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병원성 AI, 이번에는 잘 대응했지만..바이러스 종간 전파 감시 강화해야

‘고양이 고병원성 AI 발생, 종간 바이러스 전파 감시의 교훈’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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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한국의 고양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감염 사례를 조명하는 기고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교신저자인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김연중 박사(감염병역학)는 “일반 축산업이 아닌 목적으로 사육되는 동물 집단으로의 종간 바이러스 전파(spillover)에 대한 감시를 전세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는 동물보호시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방역당국의 감염병관리사각지대에 놓인 동물카페, 동물원, 그리고 비전형적 축산시설(밍크, 여우, 사슴, 곰 등 사육시설)을 모두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기고문에는 옥스포드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왕립수의과대, 서섹스대, 프랑스국립농림축산연구소, 홍콩시립대와 서울대 수의대가 참여했다.

 

잠재적 감염원 확인했지만..

다른 상황에서 발생한다면 포착 어려울 것’

전수검사에는 회의적 시각도

기고문은 지난 여름 서울에서 발생한 고양이 고병원성 AI 발생 사례를 종간 바이러스 전파 감시 측면에서 해석했다.

올해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용산구 소재 동물보호시설에서 5마리, 관악구 소재 시설에서 4마리가 H5N1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특히 용산구 발생시설에서는 고양이 38마리가 한 달 이내에 하루 이틀 간격으로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수의대 송대섭 교수팀에 의해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후, 방역당국은 역학조사 중 관악구 발생시설에서 수거한 오리고기 포함 사료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생산분의 해당 제품을 구매한 286명을 추적해 제품을 리콜하고, 반려묘의 임상증상 발현 여부 14일 간격으로 모니터링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겨울 고병원성AI가 발생했을 때의 오리고기로 만든 사료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긴 이르다. 정밀검사 과정에서 가금농장에 유행한 고병원성AI 바이러스와 다른 형태로 재조합된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 방역당국의 대응은 종간 바이러스 전파에 관한 감시·역학조사의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고양이의 인플루엔자 감염을 성공적으로 감지했고, 두 보호소 중 적어도 한 곳의 잠재적 감염원을 확인했으며, 이후 신속한 전파 통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다른 양상의 종간 바이러스 전파에도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했다.

고양이를 다수 보호하는 시설에서 연이은 폐사가 발생하며 포착된 이번 사례와 달리, 개별 가정의 고양이가 감염됐을 경우 AI일 가능성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방역당국의 집중감시체계 밖에 있는 동물집단에 종간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날 경우, 이른 시일 내에 감염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목했다.

본지와 별도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자는 발생상황에서 무조건 능동예찰을 늘리는 방식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고양이 고병원성 AI 발병이 확인된 후 방역당국은 다른 동물보호소나 길고양이에 대한 광범위한 검사를 시행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유입되었을 때도 전국적인 광범위한 검사가 이뤄진 바가 있다.

저자는 “위험평가에 기반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예찰에 반대한다. 그 예산은 대신 지속적인 위험평가에 쓰여야 한다. 위험 분석을 통한 우선 순위 설정은 감염병 감시와 더불어 감염병 발생 후 대응에도 무척 중요하다”면서 “가축 감염병 발생 후 종종 진행되는 전수검사 형태의 정책이 과연 한정된 방역자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에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동물 건강기록관리·교육 강화해야

위험한 경로는 규제 강화도 방법

돼지에 잔반 위험하듯, 고양이에 생 가금육도 위험할 수 있다

저자는 종간 바이러스 전파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일반 축산업이 아닌 목적으로 사육되는 동물 집단에서의 건강기록관리를 체계화하고, 특이한 임상증상이나 추세를 조기에 보고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역당국이 보고에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관계자들을 교육하며, 해당 시설의 동물을 진료할 수의사를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종간 전파가 보고됐거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경로에 대한 규제 강화도 대안책으로 제시했다.

가령 올해 한국과 폴란드의 고양이 고병원성 AI 감염사례에서 부적절하게 가공된(감염된) 생 가금육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만큼, 고양이과 동물에게 익히지 않은 가금육 급여를 원천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고병원성 AI가 지속적으로 가금농장에서 발생하는 걸 고려하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사육돼지에 남은음식물(잔반)을 급여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과도 유사하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번 고양이 고병원성 AI 감염사례가 종간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을 보여주며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며 “종간 전파가 이미 발생했거나 위험이 높은 접점을 위험분석을 통해 파악해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제한된 자원을 할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기고문 전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 고병원성 AI, 이번에는 잘 대응했지만..바이러스 종간 전파 감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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