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거세할 때, 국소마취제를 쓸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수의 윤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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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규 수의사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실 박사과정(수료)

사례

수의사 A는 15년차 농장동물 수의사다. A는 최근 거세시 진통제 사용에 따르는 송아지의 통증에 관한 논문을 하나 읽었다. 소염진통제만 사용할 때보다 국소마취제를 술부에 함께 적용하는 것이 유의미하게 진통 효과를 높인다는 논문이었다.

매번 송아지의 통증이 신경 쓰였지만, 거세 후 식욕이 떨어지고 웅숭그려 있던 송아지들이 하루 정도 지나면 섭식과 활동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송아지 거세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기본으로 주사하고 소독에 드는 비용이 한 마리에 약 4천원이다. 보정장치가 달린 트럭을 보유한 인부에게 보정장비 대여료와 보정비를 한 마리 당 9천원씩 지불한다. 한 마리를 거세해서 수의사가 손에 쥐는 돈은 만원 정도다. 국소마취제를 쓰려면 한 마리에 2천원 정도를 더 써야 한다.

*   *   *   *

농장동물 수의사에게도 요구되는 동물복지

2023년 개정된 대한수의사회 ‘수의사 윤리강령’에 따르면, 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하고 지향하여야 한다.

그러나 수의사가 동물의 건강과 복지만 고려할 수는 없다. 반려동물 임상에서 진료비는 ‘동물에게 필요한 의료행위의 대가’로 볼 수 있지만, 농장동물 임상에서는 ‘축산물 생산비의 일부’에 가깝다.

수의사가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한다는 점에는 수의사를 포함한 축산업 내에서 합의가 존재한다. 더불어, 사회가 수의사에게 기대하는 바는 동물의 복지를 지키는 역할이다.

위의 송아지 거세 이야기는 동물복지를 우선해야 하는 수의사의 윤리와 생산비용을 낮추려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축산업 종사자, 또는 축산비용을 낮게 유지하려는 사회의 이익이 충돌하는, 무척 전형적인 사례다.

한국 사회에서 동물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축산업에 종사하는 수의사에게도 새로운 요구와 그로 인한 긴장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소비자 설문조사(2022)에 따르면, 농장동물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3.7%에 이른다. 모돈의 스톨사육을 개선하기 위해 구입가대비 평균 17.77%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축산업의 일부를 구성하며, 동물복지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기대 받는 수의사에게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수의학적 개입으로 인한 농장동물의 통증과 복지

통증(pain)은 대체로 고통(suffering)을 유발하며, 5대 자유(UK Farm Animal Welfare Council, 1979)나 5대 영역(Mellor, 2017)에서 동물복지의 기본 개념으로 통용된다.

통증은 혐오감을 유발하고, 그 감각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과 동물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차적인 영향은 동물복지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통증은 동물의 식욕, 수면 습관, 몸단장, 정상적인 즐거움을 경험하는 능력, 성격 및 기질, 장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저 질환에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McMillan, 2003).

그러므로 동물복지를 주요하게 고려하는 동물윤리에서 동물이 느끼는 통증은 주요한 고려 사항이다(Schmidt, 2011). 통증관리의 직업적 책임이 있는 수의사의 윤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농장에서는 동물에게는 불필요하지만 축산물을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통증 유발 관행이 몇 가지 존재한다. 잘 알려진 것이 소의 거세를 비롯한 돼지의 꼬리 자르기·엄니 자르기·거세, 병아리의 부리 자르기 등이다.

이들 관행은 마취 없이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소의 거세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수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수행한다.

이러한 침습적 행위를 수의사가 할 때 동물복지가 향상될 거라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농장동물의 통증에 대해서는, 수의사 안에서도 관점이 다양하고 진통제의 사용여부도 그에 따른다는 연구를 참고한다면(Hewson et al., 2007), 수의사의 존재가 동물복지를 보장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송아지들은 우시장에서 팔려오는 부정적 경험을 거쳐 새로운 농장에 도착한다. 새로운 우사에서 ‘적응 기간’이라고 하는 1~2주를 보낸 뒤, 다시 밧줄로 붙잡히고 마취 없이 거세당한다. 이러한 경험은 송아지들의 삶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일 것이다.

관행적으로 수의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해관계자(송아지)의 통증뿐 아니라 그로 인한 그들의 부정적 감정까지도 현대 동물복지에서 중요한 요소다(Keeling et al., 2021).

Akhtar(2011)는 동물의 통증이 비슷한 양의 인간의 통증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이유로, 인간이 느끼는 통증의 강도는 기대, 기억, 다른 이익에 대한 집중을 통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이자 주된 이유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간 사이(inter-temporal)를 계산할 수 있고, 더 고차원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통증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반면 통증의 원인과 시작과 끝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에게 통증은 인간의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농장동물 임상에서의 수의윤리 적용 시도

Mullan과 Fawcett(2017)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윤리적 체계로 수의사가 취해야 하는 윤리적 태도를 제안한다. 그 틀에 위 사례를 적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공리주의: 수의사 A는 이해관계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신체 조직을 손상당해야 하는 송아지는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다. 거세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얻는 것은 없다.

만약 수의사A가 한 마리 당 2천원의 비용을 들여 국소마취제로 통증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한 마리의 송아지가 얻는 것은 고통의 경감인 데 비해, 수의사나 농장주가 잃는 것은 생존에 영향이 적은 이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의무론: 수의사 A는 동물복지를 옹호하는 사람이고, 동물의 통증을 경감시킬 의무가 있다. 결과적인 통증의 경감이나 비용의 문제와 무관하게 A는 국소마취제를 사용해서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계약주의: A는 국가에서 배타적 진료권을 인정받은 수의사다. 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지키기로 사회와 계약을 맺은 직업이다.

다만, 동물의 통증을 어느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특히나 농장동물의 주인과 개별적으로 맺은 관계 안에서는 동물의 복지 수준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에 맞춰져 있을 수도 있다.

덕 윤리: 양심적인 수의사는 송아지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하며 자신의 돈 2천원을 들여서 국소마취제를 사용할 수 있다. 어쩌면 아프지 않은 동물에게 통증을 유발해야 하는 거세 자체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거세를 원하는 농장주의 사정이나 값싼 고기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로 인해 자신의 개인적 도덕을 유연하고 의도치 않게 맞춰 놓을 수도 있다. 예컨대, 좋은 수의사는 (동물이 아니라) 농민을 위해 희생하는 수의사일 수 있다.

돌봄 윤리: 동물은 인간에게 의존하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적절한 돌봄이 필요하다. 수의사는 송아지의 통증에 공감할 수 있으므로 진통제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돌봄’이라는 것에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국소마취제를 쓸지 여부는 개인의 정서와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윤리의 틀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의사A가 해야 할 행동을 규정한다. 대체로는 송아지의 통증을 줄여줄 것을 권한다. 동물복지가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이 되어가는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농장동물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그들에게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수의학적 개입이 광범하게 존재한다(Hernandez, 2018).

 

외부의 장애물’과 싸우기

수의사A는 국소마취제 비용을 위해 거세비 2천원을 더 올리자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국소마취제를 쓰지 않는 다른 수의사와 계약을 맺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다.

그렇다고 사업적 이윤을 일부 포기하는 것도 흔쾌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면 그 전보다 나빠질 것 없지만, 송아지들의 통증도 그대로다.

독일의 농장동물 수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의사들은 이 문제가 윤리적 딜레마라기보다 “개인적 도덕”과 “외부의 장애물” 사이의 충돌이라고 응답했다(Dürnberger, 2020).

조건이 충족된다면 도덕적인 수의사는 당연하게도 동물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농장주가 제시하는 제한된 경제적 조건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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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치료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동물의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보호자의 의견이 동물의 치료 수준을 결정하는 데에 주요하게 역할을 하는 반려동물 임상에서는 과잉진료가 동물의 삶의 질을 저해할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농장동물 임상에서는 경제적 비용 부담과 동물복지윤리의 인지 부족으로 인한 소극적 진료가 수의사에게 윤리적 딜레마를 일으킨다.

동물복지를 옹호하기 위해 수의사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수의사 개인보다 수의사 집단이 내야 하는 목소리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가시적 역할을 실제로 행하지 못하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동물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관행이 있다면 개선 방법을 고민하고 나누는 것도 수의전문직업성을 발전시키고 동물을 지각 있는 존재로 여기는 인식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의미가 있다.

 

참고문헌

어웨어 (2022)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Akhtar, S. (2011). Animal pain and welfare: Can pain sometimes be worse for them than for us? In T. L. Beauchamp and R. G. Frey (Eds.), The Oxford handbook of animal ethics. pp. 495-518 Oxford University Press.

Dürnberger, C. (2020) Am I actually a veterinarian or an economist? Understanding the moral challenges for farm veterinarians in Germany on the basis of a qualitative online survey. Research in Veterinary Science 133, pp. 246–250.

Hernandez, E.; Fawcett, A.; Brouwer, E.; Rau, J.; Turner, P. (2018) Speaking Up: Veterinary Ethical Responsibilities and Animal Welfare Issues in Everyday Practice. Animals, 8, 15.

Hewson, C.J., Dohoo, I.R., Lemke, K.A., & Barkema, H.W. (2007a) Factors affecting Canadian veterinarians’ use of analgesics when dehorning beef and dairy calves. Canadian Veterinary Journal, 48(11), 1129–1136.

Linda J. Keeling, Christoph Winckler, Sara Hintze and Björn Forkman (2021) Towards a Positive Welfare Protocol for Cattle: A Critical Review of Indicators and Suggestion of How We Might Proceed. Frontiers in Animal Science. 15 Nov. Sec. Animal Welfare and Policy Volume 2.  https://doi.org/10.3389/fanim.2021.753080

McMillan, F.D. (2003) A world of hurts–is pain special? Journal of the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223(2), 183–186.

Mellor, D. (2017) Operational Details of the Five Domains Model and Its Key Applications to the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Animal Welfare. Animals 7, 60.

Mullan, S.; Fawcett, (2017) A. Veterinary Ethics: Navigating Through Tough Cases; 5M Publishing: Sheffield, UK. ISBN  978-1-910-45568-5

Raja, S.N.; Carr, D.B.; Cohen, M.; Finnerup, N.B.; Flor, H.; Gibson, S. The revised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 definition of pain: Concepts, challenges, and compromises. Pain 2020, 161, 1976–1982.

Rollin, B., (2006) An Introduction to Veterinary Medical Ethics: Theory and Cases, 2nd ed. Wiley-Blackwell, Oxford.

Schmidt, K. Concepts of Animal Welfare in Relation to Positions in Animal Ethics.  Acta Biotheor.  2011, 59, 153–171.

UK Farm Animal Welfare Council. Five Freedoms. (1979) Available online:  https://webarchive.nationalarchives.gov.uk/20121010012427/http://www.fawc.org.uk/freedom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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