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National Park Service : 정동혁 센터장

국립공원공단 야생동물의료센터 정동혁 센터장을 만나다

등록 : 2021.08.04 09:34:43   수정 : 2021.08.04 09:36:15 신지혜 기자 jihye9569@gmail.com

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 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열네 번째 키워드 알파벳 NNational Park Service (국립공원공단)입니다.

국립공원공단은 파괴되어가는 자연생태계와 환경, 문화·역사 유산의 보전을 목적으로 보전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원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 22개의 국립공원이 지정·관리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에는 야생동물 의료 업무에 특화된 일을 수행하는 야생동물의료센터가 있습니다. 지리산에 있는 야생동물의료센터는 국립공원과 그 인근 지역에서 다치거나 병에 걸린 야생동물을 구조, 치료하는 업무를 기본으로 하여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기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에서 도입되는 동물의 검역 및 질병검사, 복원대상 종의 야생 방사 후 질병 모니터링 및 시료수집, 생태연구 및 야생동물관리를 위한 필드 마취 및 포획, 번식관리를 위한 인공수정 및 기타 야생동물에 관한 다양한 수의학적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소백산(여우 복원대상지역), 설악산(산양 복원대상지역)등 전국 국립공원이 업무 영역입니다.

정동혁 야생동물의료센터 센터장님(사진)은 야생동물에 대한 열의로 수의대에 입학하여 세네갈 국립공원관리국과 한국의 국립공원공단에서 20년 가까이 일을 해온 야생동물 전문가입니다. 현재 국립공원 야생동물 의료 업무를 총괄하고 계시죠.

특히, 국내 최초 대형 포유류 복원사업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초창기부터 참여하여 수의학적 관리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산양과 여우 복원사업에서도 수의사로서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특히, 국립공원공단에 야생동물의료센터를 설립해 보호지역에서 동물의료 업무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립공원 야생동물 수의사입니다. 국립공원 조직 중에 국립공원 연구원이라는 조직이 있고, 그 안에 야생동물의료센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센터장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도(2002~2004: 세네갈 국립공원관리국)부터이고, 한국에서는 2005년도부터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Q. 세네갈에서 근무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야생동물 수의사를 하고 싶은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국내에 전혀 없었습니다. 동물원 수의사가 있었지만, 사실 동물원 동물은 야생동물이 아니기도 하고, 저는 자유로운, 진짜 야생동물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학부생 때 막연하게 그냥 ‘야생동물을 하려면 아프리카에 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고, 기회를 찾다가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Q. 이후 국내에 들어오셔서, 야생동물 수의사라는 직업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일하신 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초창기의 국립공원 야생동물 수의사는 어땠나요?

사실 어떤 일이든 초반에는 정말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 않나 합니다. 일단 수의사로서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거의 없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단 시설이나 장비 같은 것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예산, 인력, 인지도, 관심, 처우, 근무환경 등 뭐 하나 제대로 있는 게 없다 보니 정말 모든 게 쉽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 진료하기도 하고 화장실 바닥에 사체를 눕혀놓고 부검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가며 매일 산행을 하기도 하고, 하루에 세 번씩 산에서 곰을 포획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지금처럼 세분화되어 있지도 않아서 수의사 일만 했던 것이 아니라 현장 위치추적 업무, 야생동물 흔적조사, 야생동물 피해방지를 위한 전기 울타리 설치나 관련 보험처리 업무, 주민협력을 위한 간담회 운영 등 복원사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많이 힘들고 정체성에 다소 혼란이 올 때도 있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하나의 팀으로 일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름 그러한 노고들을 상당 부분 인정받았기 때문에 국립공원공단 내에 야생동물의료센터라는 정식 조직을 구성하고 수의사 인력을 충원하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많은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과거에 비하면 뭐 천지개벽을 했죠(웃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야생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야생동물이 우리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자본주의적 세계관으로도 바로 실리가 보이는 영역이라면 이미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발전이 있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 분야를 좀 더 발전시키고, 해야 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조직 내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하고 싶은 것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단순히 직장 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교육도 마찬가지고 정부 정책 방향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서, ‘야생동물에 대한 이슈를 사회적으로 많이 끌어오고 애정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학교는 어떤 트렌드나 현상을 쫓기보다는 그래도 학문의 영역에서 좀 더 다루어야 하는 책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수의과대학 내에도 산업, 반려, 실험동물은 많이 교육하지만, 지구상 대부분의 동물인 야생동물은 교육 비중이 상당히 낮고, 그렇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듯 보입니다. 학교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일선에 있는 실무자로서 후배 수의사들이 야생동물 분야에 많이 진출하려 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Q.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지리산 생태 조사 과정에서 멸종 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이 되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일부 개체가 아직 남아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체가 명확히 확인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체가 촬영되면서 ‘지금 바로 곰을 위한 일을 하지 않으면 진짜 멸종될 수 있겠다’라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고, 환경부와 같은 관련 정부 부처가 관심을 가지면서 탄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곰의 복원은 단순히 그 한 종(species)의 개체 수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곰의 복원을 통해 생태계 전체가 건강성을 회복하고 다른 야생동식물을 보전하는데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도 반달가슴곰의 복원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반달가슴곰에 대한 레퍼런스를 직접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다양한 레퍼런스가 있을 수 있는데, 제가 모든 분야를 커버하는, 그런 걸 다 했다는 것은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고, 그런 일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제가 하는 일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만들어서 참고할 만한 자료로 레퍼런스화하고 있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수의사로서 일하면서 레퍼런스가 필요한 부분이 정말 많은데, 반달가슴곰은 세상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간 마취를 하고 건강검진이나 질병 검사 또는 관련된 수의학적 일을 하면서 얻어진 다양한 데이터들을 카테고리에 맞게 정리를 하다 보니 그런 자료들이 처음 나온 것들이라 레퍼런스를 만들었다고 얘기가 된 모양입니다.

Q.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부터 함께 하셨는데, 처음에 복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려주세요.

사실 곰 복원사업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좀 차이가 있긴 한데, 생태조사나 협의체 구성과 같은 사전단계를 제외한다면, 처음 곰을 러시아에서 도입한 시기를 본격적인 곰 복원사업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 곰을 처음 도입하게 된 배경은 일단, 국내 혈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종(subspecies)이 러시아 극동지역, 중국 동북지역, 북한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있었는데, 당시 러시아와 협의가 잘 되어서 처음 러시아에서 곰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당시 우수리스크 지역에서 고아곰 재활 프로그램(사냥철 어미곰을 포획 후 새끼곰을 재활센터에서 양육해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프로젝트)을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더 협의가 잘 이루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수차례 러시아에서 곰을 도입해 지리산 국립공원에 방사 할 수 있었고 중국과 북한에서도 한 차례씩 들어오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루트가 막혀있는 실정입니다. 복원사업을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동물을 도입해 방사하는 것이 유전적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나, 국제적 정세에 민감하고 큰 비용이 소요되므로 쉽지는 않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증식된 개체를 복원에 활용하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인공수정과 같은 연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야생에 방사된 곰의 첫 출산은 2009년도에 있었고, 그 이후 자연에서 태어난 개체들이 늘어 이제는 70여 마리가 지리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현재는 인공수정 연구가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곰을 국외에서 도입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계획적인 복원사업 수행과 야생 개체들의 유전적 관리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면서 인공수정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지리산 지역에 개체 수가 증가하긴 하였으나, 생태적으로는 단일 개체군이라고 할 수 있고 일부 힘이 센 수컷들(dominant)만 번식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육 시설 내에서 자연 번식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번식에 참여시킬 수 있는 개체가 매우 제한적이며 암수 간에 상호 교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자연 번식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일 년에 한 번 계절 번식을 통해 새끼를 출산하는데 출산 새끼 수가 1~3마리로 매우 적어 시설 내에서 복원 개체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곰의 인공수정이 대안 중 하나로 제기되었습니다.

Q. 인공수정 방법도 궁금합니다.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을 두 해 연속 성공하여 놀라움을 자아냈다고 들었어요.

사실 인공수정이라는 컨셉 자체는 대단히 획기적인 기술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이라는 특이한 번식 생리를 가진 종에서, 더구나 기초자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로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까지 성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사소한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찾아서 확인해야 했고, 곰이라는 종에 최적화된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세포염색법만 20가지 이상 시도해봤습니다. 사실 모든 과정을 그렇게 했죠. 인공수정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도 계속 연구 중입니다.

Q. 종 복원사업도 하면서 외과적 치료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외과적 치료가 종 복원사업과 완전히 별개의 일은 아닙니다. 자연 방사 이후에도 야생에서 외과적 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외과뿐만 아니라 내과, 산과, 병리, 임상병리, 질병, 기타 기초 파트쪽 연구 등도 같이 커버링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단일 종(species)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동물 종이 대상이라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찾아봐야 일부 해결을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좋게 말하면 일이 다양하고 다이나믹해서 긴박감이 넘칠 뿐만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고, 안 좋게 말하면 종이 되었든 학문 분야가 되었든 어느 하나에 집중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굳이 말하자면 힘든 점이라고 해야겠네요. 매번 찾아보고 공부해야 해서 피곤하긴 합니다(웃음).

Q. 지금 계신 야생동물의료센터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제 일은 내부(의료센터 내)에서 하는 일과 외부(야생동물 현장 필드 워크)에서 하는 일로 크게 구분을 할 수 있는데 기억에 남는 대부분의 기억과 에피소드는 현장에 있을 때의 일들입니다. 현장에서는 몸이 힘들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필드에서 뭔가를 하거나, 일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감동에 좋은 기억을 담아 올 때가 많습니다. 기억에 남는 최근 에피소드는 내부와 외부 모두에 해당하는 일로 다친 곰을 구조해 성공적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 케이스입니다. 하나는 암컷 곰 52번이고, 또 하나는 수컷 곰 53번입니다.

52번 곰은 올무에 걸려 구조를 했는데 상처가 너무 심해 불가피하게 절단 수술을 해야 했던 케이스였습니다. 수술 후 건강하게 회복을 잘했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면 중 새끼까지 출산을 하여 더욱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개체가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8시간이 넘는 수술 시간을 버텨준 것도 그렇지만, 수술 시점에 임신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곰은 5~7월 계절 번식을 하기 때문에 방사된 후에 임신이 불가능했거든요. 그렇기에 방사 후에 바로 출산을 했다는 것은 수술 시에 이미 임신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한쪽 다리가 없는 것이 야생에서 생존하기에 매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이후 매년 새끼를 출산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현재까지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앞으로도 번식에 계속 참여한다면 더 많은 새끼를 낳아 안정적인 개체군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단순히 수의 임상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복원사업과 보전의학적인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른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또 참으로 신기한 부분은 52번 곰의 오른쪽 앞다리를 절단했는데 수술 후 낳은 첫 새끼의 오른쪽 앞발이 흰색이어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새끼의 이름을 “흰발이”로 지어줬습니다.

또 하나의 케이스는 53번 곰인데, 지리산을 벗어나 북쪽으로 향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버스와 충돌해 상완골이 분쇄골절 되었습니다. 성치 않은 몸으로도 수일간 저희 구조팀을 피해 도망 다니다 마침내 포획되었고 의료센터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오랫동안 재활을 잘 받았고 원래 53번 곰이 가고자 했던 경북지역의 수도산에 방사하였습니다. 이후 이 녀석은 수도산, 가야산, 민주지산, 덕유산, 지리산을 넘나드는 거대 행동권을 보였으며, 이 개체를 계기로 전남, 전북, 경남, 경북지역 시·도·군이 참여하는 광역 반달가슴곰 보호 협의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곰 한 마리의 구조와 치료가 곰 복원사업의 전체적인 관리 방향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억에 계속 남을 것 같습니다. 53번 곰은 번식기를 맞아 최근에는 지리산으로 돌아와 암컷을 만난 후 다시 북쪽 수도산으로 넘어갔는데 내년에는 53번 새끼가 지리산에서 태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Q.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하거나 사육 곰이 탈출하는 등의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육 시설을 제대로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잘 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그냥 뉴스에서의 헤프닝 정도로 끝나지 않으려면 많은 사람이 동물 사육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나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합니다.

Q. 사람들의 관심에 대해 말씀을 하셨는데요, 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끄는 것이 종 복원사업, 야생동물 보호에 중요한가요?

사실 야생동물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우리의 삶에 바로 눈에 보일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또한, 농가에서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도 많지만, 그러한 이유로 계속하여 우리의 관심밖에 있다면 이들을 보호하고 동물의 터전인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될 것입니다.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야생동물과 사람이 완전히 별개가 아닌 지구 생태계라는 큰 틀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야생동물 질병이 이슈화되고 있는데, 그러한 관심도 사람의 질병 감염과 축산 이슈에 매우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이슈들로 인해 그와 관련된 일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사람들의 열정과 봉사 정신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일 가질수록 야생동물 보호와 관련된 일들이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야생동물의료센터가 위치한 구례군에 사육곰을 위한 생츄어리가 형성되는데, 생츄어리 만드는데도 수의사로서 일조하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동물복지와 사육곰 문제에 대해서는 원래 관심이 많지만 정부 부처와 연관된 부분도 있고 저 또한 공공기관에 있다 보니 공식적으로 뭔가를 하기에도 그렇고 말하기도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쨌든 사육 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츄어리 사업이 구례군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보고 있고, 곰과 오랜 기간 지내온 수의사로서 제가 곰과 그 시설에 관련된 자료나 정보제공 등의 역할은 하고 있습니다.

Q.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위원으로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IUCN 종보전위원회 복원전문가 그룹과 곰 전문가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형화된 업무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뭐 대단한 역할과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그렇습니다(웃음).

1~2년에 한 번은 국제적으로 열리는 정기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복원현황과 곰 관리 및 연구 등에 대해 발표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여러 나라의 공조가 필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수의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주는 역할과 다른 나라의 복원사업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Q. 센터장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까요?

가족들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죠. 뭐 다른 게 있나요(웃음).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업무적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새삼 요즘 ‘너무 목표 지향적으로 사는 삶이 좋은가’라는 화두가 생겨서 그냥 해오던 일들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려고 하는 게 목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목표라기보다 그냥 좀 더 해보고 싶은 것은 국내 야생동물 의료분야가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국립공원 야생동물의료센터가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지혜 기자 jihye95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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