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자이언트 판다 가족 ‘화목한 딸 부잣집’ 만든 수의사·사육사들의 숨은 노력

자이언트 판다 자연번식 유도 연구 결과 발표..코끼리·스컹크 등 다양한 동물 연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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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이하 판다) 부부 아이바오·러바오는 금실이 좋다. 2020년 푸바오, 2023년 루이바오·후이바오 쌍둥이에 이어 올해 넷째 판다를 낳았다. 3년 주기로 암컷 판다 4마리를 출산한 딸 부잣집이 됐다.

그 이면에는 에버랜드 수의사와 사육사(주키퍼)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인공수정으로 낳은 새끼는 어미가 포육을 거부할 가능성이 자연번식에 비해 높다.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자연스럽게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이유다.

에버랜드 동물병원 윤승희 원장은 동물원 판다에서 자연번식을 유도하는 후각 자극 연구 결과를 대한수의학회 학술지 KJVR에 최근 발표했다(Olfactory stimulation and house-changing as strategies to facilitate natural mating in captive giant pandas (Ailuropoda melanoleuca)).

이와 관련한 아이바오의 호르몬 수치 변화를 분석한 결과는 또다른 국제학술지 Acta Veterinaria Hungarica에 지난달 발표했다(Comparison of hormone profiles for singleton and twin births in a female giant panda).

러바오를 관찰하는 윤승희 원장

야생의 판다는 단독생활을 한다. 자연에서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의 흔적을 시각적·후각적으로 남기고, 평소에는 잘 내지 않던 소리를 내며 짝을 찾는다.

에버랜드도 단독생활을 하는 판다의 습성에 맞추어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공간을 따로 두었다.

2012년생 수컷 러바오와 2013년생 암컷 아이바오는 2018년 즈음부터 성 성숙 기미를 보였다.

윤승희 원장은 “통상 판다의 성 성숙은 4~5살에 온다고 알려져 있는데, 번식 적기는 6~7살 이후”라며 “사육사 분들의 노력 덕분에 성 성숙과 관련된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료섭취량 감소나 분변량 감소 등 성 성숙에 연관된 행동 변화를 기록에 의거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활용해 호르몬도 모니터링했다. 중국과의 협의 하에 매월 진행하는 정기 혈액검사에서 러바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변화를 잡았다. 아이바오의 소변 검체를 매일 확보해, 에버랜드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요중 estrone-3-glucuronide(E1G)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동물원 안에서도 자연 상태와 유사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인공수정으로도 임신·출산을 시도할 수 있지만, 자연번식에 비해 어미가 새끼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판다들의 행동 변화, 호르몬 모니터링을 통해 징후를 포착한 연구진은 자연번식을 유도하기 위한 후각 자극에 나섰다.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서로의 생활공간·전시장에서 약 10분 간 교대로 머무르게 조치했다. 러바오가 아이바오의 공간에서 냄새를 맡고, 그 과정에서 남은 러바오의 냄새가 아이바오에게 다시 노출되는 식이다.

후각 자극을 위한 상호 이동 전략

연구진은 사전 노출과 상호 냄새 교환, 민감화에 이르기까지 3단계로 점차 후각 자극을 강화했다. 그에 따라 번식적기도 가까워졌다. 사료섭취 감소, 물놀이·마킹 증가 등 행동 변화가 증가하는 한편 아이바오의 E1G 호르몬 수치도 점차 높아졌다. 기존 문헌에 따라 소변 E1G 농도가 최고치를 찍고 감소하는 시점을 배란 지표로 추정해 번식적기를 판정했다.

판다는 1~3월에 번식한다. 연구진이 징후를 파악해 후각 자극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도 2020년 1월이다. 지연착상이 일어나기도 해 임신기간은 3~5개월로 유동적이다. 착상시점으로부터 1달 정도 지나면 새끼가 태어난다.

윤승희 원장은 “소변의 프로제스테론 수치를 모니터링하면서 착상시점과 출산 예상 시기를 파악했다”면서 “아이바오도 기존 보고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성공적인 자연번식과 임신, 출산으로 이어졌다. 2020년 7월 태어난 푸바오는 무사히 자라,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연구진은 2023년에도 유사한 후각 자극 전략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2020년 푸바오 임신 당시보다 공간 교환은 제한적으로 시행됐다. 2020년에 비해 호르몬 수치나 행동 변화의 정도가 낮았지만, 임신·출산은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루이바오·후이바오 쌍둥이가 태어났다.

전시장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러바오

‘종 보전’은 동물원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야생에서 서식지가 줄고 멸종위기에 직면한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개체수를 늘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dangered, EN)’ 단계였던 판다는 2016년 ‘취약(Vulnerable, VU)’으로 상향됐다. 중국 현지의 밀렵 단속, 서식지 복원 노력과 함께 개체수도 늘었기 때문이다.

윤승희 원장은 “판다 보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국자이언트판다연구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에버랜드에서 매년 중국으로 연수를 보내는데, 소변 호르몬 모니터링도 그렇게 도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 원장은 “(판다 번식과 관련해) 자료가 부족하고, 해외 동물원도 다들 환경이 다양하다 보니 공통적인 참고 요소를 찾기 어려워 힘들었다”면서도 중국과 일본 등을 직접 방문하여 노하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사육사와의 협력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윤 원장은 “동물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관리다. 판다들의 행동, 사양 관리에 대한 기초 정보를 탄탄하게 만들어주셨다”면서 “호르몬 모니터링을 위해 매일 진행하는 소변 채취부터 사육사 분들의 역할이다.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의 아시아 코끼리

에버랜드 동물병원 진료진은 판다 외에도 다양한 동물의 진료, 번식에 대한 연구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는 대한수의학회 학술지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JVS)에 아시아 코끼리의 머스트(musth) 행동(제1저자 윤승희), 줄무늬스컹크의 신장 기능 모니터링을 위한 SDMA 활용 연구 결과(제1저자 정은)를 발표했다.

‘머스트’는 수컷 코끼리의 성 성숙과 관련된 행동 변화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하면서 수주에서 수개월간 지속된다. 에버랜드에는 35살인 수컷 ‘코식이’와 17살인 수컷 ‘우다라’가 암컷 ‘하티’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연구진은 성 성숙 시기가 도래한 ‘우다라’에서 머스트 행동이 억제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주목했다.

아직 판다처럼 동물원 내에서 번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시아 코끼리는 IUCN 적색목록 위기(EN) 단계인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윤승희 원장은 “(코끼리의 번식은) 에버랜드에서는 현재 시도하고 있지 않지만, 국내 동물원에서도 사례가 있다. 해외에서는 동물원 간의 번식 교류도 활발하다”면서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에서도 최근 생물다양성분과를 만들어 국내 동물원 사자의 혈통서를 구축하는 등 관련 노력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쌍봉낙타의 부신 종양 증례, 동물원 내 환경변화·교육과 연계한 스트레스 저감 약물(트라조돈) 활용, 황금원숭이의 장내미생물총 분석 등 연구 논문 발표도 이어간다.

동물원 동물들의 기초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인공지능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윤승희 원장은 “국내에는 동물원 동물에 대한 연구 자료가 많이 없다. 한 동물종에 하나 정도는 논문을 내는 것이 목표”라며 “동료 수의사들과 매년 최소 1편의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버랜드 자이언트 판다 가족 ‘화목한 딸 부잣집’ 만든 수의사·사육사들의 숨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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