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불법 진료 만연한데..거점동물병원 ‘자생력’ 모델 찾기 숙제
돼지·가금 수의사 대상 온라인 설명회 이어가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가 구상 중인 농장동물 거점동물병원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가 8월 18일(화)과 19일(수) 연이어 돼지·가금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이어졌다.
돼지·가금수의사들은 거점동물병원 구상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농가들이 ‘유료 진료’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나 임상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거점동물병원은 아직 개념을 잡아가는 단계다. 2028년 시범도입을 목표로 내년 예산·정책 수립 준비에 앞서 민·관이 콘셉트를 논의하고 있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박성대 사무관은 “농장동물 진료 생태계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목했다. 농장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이 대부분 1인 원장 체제이다 보니 응급 수요 대응이나 진단 역량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청년 수의사를 양성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점동물병원은 농장동물 진료의 규모화, 협업을 통해 무너져 가는 농장동물 진료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축산업·방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미래 청사진”이라고 강조했다. ▲진료 ▲진단 ▲교육 ▲방역을 거점동물병원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본지 2026년 8월 12일자 농장동물 진료 생태계 회복 ‘거점동물병원’, 2028년 시범 도입 목표로 연말까지 구체화 참고).
특히 돼지·가금에서는 소에 비해 농가들이 진료비를 내는데 저항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거점동물병원 모델은 지역별·동물병원별·축종별로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돼지·가금에서는 축협이나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를 주로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돼지·가금에서도 자가진료는 만연해 있다. 이에 더해 농가와 거래하는 약품·사료업체가 ‘기술지원’을 명목으로 각종 수의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상 약품비나 사료비에 비용이 포함된 셈이지만 농장은 ‘공짜’로 인식한다.
수의사 진료 없이 약품을 확보해서 사용하는 데에도 아무 걸림돌이 없다. 수의사 진료 후 처방을 요구하는 수의사처방제는 유명무실하고, 동물용의약품도매상에 전화만 하면 약품을 배달 받을 수 있다.
18일 설명회에 참여한 돼지수의사들은 이 같은 점을 우려했다. 거점동물병원을 만든다 해도 농장과의 진료(컨설팅) 계약을 유도할 수 있는 조건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돼지수의사는 “농장은 공짜로 수의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돈을 안 줘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이러한 환경을 개선해야 거점동물병원이 자리잡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화된 진료 서비스로 자생력을 갖춘 농장동물병원을 민간이 만들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현재 구상 중인 거점동물병원의 도입 방향이지만, 민간에서 진료로 자생력을 스스로 확보하길 기대하기에는 자가진료·불법진료의 벽이 높다는 것이다.
양일간의 온라인 설명회에서 일선 수의사들이 관납 등 정부가 가진 농장 지원 옵션과의 연계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거점동물병원의 지정 기준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거대 동물용의약품도매상과 연계되어 사무장 동물병원으로 의심되는 대형 병원이 이미 있는만큼 이들이 ‘정부가 공인한’ 거점동물병원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정 축종이 아닌 여러 가축을 함께 진료하는 종합동물병원 형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동으로 활용할 진단 인프라도 더 유용해질 수 있다”며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부가 가금에서의 백신접종팀 등의 양성화를 검토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의사법과의 충돌 문제를 두고 거점동물병원이 공적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농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는 오늘(8/20)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가축방역 및 농장동물 진료체계 민관 협력을 위한 회의를 열고 거점동물병원 도입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