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마이크로바이옴포럼 ‘VMF’ 출범
제9회 부산수의컨퍼런스에서 출범 기념 학술행사 열어...내년 봄 정식 학술대회 예정

‘수의 마이크로바이옴 포럼(Veterinary Microbiome Forum, VMF)’이 8월 30일(일) 제9회 부산수의컨퍼런스(BVC 2026) 현장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출범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4개의 학술강의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항생제 중심에서 미생물총 복원으로”
첫 연자로 나선 윤화영 서울대 수의과대학 명예교수는 ‘Pre-, Pro-, and Postbiotics: 개념과 최신 지견’을 주제로 프리·프로·포스트바이오틱스의 개념을 정리하고 최근 연구 동향을 소개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난치성 장질환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조절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는데,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에서도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질환을 겪는 비율도 늘었고,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윤 교수는 오랫동안 내과 진료를 해오면서 약물만으로 치료되지 않던 소화기환자를 보면서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염 치료의 축이 항생제에서 장내 미생물총 복원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장내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산물이 혈관과 림프관 건강을 통해 각 장기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건강 장수로 이어진다는 ‘마이크로바이옴 팩토리’ 개념을 언급하고, 시판 프로바이오틱스 상당수가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럼이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근거 중심 데이터를 축적하고 종 특이적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균의 유무가 아니라 네트워크”
이동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멀티오믹스 기반 정밀의학의 시대’를 발표를 통해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동향을 소개하며, 수의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2006년 시작된 미국 Human Microbiome Project가 건강인의 기준을 세우고 염증성 장질환에서 dysbiosis를 관찰했음에도 특정 원인균이나 명확한 기전을 밝히지 못한 채 종료됐다고 평가한 이 교수는 세브란스병원과 협력해 궤양성 대장염 환자 28명을 FMT 후 6개월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차이는 특정 미생물의 유무가 아니라 미생물 생태 ‘네트워크’ 구조 자체에 있었다.
이 교수는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치료 표적을 찾으려면 유전체·전사체·단백질체·대사체를 통합하는 멀티오믹스 데이터와 AI로 생태계 전체의 기능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려동물 유산균 제품? 균주 수준 근거 봐야”
정설령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 대표는 ‘반려동물 마이크로바이옴의 이해’를 주제로 반려동물 영양과 장내미생물의 관계를 다뤘다. 정 대표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장내 미생물총의 연관성을 다룬 수많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는데, 만성장병증(CE), 피부질환은 물론, 반려동물 정신건강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다양한 근거를 다뤘다.
정 대표는 또한, 시판 프로바이오틱스 25개 제품을 분석한 연구에서 라벨 표기 함량과 실제 함량이 일치한 제품이 단 2개였다는 결과와 일부 제품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검출된다는 점을 들어 “항생제에 강한 유산균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FMT는 슈퍼 프로바이오틱스”
마지막 강의는 미국 VDI Laboratory의 랜디 링골드(Randy Ringold) 박사가 맡았다. VDI CTO이자 창업자인 랜디 링골드 박사는 심장 바이오마커 NT-proBNP 검사를 개발해 IDEXX에 매각한 이력도 있다.
그는 ‘장내세균 불균형을 넘어서: 반려견·반려묘의 미생물 발효 이해’를 주제로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dysbiosis) 개념을 넘어 미생물 발효 대사산물 관점에서 반려동물 장 건강을 설명했다.
랜디 링골드 박사는 특히 FMT(분변이식)를 소수 균주만 담긴 프로바이오틱스와 달리 생태계 전체를 이식하는 ‘슈퍼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지지했다.
이날 공유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메트로니다졸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해 미생물의 77%가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로 채워진 불독이 오히려 프로바이오틱스를 중단하고 식이 변경과 FMT로 다양성을 회복했다. 또한, 생식 중 급성 설사를 보인 개에서는 생식 유래 Clostridium perfringens와 토끼 배설물 유래 효모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는 “수의사는 오염원을 찾는 탐정이 돼야 하며,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치료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반려동물의 프로바이오틱스와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근거 수준은 제각각인 상황에서 ‘쓸 만한 근거’와 ‘마케팅에 가까운 주장’을 구분하는 기준 ▲인체의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 결과를 반려동물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 ▲장내미생물 검사를 실제로 임상 현장에 도입할 때 주의할 점과 검사·해석 표준화를 위해 포럼이 해야 할 일 3가지 주제를 다뤘다.
조성범 수의마이크로바이옴포럼 초대 회장(서울대 수의대 교수)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장 건강을 넘어 면역, 대사, 뇌-장축 등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고,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과 다양한 동물의 건강에서도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성과가 실제 수의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기초연구에서 발견된 결과를 임상에서 검증하고, 임상 현장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질문을 다시 연구로 연결하는 연구와 임상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의 마이크로바이옴 포럼이 이러한 연결을 위한 열린 학술 교류의 장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창립대회를 개최한 수의마이크로바이옴포럼은 내년 3~4월경 별도의 공식 학술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