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입원 환자에 일단 금식? 이젠 아냐’..강제급여 대신 영양관 활용해야

경북대 동물병원, 김현태 수의사 초청 영양학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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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동물병원 임상영양학과가 9월 23일(화) 경북대 수의대에서 영양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코넬대 Clinical Nutrition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에서 반려동물 영양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태 수의사가 연자로 나섰다. ‘반려동물 입원환자의 경구·비경구 영양법’을 주제로 사전 모집된 대구 지역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현태 수의사는 원내 입원 환자 모두에게 가능한 조기에 경구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췌장염 및 구토 환자에게 ‘장을 쉬게 해야 한다’며 며칠간 지시됐던 NPO(금식)는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 결과 조기에 장관으로 영양 공급하는 것이 환자의 회복에 더 유익함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장 상피세포는 혈액이 아닌 장관 내에서 직접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때문에 장기간의 금식은 오히려 장관 상피세포의 위축을 초래함과 동시에, 세포들의 치밀이음(tight junction)을 깨트려 장관내 세균이 침입을 가능하게 해 패혈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관세포의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기초에너지요구량(RER, Resting Energy Requirement)의 10% 이상을 장관을 통해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양 공급 시점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혈류역학적 안정(hemodynamic stability)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구 투여를 서두르면 위장관으로 혈류가 몰려 신체 내 volume distribution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식의 장기화가 아니라, 수액으로 전신 상태를 교정한 뒤 가능한 빨리 장관 영양을 시작하는 ‘Early Nutritional Support’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입원 환자 관리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식욕부진에 대해서는 영양관(feeding tube)을 통한 장관 영양 공급을 대안으로 주목했다.

김현태 수의사는 “일선 병원에서 흔히 시행되는 강제 급여는 환자의 스트레스뿐 아니라 인력과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코식도관/코위관(nasoesophageal tube/nasogastric tube), 식도관(Esophageal tube) 등 튜브를 활용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영양 관리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영양학적으로 더는 권장되지 않는 ‘주사기 강제 급여’ 방식은 음식 혐오(food aversion)와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높여 환자의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인건비 측면에서도 병원 경영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양관의 구체적인 활용법도 제시했다.

환자의 상태가 안정된 직후부터 바로 영양 공급을 시작하되, RER에 곧바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3~4일에 걸쳐 “25% → 33% → 50% → 100%”로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장관의 적응을 돕고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 중 RER을 계산하는 과정을 예시로 보여주며, 수의사들이 환자별로 적절한 칼로리를 산출하고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입원 환자에게는 코식도관/코위관(nasoesophageal tube/nasogastric tube)을 우선 적용하고, 퇴원 후에도 장관 영양이 필요할 경우 식도관이나 위관을 설치하는 방법을 권장했다.

다만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영양관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동물에게만 사용하는 장치’라는 오해가 있어 활용에 제약이 따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강제 급여보다 영양관을 이용한 공급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강제 급여가 음식에 대한 혐오를 유발해 퇴원 후 자발적 식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영양관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대 수의과대학 임상영양학과 채형규 교수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수의사가 반려동물 식이 관리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수의사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로얄캐닌이 후원했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

‘췌장염 입원 환자에 일단 금식? 이젠 아냐’..강제급여 대신 영양관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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