 본인의 경우에는 작년에 한달간 실습경험이 있어서 너구리와 중·소형 조류들을 어렵지 않게 보정할 수 있었다.
보정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너구리의 경우에는 개과이지만 입질을 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하고 보정할 때 꽤 많은 힘이 들어간다. 고양이과인 삵은 앞발과 뒷발을 모두 유연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2명이상의 사람이 보정해야 하고, 위험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대부분 재활사 선생님들이 보정을 담당한다.
조류의 경우에는 힘보다는 스킬이 필요한데, 조류의 뼈는 공기뼈로 부러지기 쉬워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각 조류마다의 생김새에 따라 보정법이 달라진다. 먹이를 사냥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을 공격하는 방법도 매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번 실습 기간동안에는 작년과는 달리 중대백로, 중백로와 같은 크기가 큰 물새들이 많이 입원했기에 이들을 보정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고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센터 실습은 조원들이 업무분담을 하여 진행되었다. 투약, 급식, 환자의 상태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혼선을 막기위해서 4명의 인원이 입원중인 환자들을 분배해서 담당하였는데, 나는 내 담당 개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또 애정도 차츰 생겨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특히 위 사진을 보면 안짱다리를 하고 뷔페에 온 듯 풀을 마구 뜯어먹는 동물은 실습기간동안 내가 담당했던 새끼 고라니다. 내가 실습하기 전부터 입원해서 보육받고 있었던 개체다. 내 담당 환자가 돼서, 실습기간 4주내내 밥 먹이고 산책도 매일 가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줬다.
사람을 잘 따르기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순치가 된 동물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정을 줄 수는 없었다. 이 고라니는 형제들이 있었는데 같이 들어온 형제들은 안타깝게 센터에서 포육 중 폐사했다. 갑작스러운 폐사였기 때문에 부검을 진행하였다.
야생동물센터에서의 부검은 현재는 전북대학교 병리학실험실에 의뢰하고 있다. 부검의 경우 실습생이 직접 하지는 못하고 부검과정을 지켜보며 sampling을 한다.
일주일에 1, 2회 꼴로 부검을 진행하는데, 생각도 하지 못한 소견이 나오기도 한다. 잘 먹던 새끼 집비둘기의 crop이 터져 있거나, 폐에 농이 가득 차 있거나 하는 경우다.
야생동물이다 보니 history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조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사고조차도 추측만 하는게 일상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위 사진은 갓 구조된 박새가 초진을 보기 전에 잠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너무 작은 몸집에 혹여 힘주면 부러질까 계란을 쥐듯이 쥐고 있었다. 개체가 처음 구조되어 들어오면 일단 기본적으로 수의사 선생님이 날개짓, 걸음걸이, 탈수상태 등을 확인한다. 만약 날개짓이나 걸음걸이에 불편함이 있어 보이거나 의심이 되는 경우 x-ray를 찍는데, 박새의 경우 뼈가 너무 작고 얇아서 x-ray상으로 확연히 뼈의 이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가지 x-ray를 찍으면서 인상깊었던 건, 박새나 참새와 같이 부리가 작은 동물들은 Lateral 자세로 찍을 때 부리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 고정시키고 촬영하는데, 그 촬영때마다 x-ray 사진에 새의 머리뼈와 함께 부리 위아래로 내 엄지와 검지의 뼈가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다. 귀엽기도 하고 엽기적인 장면이었다.
위 사진은 치료를 마친 수리부엉이를 방생하는 모습이다. 방생은 구조 후 짧게는 몇일만에, 길게는 약 1~2년 가까이 센터에 입원했던 아이들 모두 거쳐야 하는 단계이다. 센터사람들에게도 그동안의 치료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야생에서 잡아온 동물들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 주려면 산 깊은 곳이나 갈대숲, 갯벌 등으로 가야한다. 데려온 곳과 같거나 최대한 비슷한 곳에 돌려보내 주어야 동물들이 다시 빠르게 적응하고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실습기간동안 수리부엉이, 너구리, 삵 등을 방생했는데, 그 동물들이 힘든 치료를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갈 때의 날갯짓, 걸음걸이를 볼 때 기분이 항상 뿌듯하다.
너구리의 경우에는 덫에 걸려서 들어와 다리절단수술을 받고 세 다리만 남은 채로 방생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 대수술을 받은 너구리는 회복기간만 장장 몇 개월이나 걸리고 재활에, 방생 계절도 생각하면 완전한 치료 후 방생까지 정말 1년 가까이 걸린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으며 밥도 먹이고 약도 주었는데, 센터 터줏대감이라고 생각이 드는 너구리조차도 방생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세다리로 뽈뽈뽈 빠르게 숲으로 들어가 버린다.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야생동물들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자연에서 다시 터전을 잡고 살아갈 생각을 하면 센터에서의 일들이 정말 보람되다.
센터에서 한달간 실습하는 동안 고라니, 박새, 수리부엉이 모두 우리가 평소에 정말 보기 힘든 동물들인데 센터에서는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였고, 매일매일 이들과 함께해서 즐거웠다.
수의사의 정신건강과 웰빙을 주제로 한 소규모 세미나·간담회가 2일(일) 오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개최됐다. 데일리벳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수의사 웰니스 그룹 창립 회원이자 The riptide project 창립자인 비키림 학생이 강사로 나섰다.
비키림(Vicki Lim) 학생은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반에 재학 중이며, 심리학을 전공한 후 수의대에 입학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운영하는 The riptide project는 수의계 내부에서 멘토와 멘티를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다. 약 200여명의 수의사 멘토 그룹을 카테고리(지역, 종사분야, 수의사로 일한 기간, 관심사 등)별로 구분한 뒤, 상담 요청을 받으면 가장 적절한 멘토를 연결해준다.
미국수의내과전문의(DACVIM)인 킴 힐러스 수의사도 간담회에 참가해 미국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 수의사·수의대학생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기대치보다 낮은 연봉, 긴 근무시간, 높은 스트레스 = 전 세계 수의사 공통분모
미국 수의사 59% “수의사 직업 추천 안 해”
흔히 우리나라 수의사들만 안 좋은 여건 속에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기대치보다 낮은 연봉, 상대적으로 긴 근무시간, 높은 스트레스는 전 세계 수의사들의 공통분모였다.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경우 수의대 졸업 후 처음으로 받는 연봉이 약 5천만원 수준이었으며, 미국은 약 7~8천만원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에 비해 높지만, 미국과 뉴질랜드 수의대 학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쌌다. 미국의 경우 수의대 졸업을 하면 보통 1~2억의 대출(loan)을 갖게 된다는 것이 킴 힐러스 수의사의 설명이었다. 비키림 학생 역시 뉴질랜드 수의대 등록금이 미국만큼 비싸다고 전했다.
이러한 금전적 문제(낮은 연봉, 비싼 등록금 등)는 수의사 직업에 대한 낮은 만족도로 이어진다.
실제로 머크애니멀헬스가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한 조사(수의사 웰빙 연구)에 따르면, 오직 41%의 미국 수의사만 자신의 직업을 주변에 추천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내과의사(51%)나 일반 국민(70%)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비추천한 이유 1위는 보상문제(낮은 임금)였고, 2위는 비싼 등록금(학생 빚)과 비용 문제였다. 금전적인 이유로 수의사의 직업을 비추천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이다.
낮은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36%)도 순위권에 포함됐다.
한국 임상수의사 65% 주 6일 근무…12%는 주 7일 근무
주 10시간 이상 근무 비율 40%
낮은 워라벨로 대표되는 ‘삶의 질’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각하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이 실시한 2016 수의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임상수의사 10명 중 8명은 주 6일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주 6일 근무 비율이 64.9%, 주 7일 근무 비율이 11.9%였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도 40%였다. 7%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비키림 학생의 경우 내년부터 뉴질랜드의 한 동물병원에서 일할 예정인데, 주 3.5일 근무에 주당 근무시간은 38시간이라고 했다. 킴 힐러스 수의사는 이에 대해 “미국보다 낫다”며 미국은 한국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거나 비슷하게 일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도 확인되는 수의사의 높은 자살률
심리적 고통 받는 수의사 절반은 ‘혼자 끙끙’
직업에 대한 불만족과 낮은 삶의 질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심지어 극단적인 시도로 연결되기까지 한다.
미국과 영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의사의 자살률은 일반 국민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으며 다른 의료계열 종사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연구자들은 “자살을 통해 사망하는 비율이 일반 대중보다 의미 있게 높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어린 수의사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노르웨이와 호주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흔히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에서조차 ‘수의사의 높은 자살률’이 확인되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수의사 중에서도 동료 수의사의 자살을 경험한 참가자들이 있었다.
문제는 수의사들이 ‘자신의 힘듦’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크애니멀헬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 미국 수의사 중 오로지 절반만이 치료를 받는 등 도움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수의사는 ‘혼자 끙끙’ 앓는 것이다.
킴 힐러스 수의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가뜩이나 자살률이 높은 국가”라며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자기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하고 힘들면 주변에 말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2일 서울대에서 열린 수의사의 정신건강 세미나에서 잠시 이야기를 한 킴 힐러스 수의사. 미국의 상황을 소개하면서 “수의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동물환자를 살릴 수도 없고, 모든 보호자를 기쁘게 할 수도 없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흘려보내라”고 조언했다.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동물병원, 매주 1시간씩 ‘고민 토론’
우리나라 수의계에도 절실한 ‘멘토링 프로그램’
한국 상황 고려했을 때 협회·정부에서 나설 필요 있어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우선, 수의계 내부에서 이러한 고민을 서로 나누고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킴 힐러스 수의사에 따르면,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동물병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1시간씩 ‘고민 토론’ 시간을 운영한다고 한다. 동물병원의 모든 스텝이 참여해 ‘힘들게 했던 보호자’, ‘동물의 안락사로 인한 스트레스’, ‘돈 관련 문제’ 등을 터놓고 얘기하고, 다 같이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또한, 미국의 대형동물병원(주로 대학동물병원)에서는 사회복지사(social worker)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호자와의 문제가 생겼을 때 수의사가 모든 부담을 지고 혼자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수의사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함께 얘기를 나누며 문제를 풀어나간다.
킴 힐러스 수의사는 “감정을 공유하고, 슬픔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복지사 고용은 작은 동물병원에서 하기 어렵지만, 매주 1시간씩 고민을 나누는 것은 모든 동물병원에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협회나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비키림 학생은 “수의사 연수교육을 할 때 정신건강 교육과 자살 예방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협회 차원에서 익명으로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전문가를 연결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수의사가 협회에 연락하면, 협회에서 공인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연결해주고 상담비용을 협회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가 ‘수의사 직업군이나 수의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 그러면 상담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수의사협회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수의사와 수의계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시행하고 인증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반면, The riptide project처럼 정식 인증 과정이 없이 ‘자발적으로 지원한 멘토’를 ‘멘티’와 연결해주는 방법은 한국 여건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검증되지 않는 멘토에 대한 불안감, 일부 멘토에 대한 불만 등으로 멘토링 프로그램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현장 중심의 수의학교육 졸업역량 및 학습성과 개발’과제 연구팀(책임연구원 류판동)이 전국의 수의사 및 수의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의학교육 학습성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에서 진행중인 이번 연구는 수의학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익혀야 할 역량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 역량은 크게 ▲수의학적 개념과 원리 ▲수의진료 ▲수의전문직업성으로 분류했다. 이는 각각 ▲과학적 개념과 원리 ▲진료역량 ▲사람과 사회로 의사의 역량을 구분한 의과대학의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와 유사한 체계다.
연구진이 작성한 임상증상별 학습성과 초안 중 일부 발췌. 질병명이 아닌 증상별 접근법에 초점을 맞췄다.
거꾸로 였던 대학교육과 임상현장..’증상’ 기준으로 순서 맞추자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익혀야 할 진료역량을 임상표현형(증상)으로 구분한 점이다. 질병명을 기준으로 교과과정을 진행하는 전통적인 임상교육 방식을 뒤집은 것이다.
이제껏 수의대의 임상교육은 병명이나 원인체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과서의 기술방식처럼 각 질병별로 나누어 원인체, 증상, 진단, 치료법을 차례로 교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는 질병의 정체를 숨긴 채 부분적인 증상만 보여준다. 병력청취와 각종 검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 질병의 원인을 감별진단 해내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다.
환자의 주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적합한 문진,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가장 효율적인 검사 및 치료계획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질병명’을 제목으로 배운 지식을 뒤집어 활용하는 능력은 이제껏 대학교육보다 수의사 개인의 수련이나 경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수의과대학의 임상교육도 실제 동물병원에서 환자를 만나 진료하는 순서대로, 즉 출발점을 ‘증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수의사로서 진료 현장에서 흔히 접하거나, 초기 단계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임상증상 65개를 선정해 ‘수의진료역량 학습성과 초안’을 마련했다.
10개 수의과대학 모두에서 최소한 아래 증상에 대응할 수 있는 수의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초안의 65개 임상증상 외에도 반드시 배워야 할 추가 대상이 있는지, 증상 기반 교육을 수의대 현장에 실제로 접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조사한다.
갓 졸업한 수의사도 반드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임상증상 65개를 선별했다. 이는 대학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내용과 상통한다.
꼭 배워야 할 임상증상 정한 다음엔..진료수행지침·임상술기지침으로 세부화
이번 연구를 통해 수의과대학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임상증상이 확정된 후에는 각 증상별로 검사와 감별진단, 치료계획수립 등을 세부 학습목표로 세우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러한 세부 학습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진료수행지침(CPX)와 임상술기지침(OSCE)도 마련해야 한다.
가령 ‘구역질/역류/구토(이하 구토)’에 대해서는 ▲위장관의 이상 ▲구토의 신경생리학적 기전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구토 ▲원인감별을 위한 영상검사 선택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선택 등이 세부 학습목표로 제시될 수 있다.
이를 익히기 위해 위장관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해부·생리학적 지식과 병리학적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의대에서 가르치고 의사국가시험에서 평가하는 진료수행지침(CPX). 주요 증상별 스키마와 문진, 신체검사, 환자교육 등 기본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수의대에서 증상 대응에 초점을 맞춰 임상교육을 실시하고, 해당 역량을 갖춘 수의사가 배출될 수 있도록 수의사 국가시험에 반영하는 것이 로드맵이다.
추후에는 환자의 주증에 따른 문제해결의 과정을 구조화한 스키마(SCHEME)를 구성하고 그에 따라 병력청취-신체검사-추가적인 진단검사-환자교육으로 이어지는 진료수행지침(CPX)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임상술기(OSCE)를 교육할 자료를 제작하는 것도 과제다.
최종적으로 이 같은 학습성과별 진료수행지침과 임상술기를 평가하는 실기시험을 수의사 국가시험에 적용하면, 졸업하자마자 진료할 수 있는 역량(Day 1 competency)을 갖춘 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처럼 수의과대학 교육개선의 출발점이 될 이번 연구성과를 개선하는 이번 설문조사는 오는 12월 14일(금)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국내 활동 중인 수의사나 수의과대학 재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약 5분 정도 소요된다.
소이독 재단(Soi Dog Foundation, 이하 ‘소이독’)은 2003년 태국 푸켓에 설립된 동물 복지 재단입니다.
태국의 경우 길고양이는 물론 들개들이 많은 편인데, 관리 및 개체 조절이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이독은 이러한 배경 하에 푸켓의 들개와 길고양이들의 열악한 상태에 안타까움을 느낀 영국인 부부에 의해 2003년 설립되었습니다.
열 마리 남짓을 수용하던 작은 보호소에서 시작한 소이독은 현재 개 650마리 이상, 고양이 170마리 이상을 보호하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보호소로 발전하였습니다.
또한, 푸켓의 보호소를 중심으로 방콕에 중성화 지부 2개에 더해 국경 지역에도 불법 개고기 무역을 구조하기 위한 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의 보호소와의 협약 및 교육, 국제적인 개 식용 금지 및 동물 복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1년 예산이 40억 원이 넘어가고, 수용 동물이 1천 마리가 넘는 구조 및 보호 센터. 매년 소이독에는 전 세계에서 봉사자들이 찾아옵니다. 태국의 보호소이긴 하지만, 직원들의 절반 이상은 서구권에서 온 외국인들이고, 봉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거의 전부가 호주나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개와 고양이를 관리하는 방식이 굉장히 체계적임과 동시에 행동학 전문가를 고용할 정도로 동물 행동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풍부한 점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개의 경우 18개의 런(Run) 이라고 불리 우는 구역에 각 20마리 정도가 머무르며 각 구역에는 10 여개 1평 남짓한 켄넬이 마련 되어 1-2마리 정도 씩 분리하여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급여하거나, 관리자가 퇴근한 이후에는 이러한 켄넬에 분리하여 수용하며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합니다.
낮 동안 20여 마리의 개들이 함께 이용하는 메인 공간에는 몸을 숨기거나 타고 오르며 놀 수 있는 행동 풍부화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각 런에는 전 세계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배정됩니다. 봉사자는 구역 내의 개들과 놀거나, 산책을 나가며 들개나 유기견 출신의 개들의 사회화를 유도합니다.
20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만큼 배설물도 있고 싸움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지만 노련한 상주 직원에 의해 관리됩니다. 만약 지속해서 다른 개들과 문제를 일으키는 개체가 있다면 행동학자의 상의 후 다른 런으로 이동시키거나 개인 켄넬에 분리하는 time-out 제도를 사용합니다.
고양이 역시 분리된 화장실, 여러 개의 캣 타워 및 장난감, 건물의 내 외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곳에 머무르면서 봉사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사회화 됩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개와 고양이들은 보다 수월하게 국/내외 입양을 갈 수 있으며, 파양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물론 실습을 하며 가장 오래 머무르던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소이독에는 총 다섯 개의 동물병원 건물이 있으며 각각 메인 병원, 고양이 병원, 고양이 전염병 격리 병원, 개 전염병 격리 병원, 중성화 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건물은 몇 년 전 완공된 중앙의 메인 동물 병원으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대형견 위주의 입원장과 수술실, 영상의학실, 오염 수술실, 임상병리실, 재활 및 물리 치료실 등의 굵직한 시설들이 있습니다. 중성화를 제외하고도 매달 100여 건의 수술이 이루어집니다.
고양이 병원에는 고양이 입원장과 기본적인 처치를 할 수 있는 두 개의 처치실이 있으며, 각 격리 시설에는 파보, 디스템퍼, 범백 등의 전염설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격리되어 치료를 받습니다.
중성화 센터는 푸켓 지역에 있는 들개, 길고양이는 물론 주인이 있는 동물에 대해서 무료로 중성화를 진행하는데 매일 평균 30건의 중성화가 진행됩니다.
진료진들은 모두 정식으로 고용되어 태국의 사설 동물병원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와 연차를 받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고용되어 있는 수의사는 12명에 달하며, 수 테크니션 및 일반 직원의 수는 훨씬 더 많습니다.
입원하여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개 140여 마리, 고양이 60여 마리 이상이며, 중성화 센터에서는 경우 하루 2-40 마리의 동물들을 중성화 합니다.
기관 선택 및 기관에서 수행한 업무
작년에 일반 봉사자로 방문했던 소이독을 꼭 본과 4학년 현장 실습으로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여긴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수의사로서의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 있어 왔던 만큼 수의사가 보호소의 실질적 운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정부 기관에 의해 운영되거나, 일반 개인이 사설로 운영하거나, 동물보호단체가 운영 하는 동물 보호소의 형태는 국내에서도 보아 왔지만, 동물병원을 포함한 이 정도 규모의 보호소를 수의사가 운영하고 있는 형태는 처음 보았기 때문에 신선했습니다. 직접 병원에서 일해 보면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보다 자세하게 피부로 느껴 보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사설 동물병원 혹은 대학 동물병원과 다른 케이스와 진료를 경험하고자 하였습니다. 보호소 동물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보호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의 진료는 동물-수의사-보호자 관계에 의해 진료 방법 및 윤리적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보호자가 없는 보호소 상황에서는 그 의사결정 과정과 윤리적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보호자가 없어 병력 청취나 문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효율적 진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경험하고자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직접 동물 보호소 운영을 포함하는 동물 복지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래에 제가 운영하고 싶은 보호소의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했습니다.
소이독은 하나의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만약 설립자가 물러 나고 세대가 바뀌더라도, 만일 직원 중 누군가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남을 수 있는 시스템. 또한, 들어오는 동물의 수와 입양을 보내거나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동물의 수가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감정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전문화된 시스템입니다.
소이독의 운영 방식을 겪어보고, 그 과정에서 소이독이 겪은 시행착오를 공부하며 제가 꿈꾸는 보호소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실습 기관을 선택하였습니다.
처치실 화이트 보드
현장업무의 특성 및 실습 내용
소이독 파운데이션의 목표는 크게 (1) 동물들의 중성화 및 백신 접종 (2) 다친 동물들의 구조 및 치료 (3) 개 식용 종식 (4) 지역 사회 교육 등 4가지입니다.
그 중 제가 실습으로서 참여한 부분은 동물들의 중성화 수술 및 백신 접종, 다쳐서 입원한 동물들에 대한 처치, 응급 내원한 동물에 대한 처치 등이었습니다.
메인 병원에서 디스템퍼 사태가 일어나 방역에 예민한 상태였기 때문에 주로 고양이 병원에서 머무르며 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오전은 보통 루틴(routine)이라고 하는 과정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고양이 병원에는 두 개의 처치실과 두 개의 입원실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담당 수의사의 일을 도우며 실습을 하였습니다.
각 처치실은 하나의 입원실을 맡아 그 입원실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처치를 담당합니다. 한 입원실에서 수용하는 고양이는 약 30여 마리로,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 구더기 감염, 신장 질환 등의 이유로 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소이독은 전자 차트를 이용하는데, 환자가 처음 내원 하였을 때의 상태 및 백신 접종 기록, 검사 결과는 물론 매일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며 그 내용 및 특이 소견, 추가로 진행할 검사 일정을 차트에 기록합니다.
동물 병원 전체를 총괄하는 Dr. Ala 가 이러한 기록들을 검토하고 동물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합니다. 종종 지시를 직접 내리기도 하지만 보통은 담당 수의사의 판단을 따릅니다.
각 처치실에는 화이트 보드가 마련되어 각 입원장 번호와, 그 입원장에 있는 고양이의 이름 및 체중(매주 월요일에 체중을 다시 측정하여 기록합니다), 해야 하는 처치 내용이 있어 처치할 때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하 주사, 상처 관리, 피하 수액 처치, 귀나 입 세척, 약물 처치 등의 업무를 도우며 오전 시간을 보냈습니다.
Intake 화이트보드
가끔은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는데 이를 ‘intake’ 라고 합니다. 환자는 먼저 메인 병원에 위치한 접수처에서 차트 번호와 이름을 부여받아 병원으로 옵니다.
그러면 수의사는 환자의 체중과 체온을 측정한 뒤 신체검사 및 채혈을 진행합니다. 특히 FIV, FeLV 같은 전염성 질병에 대한 키트 검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합니다. 만약 최초 신고자가 있다면 환자의 히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이후 환자의 체온이 정상이라면 우선 백신 접종 및 구충을 하고, 마이크로칩을 삽입합니다. 그리고 수액 처치 혹은 상처 드레싱 등 당장 할 수 있는 처치를 진행하고 임상 병리 검사 결과를 기다리거나 영상 검사를 위해 메인 병원으로 갑니다.
만약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입원장을 배정하여야 하는데 만약 소이독에 더 이상 남는 입원장이 없다면 협약이 되어있는 지역 사설 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게 합니다. 이 경우 비용을 소이독이 병원 측에 지불합니다.
주로 고양이 병원에서 루틴을 도왔지만, 수술이 있는 날에는 메인 병원에서 수술을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메인 병원에는 호흡 마취 기계가 있는 수술실이 있어 정형 수술을 포함한 다양한 수술을 진행하는데, 종양 제거 및 생검, 탐색적 개복술, 외상 봉합과 같은 연부조직 수술은 물론 다리 절단, 골반 골절 수술, FHNO 등 정형외과 수술, 안구 적출 등 다양한 수술들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주로 중성화 센터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성화 센터에는 다음 사진과 같이 여러 개의 수술대가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개의 수술을 진행할 수 있으며, 바늘과 실 일체형 제품이 아니라, 실과 바늘이 분리된 형태의 제품을 쓰는 것이 독특하였습니다.
또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푸켓의 정부 운영 보호소로 파견을 나가기도 하는데, 마침 제가 실습을 한 기간에 매년 한 번 있는 백신 접종날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 동안 600마리의 개를 접종하고 구충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 보호소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수용된 동물의 수 파악이 정확하게 이루어 지지 않는 상태이고 청소 및 시설 관리 상태도 열악합니다.
무엇보다 수의사가 없기 때문에 소이독 파운데이션은 정부 운영 보호소와 협약하여 매 주 1회 수의사 1명을 파견하여 그 곳 동물들을 치료합니다. 그리고 만약 수술이 필요한 상태의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을 소이독으로 데려오기도 합니다.
소이독 진료 관계자들은 정부 보호소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며, 관리 및 방역 상태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습 성과
1) 다양한 진료 경험 및 공부
실습 내용은 담당 수의사가 지시하는 처치를 수행하며 배우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케이스에 대해서는 함께 상의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함께 리서치를 하고 책을 찾아보기도 하였고, 진단이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환자의 경우 숙소에 돌아가 자료를 찾으며 그 병명이 무엇이고, 어떠한 치료 플랜을 짜야하는지 공부해 보았습니다.
특히 안과 관련 환자의 경우 흔치 않은 만큼 담당 수의사가 고전하는 일이 많았는데, 마침 학교 로테이션 실습을 돌 때 안과에 흥미를 가지고 꽤 열심히 공부했던 덕에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는 양안의 심한 각막 궤양을 주증으로 내원하였던 Rudd라는 케이스(아래 사진)입니다.
언뜻 보아도 그 상태가 매우 심각하였고, 환자의 통증 반응도 굉장히 심했기 때문에, 소이독 측에서는 궤양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수의사는 외상에 의한 궤양이라고 판단하였지만,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단순 외상이라고 하기에는 양안에 대칭적으로 병변이 생긴 것이 석연치 않았고, 무엇보다 각막뿐 아니라 결막, 눈꺼풀 등 모든 부위에서 심한 염증이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외상이 아닌 전신적 감염에 의한 염증 및 각막부종, 궤양이라고 진단하였고 제 의견을 수의사에게 제시하여 결국 진단 및 치료 계획을 제가 제시한 방향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직접 공부하고 수의사와 토론하는 경험에서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주도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2)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의 교류
소이독 파운데이션의 경우 미국, 캐나다, 영국 수의대 학생들에게서 실습 장소로 인기가 많아 실습은 최소 6개월 전에 신청해야 할 정도입니다.
제가 실습을 돌 때에도 저 뿐 아니라 영국 노팅엄 대학교에서 온 두 명의 다른 학생과 함께 실습을 하였습니다. 영국의 수의대 학생들은 어떠한 생활을 하고 어떤 교육을 받는지, 그 곳에서 수의사로서의 커리어는 어떤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것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의대 실습생 외에도 서양권에서 온 일반 봉사자들도 많았는데, 봉사를 하러 지구 반대편까지 온 사람들인 만큼 동물 복지 및 보호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태국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동물복지에 대해, 그리고 보호소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다른 나라는 어떤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깨우침을 얻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3) 동물병원 운영 방식
소이독은 규모가 굉장히 큰 기관입니다. 창립자는 직접 경영하기 보다는 대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홍보팀 및 입양 관리팀, 봉사자 관리 팀이 있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보호소 및 동물병원의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것은 Dr. Ala 라는 폴란드인 수의사입니다. Dr. Ala는 영국 및 폴란드에서 동물병원 근무, 개인 동물병원 운영, 폴란드의 보호소 근무 등의 경력이 있으며, 소이독이 스카웃하여 4년 째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수의사입니다.
Dr. Ala는 직접 진료를 하기 보다는 동물들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물 병원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동물 병원을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센스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보호소 동물에 대해 삶의 질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을 보이는 것이 신선하였습니다, Dr. Ala의 경우 보호소 동물이라도 이름을 가져야 하고, 통증에서 자유로운 것은 물론, 충분한 놀이 시간과 삶의 질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며 구조한 동물이 평생을 보호소에서 그저 목숨만 부지하는 것이 보호소의 목표가 되면 안 되며, 입양을 보내는 것이 옳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보호소 디자인 자체를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다른 동물들과 교류할 수 있게 하였으며, 봉사자들이 동물들과 놀아주거나 산책을 시키며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개의 경우, 넓은 풀 밭에서 목 줄 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그 결과 실제로 개, 고양이 할 것 없이 이 곳에서 머물고 있는 동물들은 상당히 행복해 보입니다.
4) 보호소 운영에 중요한 점
먼저 전염병 관리 및 방역입니다. 보호소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염성 병원체에 노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근무하는 사람들의 동선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단순한 외상, 혹은 중성화 수술을 위해 내원하였다가 파보 바이러스나 디스템퍼, FeLV에 감염되는 케이스가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보호소의 경우 치료 수준을 높이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전염성 질병에 대한 예방 및 방역이라는 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또한, 이후에 진료진들의 동선을 바꾸는 것이 굉장히 까다로운 만큼 처음 보호소 건축방향을 계획할 때, 보호소가 이후에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발전 계획을 만들어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도움일 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인사에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를 느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점이었습니다. 수의사에 대한 대우를 충분히 하면서도 운영자가 담당 수의사의 진단 및 처치를 늘 존중한다는 점을 충분히 표현하여, 만약 운영을 맡은 수의사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을 때에도 담당 수의사들이 기분 상해하지 않고 그 의견을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상호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 기본이라 느꼈습니다.
고용된 수의사들은 의욕적으로 일하며, 단순히 유기 동물이 불쌍하다는 봉사 정신이 아니라, 본인의 직업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때 지속 가능한 보호소 동물병원의 운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 수의사들이 운영을 맡은 수의사를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운영 수의사의 수의학적 지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실습 기간 4주는 소이독의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와 다양한 경험들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응원해준 소이독,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다시금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이 11월 29일 해부실습실 준공식을 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정종태 수의대 학장, 수의해부학 신태균 교수, A&S 한영훈 대표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경과보고, 준공 기념 테이프 커팅, 해부실 시설 관찰 및 시연 순으로 진행됐다.
신태균 교수는 “다른 대학에 비해 조금 늦지만, 작년 3월 23일 국립대학 경비예산편성을 위한 기초자료를 재정과를 통해 제출했고, 12월 26일 특이 소요사업 예산이 확정되어 올해 8월 17일 준공했다. 이후 여러 사항을 점검하고 완벽하게 설치하여 이렇게 준공식을 하게 되었다. ”라고 전했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해부실습실은 지난 2014년 수의학관 신축 시 새로 조성되었으나, 환기 시설 부족 및 효율성 저하로 시설 사용이 어려웠다. 이에 학생들은 신축 수의학관이 아닌 구 실습실을 이용했다.
이번에 새로 준공된 해부실습실은 해부체(동물사체)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 가스를 강력하게 흡입·배기하는 특수 테이블과 실내에 가두는 유해 가스를 제거하는 자동 환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해부실습실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원들의 건강을 지키며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준공식 참석자들이 새롭게 준공된 해부실습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체 보관함도 유해 가스 발생 저감을 위해 스테인리스 재질의 전용 사체 보관함으로 교체됐다. 기존 사체 보관함은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어 밀폐가 불완전하여 실습실 내 포르말린이 상재되어 있었던 불편함이 있었다.
제주대 수의대 본과 1학년 박민석 학우는 “새로운 해부학 실습실이 예비 수의사들이 갖추어야 할 초석을 다지고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새롭게 준공된 제주대 해부실습실은 해부학 실습을 포함하여 비교해부학 실습 등 수의학과 재학생이면 누구라도 원할 때 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