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검사기기 정확도에 경고등? 정도관리 저변 넓혀야

올해 외부정도관리 참여기기의 89%가 최소 1개 항목에서 문제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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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물병원 혈청검사기기의 정확도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나기정 교수팀이 자체 실시한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검사항목(86.8%)이 합격점을 받았던 반면, 모든 검사항목에서 합격점을 받은 기기는 약 11%에 그쳤다.

외부정도관리에 참여한 검사기기들이 대체로 정확한 검사값을 도출하긴 하지만, 일부 항목에서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기정 교수팀의 2020년도 동물병원 검사기기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 항목별 결과.
신뢰할 수 없는 결과값(SDI 2.0 이상)은 붉은색으로, 허용 한계치로서 검사시스템 점검이 필요한 경우(SDI 1.5 이상)은 분홍색으로 표시했다.
각 검사기기의 결과값이 세로로 나열된 가운데,
모든 항목에서 합격점을 받은 기기의 비율은 11%에 그쳤다.
(자료 : 나기정 교수팀)

외부정도관리 검사항목 1,870건 중 신뢰할 수 없는 결과는 4% 불과했지만..

검사기기 89%가 최소 1개 항목에서 문제점 노출

나기정 교수팀은 9월말부터 10월까지 2020년도 수의진단검사의학 임상혈액화학 검사기기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전국 동물병원 100개소에서 검사기기 15종 124개가 참여했다.

외부정도관리는 검사기기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값을 모르는 동일한 시료를 배포하면, 각 동물병원이 검사값을 회신하고, 프로그램 운영주체는 이들 검사값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다수의 검사값이 모여 있는 범위에서 한참 동떨어진 수치를 보인다면, 해당 검사항목의 정확도에 문제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번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에서 분석한 검사항목은 1,870건이었다. 참여한 기기별로 검사값을 회신한 항목수는 9~24개까지 다양했다.

이중 대다수인 1,623건(86.8%)이 허용가능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SDI≤1.5).

반면, 허용 한계치로 검사시스템의 조사가 필요한 수준(SDI≥1.5)은 13.2%를 차지했다. 아예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보인 경우(SDI≥2.0)는 4%에 그쳤다.

문제는 검사값의 정확도를 의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의 검사기기에서 최소 한 두 개씩은 발견됐다는 점이다.

나기정 교수가 26일 애니답 웨비나에서 공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에 제출한 모든 검사항목의 결과값이 정상범위에 포함된 기기는 11%에 그쳤다.

참여기기의 대다수인 89%가 최소 1개 이상의 검사항목에서 정확도 문제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환자의 이상징후를 잡아내지 못하거나, 정상 환자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검사값이 있을 경우 진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교수는 이달 중순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 참여병원에 각각의 결과치를 회신하며 필요한 후속조치를 권고했다.

나 교수는 “이번 검사결과를 절대화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경향은 가늠해볼 수 있다”면서 “일부 기기에 점검이 필요하며, 점검 후에도 오류가 지속된다면 장비교체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인하우스 검사가 대부분..개별 동물병원이 정도관리 참여 늘려야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 운영할 마중물 예산 촉구

나기정 교수는 “정도관리 없이는 검사 결과값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순간이 온다”며 동물병원 진단검사기기의 정도관리 저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별도의 검사실과 진단검사의학전문의에게 시료를 보내 모아서 검사한 후 결과값을 받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의료와 달리, 동물병원은 대부분 인하우스 장비로 곧장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결과를 토대로 빠른 처치가 가능한 것이 장점인 반면, 검사기기의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위험하다.

나 교수는 “동물병원이 정도관리를 실시하기에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진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며 “장비업체에만 기댈 수 없다. 일차적으로 병원이 정도관리에 나서고, 그 비용은 환자의 검사비용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일선 동물병원이 정도관리물질(컨트롤물질)을 활용한 내부정도관리도 가능한 선에서 시도하고, 최소한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에는 정기적으로 참여해 정확한 검사값을 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이 상설 운영되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제껏 검사기기 개발사의 의뢰나 검역본부의 연구과제를 통해 시범사업 격의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검역본부 과제도 올해로 끝나는 만큼 내년에도 지속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본 검사실에 외부정도관리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한만큼 연 2천만원 정도 예산이 지원된다면 연1~2회가량 동물병원 외부정도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며 “혈청검사뿐만 아니라 CBC검사의 정확도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나 교수는 “수의사는 진단기기를 구매하는 소비자이면서, 고객에게 검사값을 제시하는 판매자이기도 하다. 진단기기를 구매할 때부터 향후 품질관리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계약해야 한다”며 “국내 동물병원 정도관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차례 더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병원 검사기기 정확도에 경고등? 정도관리 저변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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