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WSAVA 가이드라인 한국어 번역 제가 하죠˝ 이성동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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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https://wsava.org/)는 전 세계 수의사들을 위해 다양한 가이드라인과 수의학 관련 자료를 제공합니다.

백신 가이드라인, 동물복지 가이드라인, 영양학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며, 곧 중성화수술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동물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료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제공되는데요, 그중에는 우리나라 말도 있습니다. 최근 시라야 추네캄라이(Dr. Siraya Chunekamrai) 신임 WSAVA 회장의 인사말도 한국어 자막과 함께 공유됐죠.

이런 번역은 누가 하는 것일까요?

데일리벳에서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일하며, WSAVA 한국어 번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성동 수의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WSAVA 월드 콩그레스에서 번역 위원회 미팅 후 위원 및 WSAVA 홍보 고문 Rebecca(사진 오른쪽 세번째)와 함께. 사진 제공-이성동 수의사(사진 오른쪽 두번째)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데일리벳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위치한 로컬 반려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성동이라고 합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어떻게 수의사가 되셨나요?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고등학교 1학년 무렵 우연히 읽어 본 수의학과 소개 관련 글을 보고 그 당시에 조금 생소했던 수의사라는 전문직에 매력을 느꼈고 이후 경북대 수의과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Q. 영국 스코틀랜드에 가기 전,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한국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종사하였습니다. 먼저 수의과대학 졸업 후 가축방역지원본부 및 로컬 반려동물병원에서 경험을 쌓고 임상 대학원에 진학하여 대학원 과정 및 부속 동물병원에서 진료수의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이후 군 대체 복무를 위해 전문연구요원으로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 기업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팀에서 연구개발에 참여하였습니다. 영국행을 준비하면서 반려동물병원에서 좀 더 임상 경험을 쌓았습니다.

Q.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활동 중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스코틀랜드로 가게 되었나요?

결혼 전부터 외국에서 수의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중 아내의 대학원 진학을 위해 영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참고로 저희는 부부 수의사입니다). 에든버러 수의과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한 아내와 함께 스코틀랜드로 오게 되었고, 이어진 박사과정 및 박사 후 연구원 때문에 에든버러에서 좀 더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Q. 영국의 소동물 임상 상황은 어떠한가요? 한국과 비교했을 때 경쟁상황이나 동물병원의 규모/수준, 수의사 배출 수 등이 궁금합니다. 또한,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수의사들이 많이 있나요?

영국에 온 지 꽤 되어 현재 한국의 반려동물병원 상황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직접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혹시 이후 기회가 된다면 영국 동물병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의 경우 현재 4명의 풀타임 수의사, 2명의 파트타임 수의사 그리고 가끔 일하는 대진 수의사, 3명의 수의간호사, 2명의 수의간호과 학생, 2명의 간호보조 그리고 매니저 및 5명의 리셉셔니스트가 근무합니다. 다른 1차 반려동물병원들처럼 주로 건강검진, 예방접종, 일반진료, 외과수술 및 치과 등을 담당하며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에든버러 수의대 동물병원을 비롯한 내과/치과/안과/정형-신경외과/피부과/행동 전문가 등의 referral centre로 의뢰를 합니다. 전문 자격을 갖춘 전문의들이 근무하고 있는 1차 병원으로도 의뢰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1차 동물병원은 우리 병원에 비해 다소 규모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보통의 반려동물병원의 규모는 2~3인(수의사 수 기준) 병원부터 10명이 넘는 병원까지 다양합니다.

2019년 기준으로 영국 내에 2만 8천여 명의 수의사가 활동 중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꾸준히 수의사를 유입해왔지만, 여전히 수의사 부족으로 재작년부터 수의사가 부족직업군에 다시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브렉시트가 발효되어 유럽 수의사들도 다른 외국 수의사들처럼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영국 진출이 이전보다 어려워지게 되어 앞으로 한동안은 수의사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영국의 수의과대학은 5년제 과정이며 2019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한 서리(Surrey)를 비롯해 런던(London) 노팅엄(Nottingham), 리버풀(Liverpool), 케임브리지(Cambridge), 브리스톨(Bristol), 글라스고(Glasgow) 및 에든버러(Edinburgh)까지 총 8개의 수의과대학이 있고 부족한 수의사 충원을 위해 잉글랜드에 곧 1개의 수의과대학이 더 신설될 예정입니다. 영국의 수의과대학 학생들은 5년의 과정을 완료하고 학교별로 치러지는 최종 시험을 통과하면 졸업 후 특별한 수의사 국가시험 없이 바로 수의사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총 네 명의 한국 수의과대학 출신 수의사가 영국에서 활동 중입니다. 세 명은 잉글랜드의 런던 및 근교에서 반려동물 임상에 종사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 명인 저는 스코틀랜드에서 근무 중입니다.

Q. 영국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하나요?

외국 수의사를 위한 준비는 큰 틀에서 비슷합니다. 현재 영국 왕립 수의사회 RCVS(Royal College of Veterinary Surgeons)에 인증을 받은 한국 수의과대학이 없기 때문에 영국 수의사가 되려면 외국 출신 수의사들을 위한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일단 비영어권 국가 출신의 수의사라면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또는 OET(Occupational English Test)를 통해 영어 실력을 검증해야 합니다. 이후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 합격하면 영국 수의사(Member of Royal Veterinary Surgeons)로 영국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 세부 시험 방식이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험 전 반려동물/산업동물/말 병원 등에서 현지 임상 실습을 경험해야 실기시험뿐만 아니라 필기시험에도 큰 도움이 되며, 영국 진출 전에 일반적인 생활 및 문화도 미리 알아둔다면 외국 진출 및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WSAVA 월드 콩그레스 2019 토론토에서 시라야 당시 WSAVA 차기 회장(현 회장, 사진 왼쪽 네 번째)과 한국수의사들과 함께. 사진 제공-이성동 수의사(사진 왼쪽 두번째)

Q. 어떻게 WSAVA 번역 일을 맡게 되었나요?

치과 진료에 관심 있는 저에게 지금은 다른 병원으로 이직한 예전 동료가 WSAVA 글로벌 치과 가이드라인(Global Dental Guidelines)을 소개해 준 적이 있습니다. 천천히 읽다 보니 기초가 잘 되어 있는 자료인 것 같아서 그냥 읽어보기보단 번역을 하면서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번역을 마친 후 혹시나 치과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동료 수의사들 및 수의대생들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번역본의 한국 배포 가능 여부를 WSAVA에 문의하였습니다. WSAVA 측에서는 번역된 치과 가이드라인을 WSAVA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것을 제안하였고 또한 WSAVA 번역 위원회(translation committee)에 합류하여 월간 소식지(monthly bulletin)와 다른 몇몇 번역을 더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에 계신 동료들을 위해 WSAVA의 소식 및 자료를 번역하는 것이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어 WSAVA 번역 위원회에 합류하였습니다.

Q. (답변이 가능하다면) 번역에 따른 보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웃음).

WSAVA 번역 위원회는 (아쉽지만) 보수를 따로 받지 않는 자원 봉사직입니다. 매년 번역 위원회 미팅이 WSAVA 월드 콩그레스 중에 열리기 때문에 WSAVA 월드 콩그레스를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집니다(교통비 및 숙소는 본인 부담).

Q.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번역을 배워본 적이 없고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한국어 어휘력도 높은 편이 아니라서 처음 번역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도 쉬운 번역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전문 수의학 용어의 경우 외래어나 한자 표현을 최대한 줄이려 하다 보니 어색한 문장도 많았는데 읽는 분들의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지금은 자연스럽게 한국에서도 흔히 쓰는 외래어는 그냥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문 업체에 감수를 맡기지 않아서 작은 오류들도 많고 문장들도 매끄럽지 않은 것에 대해 이 기회를 통해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전문적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고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Covid-19 때문에 작년에 계획했던 한국 방문이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2년 동안 한국에 가지 못했는데 하루빨리 백신/치료제가 Covid-19 상황을 종식시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단기적인 희망 사항입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수의 치과에 관심이 많아서 치과 분야를 좀 더 공부하는 것과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 것이 목표가 아닐까 싶네요.

WSAVA의 월간 소식지를 1년 정도 번역한 적이 있었는데 WSAVA 측에서 한국에서 구독하시는 분이 거의 없다고 월간 소식지의 번역을 중단하자고 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월간 소식지 번역을 다시 하고 싶고 지금 번역 중인 두 개의 가이드라인을 포함해서 다른 가이드라인들도 번역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한국에 있는 수의사/수의대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Covid-19으로 한국 수의계에도 타격이 많아서 많은 수의사 선생님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지인들이 전하곤 합니다. 또한, 수의대생들의 경우 일상적인 강의나 실습이 불가능하고 비대면 강의를 통해 수의학과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정상화가 되어서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 분야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수의사분들 및 수의대 학생들께 2021년 새해엔 항상 복이 가득하며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인터뷰] ˝WSAVA 가이드라인 한국어 번역 제가 하죠˝ 이성동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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