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가 9월 25일(수) 김천 본부 생물안전연구3동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번 세미나에는 국내외에서 ASF 백신 개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코미팜, 케어사이드, 중앙백신연구소·아비넥스트가 모두 참여해 최신 현황을 공유했다.
코미팜은 필리핀에서 대규모 야외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케어사이드는 새롭게 선발한 백신후보주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중앙백신연구소는 베트남에서 미끼백신 개발을 위한 경구 투약을 포함해 다양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강동윤 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장은 “최근 들어 실험실 수준을 넘어 백신후보주 연구가 활발해진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코미팜, 필리핀 야외임상 순항
케어사이드, 새 백신후보주 가능성 확인
중앙백신연구소, 베트남서 미끼백신 포함 개발 연구 박차
코미팜은 미국 농무부(USDA)에서 분양받은 ΔI177L/ΔLVR주를 백신후보주로 선정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개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서정향 코미팜 연구소장이 이날 관련 현황을 소개했다.
코미팜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올해 5월 총회에서 개정한 ASF 백신 가이드라인에 맞춰 6월부터 병원성 복귀 시험을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5차 계대까지 병원성이 복귀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야 하는데, 세미나 당일까지 진행 중인 시험에서 병원성 복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진행되고 있는 야외임상시험 현황도 눈길을 끌었다. 백신접종군 50두, 대조군 50두로 구성된 임상시험의 중간 결과를 공유했다.
서정향 소장은 “필리핀 현지 농장의 차단방역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며 “필리핀 정부 당국이 돈사의 내부 위생상태 및 개체들에 대한 검사를 벌여 통과해야만 실험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백신후보주 접종 후 3주차까지 ASF 관련 증상이나 증체에서의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3주차까지 백신접종군 100%가 ELISA 검사에서 항체 양성으로 전환됐다. 대조군은 모든 검사에서 음성을 유지했다.
향후 현지 정부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공격접종 시험을 실시하는 것을 과제로 지목했다. 아울러 최근 베트남 정부로부터도 임상시험용 ASF 백신 수입허가를 획득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케어사이드 부설 연구소의 송민경 박사는 스페인 CSIC 요란다 레비야 박사팀과 추진하고 있는 ASF 백신 개발연구 동향을 전했다.
안전성·방어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병원성 복귀 문제가 포착됐던 기존 후보주 대신 새롭게 발굴한 백신후보주(C4N)에 대한 가능성을 소개했다.
올해 새 백신후보주를 대상으로 벌인 초기 실험 결과 고용량 접종군에서 안전성·방어능 모두 확인됐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후보주에서 문제가 됐던 병원성 복귀 측면에서도, 역계대 시험에서 ASF 관련 증상은 물론 바이러스혈증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충남대 수의대 이종수 교수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과 아비넥스트, 중앙백신연구소, 충남대 수의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후보주(ASFV-MEC-01)의 연구 현황을 전했다.
해당 후보주는 국내는 물론 베트남국립수의과학연구소(NIVR)를 통해서도 현지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백신후보주를 접종한 후 베트남 현지에서 순환하는 야외주를 공격접종하는 형태의 시험에서도 방어능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특히 멧돼지용 미끼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경구 시험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중앙백신연구소가 보유한 미끼백신 플랫폼을 통해 (ASF) 미끼백신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연자로 나선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황성윤 박사는 검역본부가 자체 개발 중인 DIVA 적용 ASF 백신 후보주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더 많은 돼지로, 더 오래 실험해보고 싶지만..
국내에서 ASF 백신 개발과 관련된 시험은 모두 생물안전3등급(BSL3) 시설에서 실시해야 한다. 혹시 모를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돼지를 이용해 동물실험을 할 수 있는 BSL3 시설이 많지 않다 보니, ASF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인프라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참가자들은 ‘더 많은 개체수로, 더 오래 실험하고 싶었지만 시설상 제약으로 불가능했다’는 아쉬움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야외 임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개발기업들은 필리핀으로, 베트남으로 떠났다. 검역본부가 ASF처럼 가축전염병 전파 우려 등으로 국내 임상시험이 어려운 경우 인허가 심사에 해외 임상시험 자료도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설령 허가를 획득한다 해도 생산 단계에서 이 문제는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ASF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실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육돼지에서도 연간 몇몇 농장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독백신의 유출 가능성과 유출 시 여파, 백신의 안전성을 더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정향 코미팜 연구소장은 “지난달 UDSA로부터 ΔLVR 백신주를 생물안전2등급(BSL2) 시설에서 취급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미국은 (해당 백신주가) 위험이 제거됐다는 과학적 판단 하에 국가적 필요성을 고려해 규제장벽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