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수의료분쟁이 헌법재판소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공방

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확인 공개변론..앞서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합헌

등록 : 2020.09.09 13:20:28   수정 : 2020.09.09 13:20:30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OO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의 치료를 받았으나,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위기까지 겪게 되었다고 생각해 책이나 SNS를 통해 담당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려 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헌법재판소의 도마에 오른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0일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고 7일 밝혔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 A씨는 2017년 8월 27일 OO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을 진료했지만, 불필요한 수술에 실명 위기까지 겪게 한 부당한 진료행위라고 생각했다.

해당 수의사의 진료행위를 책이나 SNS를 통해 구체적으로 적시하려 했지만, 사실을 기재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해당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동물병원의 수의료분쟁 다수가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으로 이어진다. 진료과정이나 결과에 불만을 가진 보호자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사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연루된 동물병원이나 수의사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이다.

현행 형법은 허위사실은 물론 진실한 사실을 적시했다 할지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단순히 비방할 목적이거나 특정 동물병원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실명처리가 미흡할 경우에는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일단 사실적시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포함시키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사후적으로 판단해 위법성을 조각하는 방식이 적절한 지도 살핀다.

청구인 측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평판은 허명(虛名)일 뿐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님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인해 진실한 사실의 적시를 스스로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공익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타인의 명예가 허명임을 드러내기 위해 감추고 싶은 약점과 허물을 공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형법 제307조와 유사한 내용인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앞서 합헌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헌재는 2016년 2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히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대해 7대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반면 위헌 판단을 내린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게 되는 위축효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