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는 동물만의 문제 아냐”, 수의법의학이 바라본 ‘One Welfare’
경북대 수의대, 이경현 연구관 초청해 동물학대 사건에서 수의사의 역할과 사회적 의미 조명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제35대 학생회 ‘결’이 10월 6일(화) 2학기 첫 번째 2026 KNU 벳포럼 시리즈를 진행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 이경현 수의연구관이 ‘수의법의학의 역할과 미래: 동물학대 사건에서의 수의사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경북대 수의대 97학번인 이경현 수의연구관은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검역본부의 수의법의학 검사를 이끌고 있다.
이경현 연구관은 이날 ▲동물학대와 One Welfare ▲동물학대와 대인폭력, 수의사의 역할 ▲동물학대 사건에서의 수의법의학 ▲One welfare 관점에서 바라본 수의법의학의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동물학대, One Welfare 관점에서 바라봐야
이 연구관은 동물학대를 단순한 동물복지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One Welfare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One Welfare(하나의 복지)는 동물복지와 인간복지, 사회적 안전이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다. 동물학대 역시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노인학대, 방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아동·청소년기의 동물학대가 향후 대인범죄로 이어진다는 가설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물학대를 가정 내 위기나 다중피해를 드러내는 경계 신호로 바라보는 관점이 강조되고 있다.
‘애니멀 호딩’ 역시 One Welfare의 영역
동물을 과도하게 많이 사육하는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역시 One Welfare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돌볼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동물을 보유하는 행동은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 인지기능 저하, 자기방임, 노인학대, 재정적 착취 등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발견된 동물의 상태만 개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건강과 안전, 가족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복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 동물학대 사건 판결문 공유.. 사례 분석 시간도 가져
강의에서는 실제 동물학대 사건의 판결문과 법의 부검 사례 4가지를 통해 다양한 학대 양상과 사망 원인을 학생들이 직접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두개골 사진을 비교하여 정상적인 골격과 손상된 골격을 구분하고, 질식사 개체의 병리사진을 통해 사망 원인을 추정했다.

동물학대 대응을 위한 수의사의 역할
이 연구관은 법의학적 자료를 통해 동물의 손상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사고와 비사고성 손상을 구분하며, 사건의 경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수의법의학자의 역할을 소개했다.
단, 수의법의학 교육의 부재, 수의사·경찰·지자체 간 협력 체계 부족 등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과제다.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발견한 수의사의 신고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
실제, 동물학대를 가정폭력과 연결되는 문제라고 인식하는 수의사는 높은 비율을 보이지만,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한 비율은 5% 미만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수의사가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없고, 선의로 신고한 수의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Safe harbor’와 같은 면책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관은 “동물학대 사건에서 ‘동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밝히는 것을 넘어 ‘그 동물이 속해 있던 환경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는 인간의 복지와 분리될 수 없으며, 한 사회의 안전 역시 동물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의를 들은 본과 3학년 김민서 학생은 “동물학대를 동물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는 One Welfare 관점을 배울 수 있어 인상 깊었다”며 “수의학을 공부하며 동물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문제까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시은 기자 sieun1015817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