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비밀녹음과 관련된 법률상식

수의사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반려동물 보호자에 대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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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녹음과 관련된 법률적 쟁점>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지난 2020년 통계청에서 진행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의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9천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제 수준의 향상,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하여 그와 같은 반려인구의 전반적인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 보호자와 동물병원 수의사 사이에 의료사고 분쟁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습니다.

특히 수의사법에는 동물병원에서 진료 기록을 남겨야 할 의무는 있지만,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기록에 대한 발급 요구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수의사에게 없습니다.

때문에 수의료사고와 관련한 분쟁 상황에서 반려동물 보호자는 궁여지책으로 수의사와의 대화를 녹음하고, 실제로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수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시에 반려동물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초기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인데, 중요한 증거 중의 하나인 진료기록부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반려동물 보호자는 진료를 담당한 수의사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의료과실을 자인(自認)하는 수의사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하고자 하는 유혹을 떨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근래에는 수의료사고와 관련한 분쟁에 선재적으로 대비하기 위하여 아예 초진 때부터 몰래 녹음(비밀녹음)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사람을 위한 일반 병원·의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안내문(‘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진료실 내 촬영 및 녹음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을 게시하는 동물병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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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진료 시 반려동물 보호자가 몰래 수의사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적법한 행위인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수의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동의 없이 저장매체에 담기게 되어 불쾌한 경험이 될 것이므로 비밀녹음은 당연히 위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진료 시 반려동물 보호자가 수의사의 말을 몰래 녹음해도 현행법상 위법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 녹취가 아닌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 녹취는 상대방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합법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의 진료 시 수의사와 반려동물 보호자 모두 대화에 참여해 반려동물 보호자가 수의사 몰래 은밀히 녹음해도 이는 합법적인 행위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반려동물 보호자의 비밀녹음이 형사상으로 위법하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따른 형사상의 처벌은 면할 수는 있을지라도, 민사상으로는 여전히 위법하여 손해배상을 할 여지는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비밀녹음은 위법하다’는 전제로 하여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민사상으로 ‘위법’하다는 점의 근거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인 이른바 ‘음성권’을 가지는데 법원은 이를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의 하나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행위는 민사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실제로 음성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명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용된다는 이중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밀녹음하지 않고는 사건의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는 상황도 있는 것인 바, 그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비밀녹음이 원칙적으로 비밀로 녹음되는 자의 음성권을 침해하여 민사상으로 위법하지만 재판상의 증거로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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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은 법원의 이중적인 자세를 고려할 때,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비밀녹음하는 반려동물 보호자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지가 궁금하실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반려동물 보호자의 비밀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따른 형사상의 처벌이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원칙적으로 수의사와의 대화를 비밀녹음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사를 가진 반려동물 보호자를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는 우선 사람을 위한 일반 병원·의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안내문을 동물병원의 진료 공간에 게시하는 방법을 활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반려동물의 진료를 담당하는 수의사로서 자신의 음성 녹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혹시라도 비밀녹음을 하고자 하는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자발적인 포기 의사를 받아 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후 혹시라도 의료사고의 발생 시, 반려동물 보호자와 대면으로나 유선상으로 대화를 하게 되는 수의사는 명시적으로 ‘본인의 동의 없이 음성을 녹음한 것에 대해 향후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나아가 ‘비밀녹음한 것을 배포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비밀녹음을 시도하려는 반려동물 보호자가 스스로 단념하도록 하는 조치를 통하여 최소한의 방어를 하실 것을 조언해 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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