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정신건강 관리·공방수 주거지원 확대 지원해야

동물원·수족관 수의사 활동 체계 마련도 과제

등록 : 2021.05.28 10:57:06   수정 : 2021.05.28 10:57:0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대한수의사회가 26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산하단체 현안 토론회를 열고 직역별 추진과제를 공유했다.

이날 산하단체들이 내놓은 현안들은 일선 수의사에 대한 지원부터 진료권 쟁취, 관련법 개정 대응까지 다양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김지헌 회장

수의사가 쉽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받을 수 있게 도와야

수의사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임상 컨퍼런스에서 수의사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다룬 강연도 늘어났다.

3월 열린 고양이수의사회 컨퍼런스에서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장재혁 교수가 수의사와 우울증 문제를 조명했다. 이달 열린 임상수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서울대 정신건강센터 김은영 교수가 수의사의 정신건강관리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지헌 고양이수의사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수의사는 일반인보다 자살률이 4배 높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제 주변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원장님들이 많다”면서 회원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의사회가 지역별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는 등 수의사들이 보다 쉽게 상담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지헌 회장은 “이런 체계를 만들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수의사들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해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 정부광 회장

非연고지서 복무하는 공방수에게 주거지원을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는 방역활동장려금 인상, 주거지원 확대, 부당대우 대응체계 등을 제안했다.

특히 주거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대공수협 자체 조사에 따르면 본인의 연고지가 아닌 곳에서 복무하는 공방수의 비율이 70%를 넘는다.

하지만 관사나 주거지원비 등 별도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절반에 그치고 있다. 90% 이상 주거지원을 받는 공중보건의사와 온도차가 심하다.

올초 강화군에서 공방수를 폭행한 사건이 벌어지는 등 부당대우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광 대공수협 회장은 “지자체마다 1~2명에 불과한 공방수가 부당대우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면서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의 공방수 배치 TO를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방역활동장려금 인상, 근무지 변경 개편, 공방수 선발인원 확충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배석한 농식품부 김정주 사무관도 “공중방역수의사 운영지침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세창 서울대 교수

동물원·수족관 수의사 설 자리 만들어달라

수생생물수의사회 부회장으로 토론회에 참여한 박세창 서울대 교수는 동물원·수족관에 근무하는 수의사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이 금지되면서 사설 동물원·수족관은 비영리법인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서는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축산가축을 제외한 동물의 자가진료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동물원·수족관 전시동물의 자체 관리도 위법 소지가 커졌다.

지난해 수의사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원·수족관에도 상시고용수의사 제도가 적용됐지만,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 발급 권한만 예외적으로 인정할 뿐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박세창 교수는 “수생수의사가 활약할 수 있도록 야생동물, 수생동물을 예외로 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사람의 ‘부속 의료기관’ 제도가 꼽힌다. 특정 기업 내에 부속의원을 개설하되, 해당 기업 직원에게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하는 형태다. ‘수의사’인 직원이 아니라 ‘동물병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대상을 제한한 형태라도 동물병원을 갖춰야 적절한 시설을 구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고 인체용의약품·마약류 공급, 의료폐기물 처리 등이 가능해진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수의사 면허만으로 진료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 현행 법체계”라며 “면허와 함께 적합한 시설(동물병원), 평생교육(연수교육의무) 조건을 갖춰야 진료가 가능하다. (동물원·수족관 관련) 개인 수의사에게 권한을 주는 것은 소용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