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물병원 경영자가 꼭 알아야 할 `애자일`과 `그로스 해킹`

등록 : 2021.02.26 13:35:26   수정 : 2021.02.26 13:41:30 데일리벳 관리자

최근 여러 동물병원 원장님들을 컨설팅하면서 거의 같은 내용을 듣고 있다.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어서 홈페이지도 만들고 블로그나 SNS를 통해 소식도 올리는 등 나름의 온라인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하는 데 솔직히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병원 운영에 얼마큼의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꾸준히 온라인에 진료 후기나 병원 소식을 올리고 있지만, 병원 수익은 크게 변함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서 블로그나 SNS에 소식을 계속 올리고 있기는 하다.”

열이면 아홉 분의 원장님들이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토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름의 온라인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하는데’라는 부분이다.

마케팅은 전략과 분석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어필하면서 우리 병원의 가치를 보호자의 마음속에 전달하는 것이다. 단지 인스타그램/블로그에 우리 병원 소식이나 반려동물 사진을 꾸준히 올린다고 해서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는 마케팅 채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일 뿐, 보호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마케팅은 목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 있고 그것을 실행할 도구(채널)가 있다. 병원 소식이나 반려동물 사진만 올리는 것은 도구가 녹슬지 않게 사용만 할 뿐 전략이 빠진 것이다.

포만감을 얻기 위해 밥이라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수저, 빈 그릇 등 도구만 들고 왜 배가 안 부른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마케팅에 대해 설명하자면 마케팅의 핵심인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와 4P 믹스(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부터 이해해야 하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차차 소개할 예정이다.

그러면, 마케팅의 정의도 논하지 않은 상태에서 왜 난해한 용어인 애자일과 그로스 해킹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애자일에 관한 책을 정독한 후 바로 떠오른 것이 바로 동물병원이기 때문이다.

애자일(Agile)이란 ‘날렵한’, ‘민첩한’이란 뜻을 가진 형용사다. 원래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의 용어인데, 오늘날에는 시장 변화에 빠르고 민첩하게 반응하며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경영방식을 말한다.

애자일을 쉽게 설명하면 조직 내에 TF팀(Task Force Team)이 여러 개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TFT는 3~5명 정도의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되며 부서나 직급에 상관없이 수평적인 관계로 누구나 의견을 말하고 추진할 수 있다. TFT에서는 일주일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것부터 짧은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빠른 실행과 빠른 피드백, 빠른 개선과 빠른 결과물 도출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수직구조로 된 권위주의적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수직구조의 단점은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사장 순으로 결재가 진행되는데, 만약 중간에 컨펌이 나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만약, 애자일 경영방식을 도입한다면, 프로젝트를 세분화한 뒤 각각을 독립된 조직에 맡길 수 있다. 그리고, 수평적 구조에서 나온 최상의 아이디어로 단시간 내에 각 업무의 결과가 도출되고, 그 결과는 피드백을 통해 빠르게 보완할 수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애자일 경영방식을 통해 성공했으며, 우리나라 대기업 중 삼성SDS, SK하이닉스도 이미 애자일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신세계그룹, 배달의 민족의 경우 혁신적인 성공 비결은 애자일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다. 쿠팡은 ‘애자일 프로세스’를 업계에서 먼저 도입해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의 사용자 환경(UI)을 개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애자일 경영방식이 많은 대기업에서 성공한 만큼, 최근 스타트업에서도 애자일 경영방식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애자일에서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 중심’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열심히 진료하면 알아서 고객이 오겠지가 아니라 우리 병원을 선택하게끔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고객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보호자가 우리 병원을 선택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애자일 조직을 통해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이해했다면, 이제 그로스 해킹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동물병원에 맞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은 성장을 뜻하는 그로스(Growth)와 해킹(Hacking)의 합성어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마케팅 기법이며, 마케터들에게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동물병원에 맞게 설명하면, 고객(보호자)이 말하는 우리 동물병원의 불만 사항이나 개선 사항 혹은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막연한 추측이나 경영자의 감으로 판단하지 말고 데이터로 정확하게 파악해서 개선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병원에 불만 사항이 개선되고 보호자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다 보면 그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는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트위터(Twitter), 에어비앤비(AirBnB), 드롭박스(Dropbox), 요기요 등이 그로스 해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드롭박스의 경우 각종 분석을 통해 신규고객 대부분이 지인 추천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었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규 사용자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친구 추천 상품을 개발(두 사람 모두에게 500MB 무료 공간 제공)하면서 회원 가입률 60%를 증가시켰다. 페이스북의 경우 신규 가입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알 수도 있는 친구’ 기능을 제공하며 성장했다.

이처럼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에 맞춰 우리는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할지에 대해 빠르게 분석하고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이터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마케팅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A/B 테스트(둘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인지 판단하는 수단)를 하거나 외주용역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

그로스 해킹의 장점 중 하나는 저비용 고효율이다.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 이미 정보가 널려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간단하다.

검색포털 연관검색어, 자동완성어, 커뮤니티 후기, 블로그 후기, SNS 후기, 포털 업체 평가, 보호자 전화, 원내 설문조사, 진료상담 시 의견 등이 모두 활용 가능한 데이터다. 조금 더 활용한다면 네이버 키워드 도구나 네이버 데이터랩, 구글 트렌드 등을 참조해서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동물병원 전반의 상황을 파악해볼 수 있다. 병원 후기만 보더라도, 보호자의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그것이 여럿이면 객관적인 상황이 될 수 있고 개선할 목록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우리 병원에 보호자 유입을 늘리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애자일과 그로스 해킹을 잘 조합해서 실행하면, 시장의 수요가 있는 상품인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 Market Fit)’을 만들어낼 수 있다.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는 동물병원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보호자가 우리 병원의 가치와 진실함을 깨닫게 하는 아하모먼트(aha moment)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병원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의 여정(Customer Journey)과 결정적인 순간인 고객 접점(Moment of Truth, MOT)에 대해 우리 병원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작게 쪼개고 쪼개서 문제점을 찾고 빨리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우리 병원을 찾기까지 문제가 없는가, 보호자 응대나 진료 응대, 예약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가, 원내 고객 안내의 문제는 무엇인가, 진료비에 대한 개선 사항은 없는가, 안내 책자는 적당한가, 우리 병원에 대해 보호자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진료 후 안내에 대한 개선책은 없는가, 진료의 수준은 개선할 점이 없는가 등 모든 부분을 조각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서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마케팅 채널 활용이다(지금껏 동물병원에서 해왔던 그것 말이다).

마케팅 채널 활용도 단순히 블로그 포스팅이나 SNS 업로드가 아닌 마케팅 채널의 트리플 미디어(온드 미디어, 페이드 미디어, 언드 미디어)에 대해 알고 그에 맞게 마케팅 플랫폼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애자일과 그로스 해킹을 시행하고 트리플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매우 다른 매출 상승곡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트리플 미디어에 대해서는 다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글 서두에 애자일 책을 읽고 바로 떠오른 것이 동물병원이라고 밝혔다.

결정도 느리거니와 진료 외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연히 생각만 할 뿐 언제 무엇을 실행할지 결정된 것이 없다. 내가 원장이기 때문에 내 판단력으로 직원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만, 그 역시 내 맘 같지 않을 뿐이다. 필자가 왜 애자일을 먼저 이야기했는지 애자일에 대한 책 한 권 정도는 꼭 읽어보길 권한다.

그로스 해킹의 경우, 보호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를 막연한 가설이 아닌 확실한 데이터로 찾아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두 가지의 중요성만 확실히 깨닫는다면, “뭔가 하는 것 같은데 효과가 없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

지금껏 동물병원을 경영해왔던 방식의 변화를 바라며 작성한 글이다. 애자일과 그로스 해킹, 두 가지 전략 중 한 가지라도 확실하기 실행해보길 바란다.

글을 정리하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자.

“나름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효과가 없다”라면, 과연 우리는 어떤 마케팅을 했는지 심도 있게 다시 돌아봐야 한다.

내가 만족하는 병원이라고 해서 보호자도 만족할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는 보호자가 만족할만한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의 키는 보호자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도서]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 스티븐 데닝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 션 엘리스, 모건 브라운

글 : 동물병원 전문 종합미디어 플랫폼 ‘아인플로우'(https://www.anhflow.com/) 김용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