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에서 AI와 함께 진료하는 수의사, 몇 년 안에 당연한 모습이 될 것”

[인터뷰] 인공지능에서 지속가능한 낙농업, 대동물 진료의 미래를 그리는 하현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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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목)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6년도 한국우병학회 학술대회에서 흔치 않은 제목의 강연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 대동물 진료는?’을 주제로 진행된 고려동물병원 하현제 원장의 발표였는데요,

국내 소 수정란 이식 시장의 절대 다수를 담당하고 있고, 1만 마리 이상의 소에 위내 센서 ‘카우톡’을 보급한 하현제 원장의 눈은 인공지능으로 향해 있습니다. 이날 개발 중인 ‘카우톡 AI’를 소개했는데, 클로드(claude) AI를 활용해 3개월여간 직접 만든 결과물이었죠.

18일(목) 안성 송영신 목장에서 만난 하현제 원장은 “인공지능이 결합된 스마트팜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번식, 진료, 방역까지 하나로 연결된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수의사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위기에 놓인 낙농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2026 한국우병학회 학술대회에서 AI 시대 대동물 진료의 발전 방향을 제언한 고려동물병원 하현제 원장

안성에 고려동물병원을 개원한 것이 2005년이었다. 2011년에는 젖소 목장인 ‘송영신 목장’을 열어 함께 운영하게 됐다. 진료로도 정신없이 바쁜데 목장까지 하려다 보니 제 개인적인 목표가 ‘무인 자동화 목장’이 됐다.

요즘 이야기하는 스마트팜도, 인공지능도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당장 하루 두 번 착유의 구속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래서 목장을 시작하면서부터 로봇착유기를 도입했다. 첫 젖소가 착유할 때부터 로봇착유기가 있었다.

두 번째 계기는 번식관리에 있다. 제 목장을 위해서도, 고객 목장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저라는 수의사는 그대로 인데, 고객 목장마다 번식성적은 제각각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발정을 제대로 포착해 적기에 수정을 시켜야 하는 문제가 관건이었다. 목장마다 소의 발정을 포착하는 센서, 즉 농장주의 편차가 컸다. 어떤 센서는 골프치러 다니느라 농장에 잘 있지도 않으니 말이다(웃음).

발정 포착뿐만 아니라 기록 관리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이야 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착유실 달력에 적고, 목장 벽에 적고, 수첩에 적는 식이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안 됐다.

그래서 목장의 기록을 대신 해주기로 했다. 데이터를 다 가져와야 했다. 당시에는 엑셀시트를 만들어 직접 하나하나 기록했다. 조잡하지만 몇 가지 수식도 적용하고, 나름 이력제와 같은 공공데이터와 연동되도록 구성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카우톡 AI의 시작점인 셈이다.

격년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국제축산박람회 유로티어(EuroTier)를 매번 간다. 거기서 오스트리아 회사인 스멕스텍(Smaxtec)을 2010년에 만났다.

지금은 몇천 억원의 투자를 받고 매달 25만 개 이상의 위내 센서를 전세계에 보급하는 회사가 됐지만, 당시엔 공중전화 박스만한 부스에 직원 1명이 나와 있던 수준이었다.  

위내 센서로서 기술은 아직 성숙되지 않아 보였던 시점이었지만, 그 개념은 무척 좋았다. 그래서 제 목장에서 3년간 검증한 후 한국에도 팔기 시작했다. ‘카우톡’이라는 이름도 만들었다. 이를 위해 2013년 양돈 분야에 있던 친구와 함께 스마트팜 전문 회사 ‘리얼팜’을 설립했다.

현재도 200여개 목장, 1만 두가 넘는 소에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실시간으로 체온, 활동량, 음수량, 반추시간 등을 감지하고 있다.

‘카우톡’으로 공급되고 있는 위내 센서

저희는 몇 년 전부터 정기 번식진료를 계약하면 카우톡 센서를 모두 설치해주고 있다. 통신중계를 위한 설치비는 별도로 들여야 하지만 말이다.

센서에 기반한 토털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질병이나 번식진료는 물론 발정 관찰에 따른 수정, 데이터 관리까지 다 해주는 방식이다. 목장은 밥만 주고 착유만 하면 된다.

현재는 병원 인력의 한계로 (토털 서비스) 고객을 더 늘리기 어렵긴 하지만, IOT 장비에서 나오는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다. 결국 전산장비에서 나오는 정보도 소에서 발생한 분만, 유산, 건유, 질병 등의 이벤트를 제대로 기록하고 연결해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센서로 감지된 데이터를 해석해 발정이나 분만 신호를 주는 기본적인 기능은 현재도 가능하다. 하지만 1명의 수의사가 관리하는 50개 목장의 데이터를 한 눈에 파악하긴 어렵다. 기록관리도 여전히 일일이 해야 했다.

위내 센서와 같은 IOT 장비로 생성되는 다양한 정보를 수의사가 스마트폰을 매개로 실시간으로 활용하며 진료하는 모습은 이미 10년 전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서 구상했다. 늦었지만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볼까 고민했을 정도다.

리얼팜에서 소프트웨어 전문가 여럿을 고용해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다. 평생 소를 본 적도 없는 프로그래머에게 소의 발정이 뭔지, 임신이 뭔지 이해시키는 것부터 문제였다.

그러다 생성형 AI의 시대가 왔다. 3개월여 전, 문득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소를 잘 아니, 개발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지금까지의 결과물도 생각보다 좋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카우톡은 물론 축산과 관련한 각종 공공데이터를 모두 집어넣어 연결했다. AI에게 어떻게 요청하고 피드백해야 하는지도 감을 잡게 됐다. 역치를 한 번 넘어선 느낌이다.

챗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모두 최고요금으로 사용한 지 3년이 넘었다.

개인적으로 인간 하현제를 가장 잘 통찰하는 건 챗GPT인 것 같다. 하지만 실질적인 프로그래밍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클로드다. 업무 측면에서 클로드와 다른 AI는 현격한 격차가 있다.

나름 경험이 쌓였는지, 송영신목장의 A2 저지 우유를 판매하는 사이트는 하루 만에 뚝딱 만들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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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중인 카우톡 AI를 시연하는 하현제 원장

하현제 원장은 개발 중인 ‘카우톡 AI’의 모습을 살짝 시연했다. 이상이 의심되는 여러 개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를 선택했다. 화성 A 목장에서 임신 중인 미경산우인데, 위내 센서 상 체온과 반추 활동, 움직임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

평소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듯 ‘지금 이 소의 상태가 어때?’라고 묻자 상세한 설명이 돌아왔다. AI는 월평균·주평균 체온과 비교해 체온 하강을 급성 변화로 해석했다. 임신 후기, 미경산우라는 개체 정보와 조합해 유방염을 배제하는 판단을 내리고 수의사의 진료를 권유했다.

이런 알림이 카우톡 AI의 관리자 화면에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수의사가 목장주의 전화를 받기 전에 어떤 소에 문제 가능성이 있는지 능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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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AI에 ‘오늘 진료할 소는?’ 이라고 물으면, 그 수의사가 관리하는 목장들의 현재 상황과 건강상 이상이 감지된 소가 어떤 개체들인지, 어떤 질병이 의심되는지, 긴급하게 진료할 개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수의사는 그에 따라서 현장을 찾는다. 목장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알아서 보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목장에 와서는 스마트폰을 들고 씨름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이어폰을 통해 AI와 대화하면 된다. ‘팅커벨’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위내 센서의 고유 번호, 목장에서 자체적으로 쓰는 이표 번호, 소 이력제 번호를 RFID로 연동하면 그저 수의사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 만으로 어떤 개체인지 정확히 판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 라벨링도 어렵지 않다. 평소에 인공지능을 쓰듯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된다. 수의사가 직접 보거나, 정밀검사한 결과를 이야기하면 그게 라벨링인 셈이다.

다만 그 정보가 정확해야 한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가장 전문가인 수의사가 해야 한다. 필드에서 실제 운영하는 목장에서, 실제 수의사가, 실제로 진료하며 라벨링이 진행되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제대로 하려면 3년 정도, 여러 수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의 AI 대전환이 이재명 정부의 기조이기도 하고, 전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라고 자부한다.

대동물 수의사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였다. 개체진료와 컨설팅이다. 아픈 소를 치료하며 축주를 보듬어 주고, 질병·번식·사양관리의 최신 정보를 제공하며 축주를 지도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역전됐다. 조금만 뒤져 보면 정보가 다 나오는 시대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 다녔거나 프로그래머 출신인 2세 농장주도 많다. 각종 IOT 장비를 활용하고, 심지어 자기 농장에 맞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쓰기도 한다.

그런데 수의사는 여전히 예전에 머물러 있다. IOT 장비를 쓸 줄도, 그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제가 직접 목장을 하고 있다 보니 이런 변화를 더욱 실감한다.

AI에 의한 축산 기술의 발달은 어차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수의사가 주도해 이끌어가야 한다. 인공지능을 통한 축산에 가축방역, 의약품 관리, 수의사처방제 등을 연계해야 한다.

AI에 결합된 스마트팜은 자가진료를 근절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항생제 사용량도 목장 단위는 물론 개체단위로도 데이터화될 수 있다.

송영신 목장은 저지(Jersey) 목장으로 전환해 A2 저지 우유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4,500여개 목장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먹는 우유를 생산한다. 다른 축종과 마찬가지로 각종 규제로 ‘새로운’ 농장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있는 목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식량인 우유 생산량을 지키는 것은 식량 안보에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한국의 낙농업은 위기다. 생산비는 모든 항목에서 증가하는데, 유대는 물가 관리에 붙잡혀 있다. 경영 악화로 5년 내에 목장의 절반이 사라질 수도 있다.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돈을 더 벌자는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국내 목장주의 평균 연령은 63세로 알고 있다. 그나마 다른 농업보다는 낮아서 그 정도인데, 70세가 넘으면 목장을 돌보는 일이 정말 힘들어진다. 하지만 후계자가 없는 목장이 부지기수다(2024 낙농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후계자도 없고, 육성계획도 없다’는 응답이 38.9%로 나타났다-편집자주).

후계자가 없다고 멀쩡한 목장이 없어지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낭비다.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후계자가 없는 목장, 자녀가 다른 일을 하는 목장도 운영이 되어야 한다. 대신 운영하는 ‘위탁경영’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관심이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낙농업’을 만들 핵심 기술이 결국 ‘스마트팜’이다. 로봇착유기, 카우톡 AI, 근로자 1명 만으로 100두를 착유하는 목장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사료, 분뇨, 동물병원을 통한 질병 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수의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실시간으로 개체별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AI 축산은 가축방역 측면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상함을 농장주가 감지하고, 스스로 해보다가(자가진료), 안 되면 수의사를 부르거나 신고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늦다. 앞으로는 AI가 가축전염병 발생농장을 선제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듯 제 목장, 제 고객목장 관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개발자이자 사용자로서 AI를 활용한 축산, 대동물 진료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 사실 저보다 멋진 것을 만들고 계신 다른 수의사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아이디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지만, 몇 년만 지나도 수의사가 현장에서 AI를 활용해 진료하는 모습이 당연한 광경이 될 것이다.

번식 진료에 초음파를 도입할 때도 그랬다. 선배·동료 수의사들이 ‘(직장검사하는) 내 손이 초음파인데 뭐가 필요하냐’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지만, 지금은 번식 진료가 주업인 수의사 분들 중에 초음파를 쓰지 않는 원장님은 없다. 그렇게 되는 데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팜도, AI도, 기술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거부한다거나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목장에서 AI와 함께 진료하는 수의사, 몇 년 안에 당연한 모습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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