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농장·지자체는 고병원성 AI 백신 원한다‥본격 논의 신호탄

양계협회 고병원성 AI 백신 토론회 개최

등록 : 2021.05.10 11:25:10   수정 : 2021.05.10 11:25:43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국내 가금에 고병원성 AI 백신을 접종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양계협회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살처분 규모가 산업의 위협하고 있다’며 백신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백신도입의 열쇠를 쥔 방역당국은 여전히 신중론이다.

대한양계협회는 7일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고병원성 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역대책 중에서도 고병원성 AI 백신에 초점을 맞췄다.

살처분 정책 부작용과 AI 백신 도입 필요성을 지목한
이홍재 양계협회장과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

살처분·이동제한 반복, 양계산업 위협

경기도, 5년마다 전체 사육두수만큼 살처분 ‘산업기반 무너질라‘ 위기의식

이날 직접 발제에 나선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살처분 중심의) 기존 방역정책으로는 더 이상 양계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3년 주기로 터지는 고병원성 AI와 그에 따른 방역정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병아리에서 닭으로 자라 알을 낳다 도태되는 산란계의 사육주기는 2년 안팎이다. AI 반복 주기와 겹친다. 대규모 살처분 이후에 한꺼번에 닭을 다시 기르기 시작하고, 안정화될 때쯤이면 다시 AI가 찾아오다 보니 달걀 수급은 요동친다.

행정명령 형태로 강제되는 차단방역 조치도 달걀 생산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 겨울에도 AI 수평전파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백신접종팀의 농장 출입 금지조치가 반복됐는데, 그로 인해 저병원성 AI나 닭전염성기관지염(IB) 백신 관리가 미흡해져 생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홍재 회장은 “AI로 인해 심하면 전체 산란계의 40%까지 살처분된다. 달걀 생산이 산과 골을 이루며 요동친다. 농가 간 빈익빈부익부도 심화된다”며 “AI 잡으려다 산란계 산업이 뿌리 채 넘어갈 판”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살처분 규모가 너무 컸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겨울 H5N8형 고병원성 AI로 경기도에서만 1,500만여수가 살처분됐다. 이중 산란계 살처분만 1,100만여수에 달한다.

김종훈 과장은 “5년간 경기도에서 살처분된 닭만 3,500만여수다. 경기도 전체 사육두수만큼이다”면서 “5년마다 가금 전체를 없애는 방역이 바람직한 지 의문이다. 현재 방역시스템이라면 경기도에서는 산란계를 사육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살처분으로 인한 재정소요도 크다. 경기도에서만 지난 겨울 살처분보상금과 매몰비용에 1,300여억원이 투입된 걸로 추산된다.

충북 음성에서 육계를 기르는 이상정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은 “충북 음성군은 1년 예비비의 절반이 넘는 예산을 살처분으로 소모했다”며 “예살 범위를 늘린 중앙정부가 예산 부담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살처분 중심 방역정책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백신 도입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종훈 과장은 “경기도만이라도 위험지역의 산란계와 종계에 AI 백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재홍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도 “지난 겨울 예방적 살처분으로만 2천만여수가 매몰됐다.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백신에 대한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신 쓰면 인체감염 위험 높아진다? 어차피 변이는 국외에서 일어나는데..

2017년 정부는 민관합동 TF를 거쳐 AI 백신 항원뱅크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도 3천만수를 훌쩍 넘는 가금이 살처분되면서 백신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항원뱅크는 만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백신을 사용하면 청정국 지위를 잃어 가금산물 수출이 불가능해지고, 바이러스가 상재화되며 변이도 빨라져 인체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우려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송창선 건국대 교수는 AI 바이러스의 주요 변이는 주로 백신과 무관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송 교수는 “중국(백신접종국)에는 다양한 AI 바이러스가 존재하지만, 이는 백신에 의해서라기 보단 오리 등 백신 미접종 가금에서 여러 바이러스가 순환·교차감염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백신을 쓰면 바이러스 교차감염 가능성을 줄여 변이는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연구원장도 “백신접종으로 바이러스의 점변이(point mutation)는 늘어날 수 있지만, 유전자가 치환되는 대변이(antigenic shift)는 백신접종과 무관하게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어차피 중국이나 시베리아에서 야생조류·오리류 사이의 순환감염으로 변이가 일어나 2~3년마다 국내에 유입되는 상황에서, 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있는 백신접종발 변이 가능성을 먼저 걱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백신으로 인한 상재화 우려도 반박했다. 백신을 접종하면 AI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배출량이 100분의 1로 줄어드는데다 주변 가축도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바이러스의 재발 위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종웅 회장은 백신과 살처분을 병행하는 정책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산란계·종계 등 백신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축종에 우선 도입하고, 오리나 육계 등 백신접종이 어려운 축종은 기존의 발생 시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정부, AI 백신 신중론 여전

백신접종 타당성 검토, 살처분 방역정책 개선 투트랙 검토해야

백신접종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신중론은 여전하다.

홍기성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국내 AI 양상이나 백신개발현황을 고려하면 기존의 이동제한·살처분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살처분 정책의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개선하되, 백신접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해도 바이러스 노출을 완전히 근절할 수 없는 만큼, 방역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채 순환감염이 유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인체감염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이 도입되면 농가의 차단방역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는 AI 발생 시 폐사증가 등 증상이 발견되면 조기에 신고를 접수하는데 반해, 백신을 사용하면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백신에만 의존하는 형태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김재홍 연구원장도 “백신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농가 신고가 미흡해져 예찰노력도 더 요구되고, 현장의 민간전문가가 숨어 있는 감염을 찾아다녀야 한다”며 “접종만 하고 방역에 손을 놓는 순간 (상재화된) 동남아 국가처럼 갈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어렵다고만 하면 더 이상의 검토가 어렵다. 논의의 장은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년 AI 백신 TF의 논의를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그동안 AI 백신 정책에 대한 논의가 성역에 머물러왔지만 이제는 결론을 낼 단계”라며 “당장 올 겨울이라도 일정 지역에 백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살처분 정책만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긴급상황에 사용한다’는 정부의 백신 기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국내 산란계의 40%를 살처분해도 백신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묻어야 쓴다는 건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재홍 연구원장은 백신접종 타당성에 대한 전문가 검토와 살처분 방역정책의 개선방안을 투트랙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수의사회와 동물의료정책연구원은 이달 말 고병원성 AI 백신 관련 전문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