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준 약으로 자기치료한 고양이 알고보니 `범백`,주인도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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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양이 보호자가 약국에서 판매한 동물용의약품 주사제로 고양이에게 자가치료 실시했다. 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동물병원을 찾았고, 동물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범백혈구감소증’이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주인의 진료행위)가 금지된 이후 발생한 일이므로 보호자는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 진료행위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보호자는 약사의 말을 듣고 약사가 판매한 약으로 주사를 놨을 뿐이다. 과연 이를 보호자의 잘못으로 볼 수 있을까? 혹시 보호자 역시 피해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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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A씨는 5개월령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다. A씨는 70대 노인으로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런 A씨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 그 이상이다.

11월 초, A씨의 고양이가 3일정도 식욕 부진 증상을 보였다. 걱정이 된 A씨는 가까운 약국에 가서 상황을 얘기했고, 약사는 위장관 기능이상에 사용하는 동물용의약품 주사제를 판매했다. 용량까지 적어줬다.

하지만 주사를 맞고도 고양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A씨는 해당 약국에 재방문하여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약사가 동물용 항생제 주사제를 건넸다. 역시 용량까지 적어줬다. 그러나 역시 고양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A씨는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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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검사 결과 해당 고양이는 범백혈구감소증(일명 범백)으로 진단됐다. 

‘범백혈구감소증’은 고양이 파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 또한 높다. 진단 시점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실시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질병이다. 그러나 해당 고양이는 약사의 판단에 따라 며칠간 위장관 관련 주사제와 항생제 주사 치료를 받았다.

A씨의 고양이를 진료한 B원장은 “전염병을 모르고 대처했던 상황이 위험하긴 했으나, 다행히 현재는 증상이 개선되어 식욕이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B원장은 이번 사례에 대해 A씨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B원장은 “자가진료를 통한 부작용 사례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자가진료는 주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비전문적인 진료를 실시한 것인데, 이번 사례는 전문직업군인 약사를 믿고 약사의 지시에 따라 투약을 한 경우다. 오히려 약품의 오용에 의해 동물은 물론, 주인도 피해를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A씨는 자신의 행동이 수의사법 위반인지 아닌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없는지 깊은 고민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전문직업인인 ‘약사’의 지시에 따라 그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B원장은 “자가진료라기보다 다른 전문직업군에 의한 의료간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약사가 판매한 항생제…11월 1일부터 수의사처방대상 약품 성분…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했다면 ‘불법’

심지어 약사가 두 번째로 판매한 주사용 항생제 성분은 11월 1일부터 수의사 처방대상약품 성분으로 지정된 성분이다. 즉,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하면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인 것이다.

 
올해 7월 1일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동물에 대한 주인의 진료행위)가 금지됐다. 따라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주인의 진료행위는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진료행위 금지)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을 처방전 없이 판매한 경우를 제외하면) 약을 판매한 약사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약을 판매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약사의 지시에 따라 시키는 대로 자가치료를 한 사람은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

과연 반려동물 보호자는 범법자인가, 아니면 또 다른 피해자인가.

약국서 준 약으로 자기치료한 고양이 알고보니 `범백`,주인도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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