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돼지 스톨 금지, 이대로는 농장만 리스크 떠안는다..대규모 실증 선행돼야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 양돈연구회서 군사 의무화 문제점 지목
한국양돈연구회가 2월 19일(수)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제24회 양돈기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동물복지 양돈을 주제로 한 김문조 대표의 발표로 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경남 거창의 더불어행복한농장은 2016년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인증받았다. 김 대표는 동물복지형 사육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2030년으로 예정된 모돈 군사 사육 의무화(스톨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저는 잘 모르고 (동물복지 사육을) 시도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면서도 농장이 군사사육으로 전환하는데 시행착오로 인한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한 검증을 거친 후 현장에 접목하는 유럽처럼 국내의 군사 사육 의무화도 정부·협회 차원의 연구로 객관적인 정보를 먼저 확보하고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 전환 설비 다양하지만..생산 성적 저하 우려
김문조 대표는 지난해 방문한 독일 유로티어 국제축산박람회에서 확인한 동물복지 트렌드를 소개했다. “선진국에서는 긴 시간 연구를 축적하면서 군사 전환 시 고려해야 할 점들을 도출했다”며 “(유럽은) 이제 어느 정도 군사 사육의 기초를 다지고 현장에 접목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군사 전환 옵션은 자유출입스톨(FAS, free access stall), 자동급이군사시스템(ESF, Electronic sow feeder), 반스톨, 1/4스톨로 다양하다. 자동 급이 시스템 등 ICT 장비와도 결합하면서 인력부족 문제도 함께 다룰 수 있다.
김 대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닌 돼지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스톨의 형태뿐만 아니라 돈방의 크기와 구성, 급이시설의 유형과 대수 등에 따라 모돈의 행동이 다양해진다는 점을 지목했다. 단순히 스톨만 바꾸면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돼지끼리 부딪히며 일어나는 스트레스와 공격성, 사료·휴식공간에 대한 경쟁, 체온 조절, 제한 급이 등 군사 전환에 고려해야 할 점은 다양하다.
군사로 전환하면서 같은 농장면적에서 키울 수 있는 돼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다, 전환에 따른 여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생산성적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스톨을 사용한 관행사육 경험만 있는 농장이 섣불리 군사 전환을 시도하기 어려운 이유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24년 1월 양돈업 종사자 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30년 이전에는 군사 사육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3%에 달했다.

스톨 금지만 정하고 실행은 농장이 알아서 해라?
대규모 실증 거쳐 구체적 방법 제시해야
정부는 올해 9월까지로 예정됐던 산란계 농장의 사육밀도 기준 강화 조치를 2027년부터로 2년 유예했다. 2030년까지로 예정된 돼지의 군사 사육 전환도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하면 추가 유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기한까지의 실행 여부를 떠나 일단 군사 전환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대로는 전환의 리스크를 개별 농가들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문조 대표는 “유럽에서는 FAS, 반스톨, 1/4스톨 등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검증되지 않은 채로 농가에 적용하지 않는다”면서 “정부나 양돈단체에서 출연한 자금으로 연구를 수행한 후 현장에 접목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통해 도출한 객관적 정보를 기반으로 군사 시설 및 운영에 대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군사 전환을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것보다는 예상되는 리스크를 투명하게 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 대규모 실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준비하고 있는 동물복지 지침도 부족함이 예상되는만큼, 실증 준비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조 대표는 “(군사로 전환하면) 어쨌든 농장의 생산비용은 증가한다”며 군사 전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나 문제점을 정부가 먼저 파악하고,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생산자 측면에서의 우려만 지목한 것은 아니었다. 유럽에서는 군사도 번식 생산 측면에서 관행사육 못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온라인 유통이나 2030 젊은 고객층을 상대로 동물복지 축산물의 재구매율이 높다는 경험도 전했다.
군사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기존 돈사의 시설을 뜯어고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면적당 사육두수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 군사 사육을 적용한 돈사를 추가 신축할 수 있게끔 건축허가 측면의 도움을 주거나, 동물복지형 사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달성 수준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