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반려동물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동물병원 수의사라면 꼭 알아야 할 소송 ①

등록 : 2021.07.21 09:22:15   수정 : 2021.07.21 10:12:18 데일리벳 관리자

데일리벳이 법무법인 헤리티지와 손잡고 ‘동물병원 수의사라면 꼭 알아야 할 소송’ 연재를 시작합니다.

법무법인 헤리티지는 사람에 대한 의료과실 소송에서 쌓아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입장에서 동물병원 관련 계약, 각종 민사소송, 형사소송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례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손에 잡히는 법률이나 소송 관련 지식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최신 판례, 최신 국제동향, 최신 입법 흐름 등에 기반을 두고 동물병원 수의사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여러 사례와 법률 지식들을 해석하고 함께 탐구합니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열독을 기대합니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변호사 최재천

1806년 어느 날 영국 서식스 법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소송관계자가 이웃집 반려견에게 황산을 뿌린 일로 법정에 서게 됐다. 피해 반려견은 내장기관이 밖으로 드러날 정도였다.

당시 배심원의 임무는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아니었다. 민사상 손해배상이었다. 그것도 반려견의 가치(가격)에 한정되는 배상액수를 정하는 데 그쳐야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영국에는 동물복지와 관련된 그 어떤 법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앨러스데어 코크런 지음, 박진영 외 옮김, 2021, 창비, p.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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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권리의 주체’일까 ‘생명체로서의 동물’일까 ‘물건’일까.

우리는 아직까지도 로마법의 전통 속에 살아간다. 로마법은 ‘권리 주체로서의 인간’과 ‘객체로서의 물건’이라는 이분법이다.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지금까지 ‘물건’에 불과했다. 인간 아니면 물건밖에 없었으니까.

지난 19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민법 제98조의2(동물의 법적 지위))”라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통과된 게 아니다. 이제 입법 예고단계다. 갈 길은 멀다. 법이 몰고 올 파장은 상당할 것이다.

동물의료과실 소송에서 수의사의 진료상 과실이 인정되었다고 하자. 손해배상 범위는 반려동물의 가격에 기초한 재산상 손해액, 치료비, 흔히 위자료라고 부르는 정신적 손해에 한정된다.

반려동물 과실 소송에서 치료비와 함께 위자료 배상을 인정한 판례는 많다. 그런데 반려동물 주인들의 입장에서, 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정신적 손해에 비해 인정되는 배상액은 턱없이 적다고 느낀다. 반려동물이 물건에서 생명체로서의 동물로 존중받게 된다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 신탁제도 등도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는 더디지만 2002년 독일은 <헌법>제20a조를 개정했다. “국가는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으로서, 헌법질서의 범위 내에서 입법을 통하여 그리고 법률 및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과 사법을 통하여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 생명체를 넘어, 민법을 넘어 이미 헌법 차원에까지 보호의무를 정한 것이다.

물론 우리도 <동물보호법>이 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제한적이다.

<수의사법>도 있다. 제3조(직무)를 보자. “수의사는 동물의 진료 및 보건과 축산물의 위생 검사에 종사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 이 또한 얼마나 제한적인가. 생명체로서의 동물에 대한 존경심이 표현되지 않았다.

수의사에 대한 사회적 지위 또한 달라질 것이고 달라져야 한다. 물건이 아닌,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생명권을 보호하는 헌법적 의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번 입법 예고가 의미 있는 건 인간이 나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에 대해 존경과 경외심을 합법적으로 규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양성이야말로,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초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과 권리에 대한 존중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동물권 또한 마찬가지다.

개 한 마리가 보인다. 그걸로 충분하다. 한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 사랑받지 못해서 짖고 사랑하지 못해서 깨물고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밖에 모르는 그걸 이해하는 데 많은 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 마리면 충분하다… (김언, 시 <반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