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한 나라만 잘한다고 막을 수 없다

식약처,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국제 컨퍼런스 개최..데이터&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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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돼지, 닭은 물론 사과나 참깨를 재배하는데도 항생제가 쓰인다. 환경에 뿌린 항생제가 흘러 들어간 물은 대륙을 지나고, 농∙축산물은 국제적으로 사고 팔린다.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이 강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 대응의 핵심으로 데이터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식품유래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7일과 28일 양일간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 호텔에서 제2차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국제 컨퍼런스(MFDS GCFA)를 개최했다.

한국 의장국으로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대응 전략 만들었지만..

이제는 실행이 관건

식품 관련 국제적 표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최근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한국이 CODEX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 의장국을 맡아 가이드 마련을 주도했다. 박용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국제 논의를 이끌었다.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한 국제 노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실행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기구가 좋은 전략을 제시해도, 각국이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적인 항생제 사용량(AMU) 감시, 항생제 내성(AMR) 감시 정책을 펼칠 여력이 있는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은 지역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 식약처가 UN식량농업기구(FAO)와 업무협약을 맺고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 개발도상국의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대응을 돕기 위해 2025년까지 1천만불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이스맛 카셈 조지아대학 교수는 “항생제 내성에는 국경이 없다. 어느 한 나라만 잘 잘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톰 하일런트 CODEX 사무총장

항생제 사용 관리할 ‘증거기반’ 정책이 목표”

데이터는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식품유래 원인의 비중도 과학적으로 살펴야

컨퍼런스에 모인 전문가들은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데이터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캐나다 공중보건국 캐롤리 칼슨 수의사는 “사람과 농축산물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항생제 사용을 관리하기 위한 ‘증거기반’ 정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닭고기에서 검출된 살모넬라균의 세프티오퍼 내성과 육계농장의 세프티오퍼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캐나다 사례도 소개했다.

2005년 육계업계가 자발적인 사용 중단을 결의하며 사용량과 내성이 감소했지만, 수년이 지나면서 다시 문제가 커지자 2014년 해당 항생제의 예방적 사용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데 이르렀다.

이처럼 업계의 변화나 제도 정비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칼슨 수의사는 “감시 데이터는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에서 식품유래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것도 데이터의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사람에서 항생제 내성이 심각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라며 “식품에서 유래한 내성균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과학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소득국가에서 항생제 내성 관련 농축산물 지불의사액 연구를 소개한 아먀즈 몰레디나 우스터대 경제학 교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도 강조됐다. 정책 당국자나 수의사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알고 공감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식품위생 전문가가 아닌 경제학자가 ‘저소득 국가 소비자도 더 비싼 무항생제 유기농 농축산물을 구입하려 할까’를 조명한 지불의사액(willing to pay) 연구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용호 명예교수는 “항생제 내성 대응에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항생제를 쓰는 농장주는 물론 소비자까지 내성 문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한 나라만 잘한다고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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