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육 없는 구제역 예방 가능할까` 구제역 백신 피내접종 물밑 부상

국산 무침주사기 아톰건 시연회..피내접종용 구제역 백신 출시가 관건

등록 : 2020.06.25 12:25:00   수정 : 2020.06.25 12:25:0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돈협회 지원으로 개발된 국산 무침주사기(분사식주사기) ‘아톰건’이 공개됐다. 음성적으로 횡행하는 구제역 백신 피내접종이 양성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톰건 개발사 ㈜리본에이전시는 24일 남산제이그랜하우스에서 시연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하태식 한돈협회장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와 기자들이 모여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24일 남산제이그랜하우스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동물용 무침주사기 아톰건을 시연하는 박선경 대표


무침주사기는 주사바늘보다 작은 구멍에 약액을 순간적으로 발사하는 장치다. 발사압력을 통해 약액 자체가 미세한 바늘 역할을 하게 돼 피부층을 뚫고 들어간다. 일반적인 근육주사에 비해 통증이 적고 주사침 공유로 인한 오염가능성도 낮다.

구제역 백신에서 피내접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상육 문제 때문이다. 근육접종된 구제역 백신으로 인해 형성된 육아종이 출하시점까지 남게 되면, 식육으로 쓸 수 없는 부위가 생긴다. 그로 인한 손실은 농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날 구제역 등 백신접종으로 인한 이상육 발생 조사결과를 소개한 박선일 교수는 “이상육 발생으로 백신 1회접종 시 연간 800~1,400억원, 2회접종 시 연간 2,9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선진브릿지랩 권성균 원장도 “구제역 백신에 의한 이상육, 주사침에 의한 오염 등으로 목심 이상육이 발생한다”며 “2018년부터 2020년초까지 목심 이상육 발생률은 꾸준히 27~37%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내접종으로도 구제역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피부조직에 존재하는 가지돌기세포(Dendritic cell)에 백신항원이 노출되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성균 원장은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연구에 따르면 근육접종용으로 허가된 구제역 백신을 피내접종할 경우 10분의 1 용량만으로 유사한 효과를 냈다”며 국내 피내접종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캄포스주 백신을 10주령과 15주령에 2회 피내접종한 결과, 캄포스주를 포함한 구제역 백신 3종을 근육접종한 것과 동일하거나 더 나은 항체양성률을 보였다. 피내접종 그룹의 항체 PI값은 23주령에도 높게 유지됐다.

이상육도 줄어들었다. 이근부 근육접종 시 이상육 비율이 45%에 달한 반면, 엉덩이에 피내접종한 그룹은 4.7%에 그쳤다.

아톰건(위)으로 주사한 약액(푸른색)이 돈육의 피부에 주사된 모습(아래)


이처럼 피내접종이 이상육 문제 없는 구제역 예방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공식화까지는 고비가 남았다.

현행 ‘구제역 예방접종·임상검사 및 확인서 휴대에 관한 고시’는 품목 허가된 접종방법에 따라 구제역 예방접종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품목 허가된 구제역 백신은 모두 근육접종 방식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의 부표에 ‘피내접종’이 포함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근육접종만 실시해야 한다.

피내접종용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구제역 백신이 국내에 시판돼야 백신 피내접종이 양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시연회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백신제조사별로 피내접종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엿보였다.

캄포스주 백신을 국내에 수출하는 아르헨티나 제조사는 이미 자국의 피내접종용 구제역 백신 품목허가를 확보하고, 한국 품목허가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나머지 업체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도 변수다. 아르헨티나의 피내접종용 구제역 백신 관련 준비작업은 현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됐다.

박선경 리본에이전시 대표는 “아톰건은 언제든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허가 취득을 완료했다”면서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양산화를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시판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업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초기에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진행해 가능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의사를 내비쳤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피내접종용 백신이 국내에서 아직 승인받지 못한 것이 문제다. 코로나19로 관련 실험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한돈협회의 자체 실험에서도 (피내접종군의) 항체양성률이 좋게 나오고 있다. 이상육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