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외과봉사협회 정식 출범…영주 애니멀호더 구조견 103마리 중성화

광복절 연휴 반납한 봉사단, 구조부터 미용·동물의료에 이르는 민관 협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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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외과봉사협회의 첫 봉사가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영주에서 진행됐다.

8월 15일(토)부터 17일(월)까지 이어진 광복절 연휴, 영주에서는 특별한 동물 구조·봉사활동이 진행됐다. 애니멀 호더로부터 137마리의 방치견을 구조해 이 중 수술 가능한 103마리를 대상으로 집중 중성화를 벌였다. 구조부터 미용, 의료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체가 힘을 모았다.

유기동물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홍금동물병원 이승찬 원장은 ‘수의외과봉사협회(VSVA)’를 조직해 이날 첫 봉사에 나섰다. 56명의 수의사 및 수의대생, 12명의 동물보건사 및 동물보건학과 학생, 안충기유기동물봉사단, 동물보호단체 가오펫(가디언즈 오브 펫츠)이 힘을 모았다.

이번 구조·봉사는 영주의 한 애니멀 호더가 방치하다시피 기르던 개들이 사육지를 탈출하여 인근 주민의 농사를 방해한다는 민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민원을 접수해 사육지를 확인하러 간 영주시청 소속 공무원들이 마주한 것은 뼈와 썩은 사료, 파리가 들끓는 처참한 현장이었다.

관리되지 않은 개들은 개체수 확인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털은 뒤엉켜 있었고, 공격성을 띠는 개들도 상당수로 보호자조차 핸들링이 어려웠다.

펜스로 둘러싸인 마당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개들로 빽빽했다. 임신한 개체들과 3개월령 이하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들도 다수 있었다. 당초 ‘5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는 보호자의 진술과 달리 현장에는 영주시청 측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개들이 확인됐다.

보호자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는 경찰과 수의사의 판단 하에 구조가 진행됐다. 구조 과정에는 영주시청과 동물보호단체 가오펫, 비영리단체 백의민족, BOLD 독트레이닝센터가 참여했다. 3차까지 이어진 구조를 통해 총 137마리(1차 13마리, 2차 80마리, 3차 44마리)를 이동시켰다.

현장에는 땅굴이나 기타 구조물에 숨어 포획되지 않은 개체들이 10여 마리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포획틀을 이용한 구조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모든 개체들에 대한 구조는 방치 현장의 불법건출물을 철거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처음에는 구조에 협조적이던 보호자는 막상 구조가 시작되자 임신한 개체를 펜스 너머로 던져서 전달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보였고, 중성화 이후 몇몇 개체를 돌려달라는 등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지속했다. 영주시 측은 보호자를 격리하는 한편 동물학대, 불법건출물 증축 혐의로 고발했다.

애니멀 호더의 문제 현장

방치견들에 대한 구조와 후원 홍보는 가오펫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구조 현장을 라이브로 송출하고 SNS를 통해 알리면서 여러 단체들이 협력에 나섰다.

초음파 수술기(sonoblade)는 (주)메사메디칼, 포터블 엑스레이는 (주)브이에스아이가 후원하였다. 수술 및 검진에 필요한 기구와 용품들은 모두 홍금동물병원이 준비했다.

봉사 장소와 광견병 백신 및 전염병 검사 키트는 영주시청과 영주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지원했다.

(주)독스랩에서는 구조된 개체들의 식별에 필요한 목줄을, 천연 비누·화장품 브랜드 크란츠(kranz)에서는 1일차 미용봉사 현장에 사용될 샴푸를 후원했다. 수술 전·후 개체를 수용하기 위해 사용된 철제장은 가오펫이 개인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미용 봉사 이전의 동물들
안충기유기동물봉사단과 학생 봉사자들이 미용과 목욕을 진행했다.
말끔해진 동물들

봉사 첫째 날에는 중성화 수술 전 위생을 위한 미용·목욕 봉사를 선행했다. 미용 봉사는 안충기유기동물봉사단(단장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안충기 교수)이 주도했다. 다른 봉사자들은 미용이 완료된 개체의 목욕을 담당했다.

오랜 시간 열악한 환경에 방치됐던 개들은 피모 상태가 매우 불량했다. 사람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개체도 여럿이었다. 그만큼 모든 개체들을 미용하고 목욕시키는 데 큰 수고가 들었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동물의료 봉사활동이 이어졌다.

봉사단은 모든 개체를 대상으로 개코로나바이러스, 개파보바이러스, 람블편모충(Giardia)에 대한 분변 검사와 광견병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수술 전 임신이 의심되는 개체는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했다.

봉사에 참여한 수의사는 환자 검진 차트 작성과 정맥 라인 확보, 중성화 수술을 담당했다. 동물보건사는 환자 보정과 수술 전 준비·보조를, 수의대생들은 수술 보조와 수술 전후 환자 관리, 약물 및 수술기구 관리 등 기타 보조 업무를 수행했다.

총 8개의 수술 테이블을 설치해 오전에는 수컷, 오후에는 암컷을 대상으로 중성화가 진행되었다. 2일차에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개체들은 3일차에 수술을 받았다. 이틀에 걸쳐 총 103마리에 대한 중성화를 완료했다.

분변 검사와 백신 접종
이틀에 걸쳐 중성화 수술이 진행됐다.

이번 봉사를 주최한 수의외과봉사협회 이승찬 대표는 “이번 봉사는 민관 협력이 이상적일 정도로 원활했다. 수의사와 수의대생을 넘어서 여러 봉사 단체와 공무원 분들의 노력이 한 곳에 모여 보람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특히 미용에서부터 의료, 그리고 후처치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차별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된 개들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첫날 학생 봉사자분들의 노고가 특히 빛을 발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승찬 대표는 “이번에 발족한 수의외과봉사협회는 외과적 특성을 반영한 봉사단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됐다.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도 계획하고 있다”며 “이번 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봉사에 참여한 경북대 수의대 봉사동아리 ‘늘품’의 이한희 회장(본4)은 “연휴 기간임에도 먼 곳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모든 분들의 열정과 헌신을 느낄 수 있는 봉사였다. 여러 봉사를 다녔음에도 이렇게까지 많은 개체수를 한번에 중성화시키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정이었을 것”이라며 “봉사 중 바쁘신 와중에도 틈틈이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이번 봉사 경험이 앞으로 좋은 수의사로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구조된 방치견들에 대한 입양 및 임시보호 문의는 가오펫(@guardianzofpetz)이 받고 있다. 가오펫에서 수용할 수 없는 개체들은 타 동물보호단체와 시 보호소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무림 기자 moorhim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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