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알아 두면 유용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피해자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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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두면 유용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건물주에 의하여 그려진 일명 ‘ㅇㅇ벽화’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해당 벽화에는 유력 대선후보의 부인에 관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ㅇㅇ벽화를 직접 설치한 건물주 A씨는 대선후보의 처인 B씨 본인이 ㅇㅇ가 아니라고 하는 마당에 벽화에 의하여 누구의 명예가 훼손되었단 말이냐고 주장하면서, ㅇㅇ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철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해당 벽화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벽화의 내용의 일부가 지워지기는 했지만, 논란이 된 벽화를 그렸다는 건물주 A씨는 나름 법에 정통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 중 피해자의 특정이 될 것이 그 중의 하나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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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가 되는 이른바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하여야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순히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동물병원의 치료에 불만을 품고 해당 동물병원 내지 수의사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등에 게시하는 경우, ‘신사동 소재 동물병원’, ‘ㄱㄴㄷ동물병원’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고 문제의 동물병원으로 좁혀지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머리글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동물병원, 수의사의 이름이 익명처리 되었다고 하더라도 업계에서 또는 주변 사람의 입장에서는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있는 경우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고 피해자도 특정되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경우라도 그와 같은 사실을 적시한 자가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있습니다.

바로 ‘공공의 이익’입니다. 자신이 알린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명예훼손을 하더라도 위법하지 않게 됩니다(위법성조각사유). 이는 곧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살펴본 벽화의 경우에는 ‘대선 후보 검증’이라는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여지가 있을 것이고, 동물병원에 대한 비난 게시글의 경우에는 동물병원 선택이라는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되어 명예훼손죄로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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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하게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내지 국민의 알 권리는 보호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감수하여야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위와 같은 이른바 ‘위법성조각사유’는 명예훼손적인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하셔서 향후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에 이를 감안하셔서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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