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졌다…동물병원 전용제품 온라인 판매 손들어준 공정위

가격 유지 요청한 리퓨어헬스케어에 시정명령

등록 : 2023.05.10 08:25:15   수정 : 2023.05.10 08:33:52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동료의식과 전문가의 자존심을 져버리고 동물병원 전용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수의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가격 준수를 요청한 업체에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는 “리퓨어헬스케어㈜가 대리점과 동물병원에 반려동물용 제품을 공급하면서 판매가격을 지정하고 그 가격을 준수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반려동물용 사료, 의약품 등을 수입·판매하는 리퓨어헬스케어(구 비엘엔에이치)는 2011년경부터 2022년 9월까지 대리점과 동물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재판매가격이 기재된 ‘제품별 공급가격표’를 제공하고 소비자 판매가 준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수시로 대리점과 동물병원의 판매가격 준수 여부를 점검했고, 적발되는 경우 가격조정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제품 공급중단이나 계약해지 등의 불이익 제공을 시사하였으며, 일부 동물병원에 대해서는 제품공급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시정명령 부과 이유를 전했다.

이러한 공정위 시정명령에 대해 리퓨어헬스케어는 2022년 9월 대리점계약서에서 문제가 된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재판매가격 자율화 방침을 공표하는 등 법 위반 내용을 자진시정했다.

@공정위

공정위는 “대리점 및 동물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거래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반려동물 제품 시장의 가격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들이 더욱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용의약외품, 처방식 사료 등 유통관리 쉽지 않아

수의사가 빼돌리면 사실상 유통 지킬 방법 없어

이번 공정위 시정명령은 ‘판매가격 준수 강제’에 대한 것이지만, 사실상 온라인 유통 동물병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온라인 배송이 불법인 동물용의약품과 달리, 의약외품이나 처방식 사료의 경우 사실상 온라인 판매가 불법이 아니다.

동물용의약외품은 의약품은 아니지만, 동물질병의 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며, 처방식 사료는 질병을 관리·예방하기 위해 처방된다. 의약외품·처방식의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수의사의 진단과 지시에 따라 제품이 사용되어야만 한다. 잘못 오남용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제조사·유통사도 이런 이유로 동물병원 유통을 지키고 있지만, 일부 수의사들이 직접 쇼핑몰을 개설하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게 현실이다.

동물용의약품의 경우, 지난 2018년 ㈜벨벳이 심장사상충예방약 ‘애드보킷’을 약국에 공급하도록 한 공정위 시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부과처분취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동물병원으로만 공급하는 유통정책을 합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외품이나 사료(처방식, 기능성사료, 영양제, 보조제 등)는 상황이 다르다. 온라인 판매가 넘쳐난다.

데일리벳이 직접 온라인으로 처방식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체 17개를 분석한 결과, 17개 업체 모두 동물병원과 연계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통신판매업 등록상 주소지가 동물병원 주소지와 같거나, 통신판매업 대표자 이름이 동물병원 원장 이름과 동일했다.

‘처방사료’ 키워드 네이버 검색광고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업체들은 동물병원 유통을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거나, 가격만이라도 유지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공정거래 위반 소지가 큰 상황에서, 가격준수 요청에 대한 공정위 시정명령까지 나오자 업체들은 ‘동물병원으로만 유통을 지키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동물병원 원장님들이 ‘온라인에 제품이 풀려있다. 유통 좀 잘 지켜라’라고 요구하지만, 실상 그 제품은 모두 다른 수의사가 빼돌렸거나 직접 판매하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온라인 유통 동물병원 원장에게)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을 공급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하면 ‘그렇게만 해봐. 공정위에 신고한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정위의 시정명령도 동물병원의 제보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유통하는 수의사들에 대한 근본적인 제제 없이는 ‘동물병원 전용제품의 안전한 사용과 관리’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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