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물 환자는 생태계교란종입니다

함께 고민하는 수의 윤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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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실 박사과정

수의사 A 씨의 동물병원은 특수동물 진료에 특화되어 있고 천연기념물 동물치료소를 겸하고 있다.

어느 날, 초등학생 어린이 B가 아빠 C와 함께 보석거북* ‘꼬부기’를 데리고 내원했다. C는 꼬부기를 2년 정도 키우고 있는데 최근 등껍질 상태가 안 좋고 먹이도 잘 먹지 않는 데다, 움직임도 둔해졌다고 걱정했다.

A 씨가 꼬부기를 살펴보니 등껍질에 회색 반점이 두 개 관찰되었고, 전체적으로 더러운 상태였다. 거북이 쉘롯(Shell rot)으로 보이므로 환부 치료 후 염증 관리를 잘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완치될 것으로 판단된다.

C는 꼬부기를 대야에 수돗물을 받아서 화장실에서 키웠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대야와 꼬부기를 닦아줬다고 한다. B는 꼬부기가 많이 아픈지 걱정하고 있다.

C는 꼬부기가 갇혀 있어서 건강이 나빠진 것 같다면서, 치료한 다음에 거북이가 건강해지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방생해주고 싶다고 하는데..

* 보석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Mauremys sinensis)을 흔히 보석거북으로 부른다.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 이 종은 한국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에 해당하는 남생이(Mauremys reevesii)와 교잡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론. 수의사와 생태윤리

야생하여야 할 동물들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사고를 당해서 야생동물구조치료센터에 오기도 하고, 전시되기 위해서 동물원에 오기도 하고, 일반 가정에서 길러지다가 검진이나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오기도 한다.

그 동물들은 멸종위기종이나 일반종일 수도 있고 생태계교란종이나 유해종일 수도 있다. 이들은 소유자가 없거나, 소유 자체가 불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수의사가 ‘특수동물’이라고 구분된 야생동물 환자를 동물병원에서 만나면 고민해야 할 윤리적 문제는 더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수의사가 진료에 있어 동물환자를 다루는 방식의 윤리적 측면은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수의사의 책임에 근거한다.

특수 또는 야생동물 환자를 대하기 위해서 진료를 의뢰받은 수의사는 해당 동물을 진료 및 치료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관련 전문가에게 의뢰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야생동물은 상황에 따라 다른 차원의 윤리적 고려가 필요한 환자다. 이런 상황은 수의사에게 자연환경이나 생태계를 도덕적으로 고려할 책임을 지우고, 때로는 어떤 종이나 개체가 왜 도덕적으로 중요한지, 그 중요함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지 고민하도록 한다. 즉, 생태윤리에 대한 고려가 추가로 필요하다.

생태적 문제를 인식하는 데 있어 생태윤리가 가진 스펙트럼이 넓기는 하지만(표1), 인간이 생태 시스템 안에서 인간이 아닌 대상을 어떻게 배려하는지에 대한 보편적인 원칙 또는 가치를 제시할 수는 있다.1)

그런 측면에서 생태윤리는 규범이라기보다는 실제 직무 현장에서 적용해야 하는 실천윤리다. 왜냐하면 생물다양성 또는 생태학과 관련된 현장에서 마주치는 윤리적으로 난해한 상황을 분석하고 윤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발전시키는 데에 생태윤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2)

본 글에서는 수의사가 야생동물 환자를 진료하게 되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주요 윤리적 쟁점을 살펴본다.

*   *   *   *

가. 야생동물을 사육하고 치료하는 것은 윤리적인가?

현장에서 동물환자를 마주하는 수의사는 진단과 치료를 최우선으로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그 동물환자가 외래 반려동물(exotic pet)이라면 어떨까?

수의사는 우선 인간의 야생동물 사육이 윤리적인지 스스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3)

길들이기는 동물이 가진 삶의 양태를 인간의 힘으로 전환토록 하는 거의 비가역적인 과정이다. 야생화 훈련과 같은 특별한 전략과 투자 없이는 다시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길들이기(교배, 보전, 교육, 연구 등)를 정당화하는 데 있어서 인간과 동물의 이익을 모두 고려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의사는 동물보호자에게 동물환자의 상태와 필요한 조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 조치의 윤리성은 수의사의 설명과 그 정당성에 영향을 준다.4)

수의사가 당면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특수동물과 야생동물의 종이 광범위한 데 반해, 대부분의 수의과대학이 제공하는 교육과 훈련은 제한적이다. 지속적인 훈련을 받지 않는 한 야생동물 종을 다루는 의료지식 역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 판단하여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동물과 아닌 동물을 구분하고 보호자에게 이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다른 전문가를 찾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b)

 

나. 외래 반려동물은 침입하지 않았다. 유기되었다.

‘사정이 안될 때 방생해도 되나요?’, ‘오랫동안 갇혀 사는 게 불쌍해서 하천에 놓아주려고 합니다’, ‘한 마리만 키우는 게 쓸쓸해 보여서 여름철에 풀어주려고 하는데 괜찮나요?’, ‘엄마 아빠가 자꾸 방생하라고 해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문과 하소연이다. 이런 마음은 연민과 동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좀 다르다.

위 사례에서 내원한 보석거북 ‘꼬부기’는 알에서 깨어난 지 오래지 않아 한국으로 팔려 왔다. 2년 동안 대야 속에서 때가 되면 밥을 먹었고 졸리면 잠을 잤다. 가끔 어린이 B가 손을 빠르게 들이대면 놀라서 등껍질에 숨기도 했지만 익숙해졌을 것이다. 꼬부기는 보호자의 집 외부 환경을 접해본 일이 없고, 직접 사냥해본 적도, 먹이가 부족하여 굶은 적도 없다.

진정한 방생이란 생존환경을 만들어주고 어려움에 부닥친 생명체들을 도와주는 자비 사상이다.5) 놓아준다는 행위란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의미다.

인간이 제공하는 환경은 야생동물을 억압할 수 있고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억압과 고통은 이미 이들의 생존 능력을 상당히 훼손한 상태다.

따라서 야생동물이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놓아준다’, ‘풀어준다’, ‘방생한다’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다. 인간이 제공한 상황에 길들여진 야생동물을 ‘방생’한다는 행위는 좋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법적이며 부도덕한 행위인 ‘유기’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이렇게 길든 야생동물을 유기하면, 대개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거나 포식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존하고 번식하여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토착종에게 위협을 주는 침입종c)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토착종을 밀어내고 질병을 매개하기도 한다.

한국으로 수입한 다양한 거북이가 무분별하게 유기되면서 토착종인 남생이는 멸종위기에 처했다.6)

한국에서 수출한 무당개구리는 항아리곰팡이병을 퍼뜨려 전 세계 양서류 약 200종을 멸종시킨 것으로 추정된다.7)

침입종이라는 용어는 강제로 옮겨져 유기당한 후 생존한 한 동물종을 너무 간단하게 가해자로 만든다.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가축화된 야생동물을 자연에 풀어주는 것은 방생이 아니라 유기임을 알려주고 이 상황이 동물에게 줄 수 있는 고통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애정을 담아 함께 생활하던 동물이 보호자에게 버려져 침입종 이 되지 않도록 수의사는 보호자-동물 관계에 관한 상담이나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더 읽을거리. 수의윤리학 외래 반려동물 사례 참고, pp321-327).

 

다. 생태계교란종에 속하는 야생동물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가?

현행법상 생태계교란종과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동물의 사육과 거래는 불법이다. 그러나 이런 동물이 환자로 내원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태계교란종이기 때문에, 야생동물 사육을 반대하기 때문에 동물환자를 치료하지 않는다면 수의사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외면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럽다.8) 해당 동물환자는 고통 속에서 방치될 것이다.

따라서 동물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료하는 것은 수의사의 개인적인 윤리적 의사결정에 의존하게 된다.

윤리적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동물의 삶의 질과 보호자와 동물과의 관계 ▲보호자의 동물에 대한 책임 ▲수의사의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배려 ▲동물환자가 줄 수 있는 환경 위해 정도이다.

현실적으로 불법 사육되는 모든 동물환자에 대해 치료를 거부하거나 즉시 살처분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보호자가 관할 환경청에 사육 허가를 받도록 안내하고 치료할 수 있다.

법정기한이 지나 보호자가 사육해서는 안 되는 생태계교란종이나 국제적 멸종위기종 동물에 대해서는 보호자와 상의하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또는 환경청 자연환경과에 신고하여 데려가 줄 것을 요청하고 필요한 치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만,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여 동물환자의 생을 지속하게 하거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면 수의사는 보호자와 논의를 거쳐 안락사를 고려할 수도 있다.

*   *   *   *

나가며

수의사는 전문가로서 인간과 동물의 복지와 건강을 증진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수의사의 올바른 윤리적 의사결정에는 수의윤리와 동물윤리에 더불어 생태윤리적 소양까지도 필요하다.

그리고 수의사가 보호자나 대중에게 올바른 동물 유통과 사육에 대해 안내하고, 동물의 학대, 방치, 유기 등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가 된다.

 

각주

a) 생물중심주의: 모든 생명체는 각자 삶의 주체이며, 인간도 다른 생명체와 동등한 생명공동체 구성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b) 2022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지정관리 야생동물(백색목록)’ 제도가 신설되었다. 유통 가능한 종이 환경부령으로 지정된다. 따라서 내원할 수 있는 동물환자의 종 목록이 확보된다. 그러므로 해당 종 목록에 관한 더 높은 수준의 의료, 법, 생태 지식과 의료 전문성이 사회적으로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c) 침입종(invasive species): 인간이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도입한 동식물 등 생물체로 자연 서식지에서 벗어나 생물다양성, 생태계, 인류 경제 및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종 (IUCN이 정의한 개념을 인용함)

 

참고문헌

1) Curry, P. (2011). Ecological ethics: An introduction. Polity.

2) Minteer, B. A., & Collins, J. P. (2008). From environmental to ecological ethics: toward a practical ethics for ecologists and conservationists. Science and engineering ethics, 14, 483-501.

3) Kipperman, B., & Rollin, B. E. (Eds.). (2022). Ethics in Veterinary Practice: Balancing Conflicting Interests. John Wiley & Sons.

4) Magalhães-Sant’Ana, M., Lassen, J., Millar, K. M., Sandøe, P., & Olsson, I. A. S. (2014). Examining why ethics is taught to veterinary students: a qualitative study of veterinary educators’ perspectives. Journal of Veterinary Medical Education, 41(4), 350-357.

5) 정기옥. (2020). 불교 방생의 올바른 이해. 원불교사상과종교문화, 86(), 147-175.

6) 조신일 등. (2017). 한국산 남생이와 외래종 붉은귀거북의 서식지 이용 패턴 비교 분석. 한국환경생태학회지, vol. 31, no. 4, 397-408.

7) O’hanlon, S. J., Rieux, A., Farrer, R. A., Rosa, G. M., Waldman, B., Bataille, A., … & Fisher, M. C. (2018). Recent Asian origin of chytrid fungi causing global amphibian declines. Science, 360(6389), 621-627.

8) Rollin B. E. (2019). Veterinary Medical Ethics. The Canadian veterinary journal = La revue veterinaire canadienne, 60(3), 229–230.

<수의 윤리 라운드토론은 대한수의사회,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과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에 게재된 원고를 전재한 코너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아래 QR코드나 바로가기(클릭)로 보내주세요-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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