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⑪-2] KOPRI,기생충학자로서의 삶:최성준 교수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 최성준 교수 인터뷰 2탄

등록 : 2021.02.17 13:09:26   수정 : 2021.02.17 13:13:48 윤서현 기자 dbstjgus981218@gmail.com

1편 – [수의학 A to Z⑪-1] KOPRI,수의사가 남극에 간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Q9. 앞으로 남극에 또 가게 될 수의사가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A: 실제로 얘기가 나오고 있고 극지연구소에서 수의사를 필요로 하는 기회는 꾸준히 있겠지만 관건은 갈 준비가 되어있는 수의사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점입니다. 수의사를 필요로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기각류 등, 대형 해양 포유류의 마취연구인데, 이것만으로도 수의사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누가 갈 수 있을까요?

기각류 연구를 위해 남극에 가려면 세종기지 기준 보통 12월 초에 가게 됩니다. 1월이 넘어가면 번식을 하는 야생동물의 상황에 전적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기적으로 따져보면 극지는 12월에 들어가 1월, 2월 연구하고 늦게 나오면 3월 중순이 되어야 나옵니다. 일반 수의사 중에 이 4개월을 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기초 수준의 임상이나 적어도 야생동물과 관련해서 특히 해양 포유류, 기각류의 마취를 해본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그것을 배울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분명히 수의사가 필요한 부분이고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약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직장이 명확하게 있거나 일정이 복잡한 사람들을 데려가기 매우 애매한 거죠.

Q10. 그렇다면 기생충학자로서, 기생충에 어떠한 매력을 느껴 지금 이 자리까지 오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솔직하게 원래는 야생동물 임상을 하고 싶었는데 경험해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좋아했던 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야생동물이지 아프고 소리 지르는, 안락사를 해야 하는, 또는 불구인 야생동물을 보는 게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때문에 현재는 직접 야생동물의 임상을 하기보다 멀찍이 떨어져서 야생동물수의사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합니다.

야생동물은 좋아하는데 임상이 아닌 다른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지금은 은퇴하신 충북대학교 지차호 교수님이 어느 날 벼룩에 대해 가르쳐주시다가 일반적인 수의사들은 몰라도 된다며 넘어간 부분이 있었어요. 호기심을 느끼고 직접 찾아보니 기생충 종류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이 굉장히 신기했었어요. 전염병에도 원래 관심이 있었는데 바이러스랑 세균은 눈에 잘 안 보여서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기생충을 시작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까 너무 재밌었습니다.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그물구조, 생태계 그물의 뒷얘기 같았는데, 흔히 외부에서 인지하기 쉬운 형태의 생태계뿐 아니라 뒷이야기에는 항상 기생충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들이 매력적이었고, 내가 기생충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생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생태계에 대해서도 좀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수의학·의학의 질병으로의 기생충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생충으로 인지하고 바라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깊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인 지식도 채우고 호기심 충족도 하고 있죠.

질병의 경우에도, 야생동물 유래 질병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있지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고요. 실제로 우리는 야생동물에 어떠한 감염원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연구 테마 중 하나로 도심지 야생동물이나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의 기생충상이 어떠한지, 그리고 사람과 연관이 있을 수 있는지를 보고 있습니다.

흔히 학교 앞에서 볼 수 있는 까치, 참새, 비둘기 등에 어떤 기생충 기생하고 있는지 잘 조사가 되어있지 않아요. 연구를 하고 학계에 보고해야 인정받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자료가 없는 거죠. 흔히 비둘기가 날갯짓할 때 떨어지는 기생충에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는 루머들이 있는데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뭐가 있는지 조사도 안 되어있는데 아무도 몰라서 반박을 못 한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 조사해 본 바로는 그렇게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은 거의 없어요. 이런 것들을 밝혀내는 것처럼 아직 조사되지 않은 기생충들을 확인하고 밝혀내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들이 쌓여 나가면 국내 생태계를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11. 기생충학에 필요한 수의사의 역할과 필요한 역량은 뭐가 있을까요?

A: 기본적으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합니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합니다(웃음). 어디에 붙어 앉아서 부검, 관찰 등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이외에도 전반적인 생태지식, 박물학적 지식 등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가령 뱀의 기생충을 확인했는데 이 뱀의 생태학적 위치와 먹이사슬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면 내가 찾은 기생충이 어디서 유래했고 어디로 갈 건지를 추정해 볼 수 있어요. 기생충에 대한 이해 말고도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상당히 큰 매력인데,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까지의 이해가 필요한 거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친화력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의대이기 때문에 사람의 기생충을 주로 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수의사라면 사람 관련된 일을 많이 하지는 않겠지만 제 경우는 탄자니아, 캄보디아, 라오스 같은 곳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을 연구하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을 정도로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야생동물기생충학의 기초자료 자체가 많이 없어서 할 일이 정말 많아요(웃음). 수의사라는 배경을 갖고 기생충을 전공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숙주의 다양한 생리와 질병 관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매우 도움이 되는 역량이거든요. 수의사로서 단순히 가축, 반려동물이나 검역본부 등과 연관된 분야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수의사의 역량은 다양하고 넓은 분야에 두루두루 적용됩니다.

Q12. 수의사, 또는 기생충 학자로서 해보신 또 다른 이색적인 경험이 있을까요?

A: 남극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당시 탄자니아에 있었습니다. 밀렵꾼들을 감시하는 캠프가 있는데, 수십m의 짚으로 된 울타리 한가운데 있는 페트병에 핸드폰을 넣으면 거기에서만 전파가 잡혀요. 하루일과를 마치고 딱 넣었더니 문자가 하나 와있었는데 남극 가라는 연락이었어요. 남극에 가라는 문자를 탄자니아에서 받은 거죠(웃음).

탄자니아 빅토리아 호수에 있는 섬, Kome Island에는 주혈흡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30대 이전에 다 죽는데 5천원 정도 되는 약을 먹으면 치료될 수 있습니다. 이 기생충은 호숫가에 있는 물을 통해 감염되는데, 인프라 자체가 좋지 않다 보니까 주민들이 그 호숫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에요. 물을 마시지 않아도 피부를 통해서 감염되기 때문에 빨래, 고기잡이, 물놀이를 하다 감염이 됩니다. 그 섬의 기생충 구제 및 우물 설치를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열대의학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었어요. 의사가 아니어도, 기생충학자로서 세계 평화와 국제 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죠.

출처: Tanzania Wildlife Research Institute (TAWIRI) – Tanzania Wildlife Research Institute

당시 지도교수님이 생물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기생충 자원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셨는데 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세렝게티, Tanzania Wildlife Research Institute(TAWIRI)와 연계를 하게 되어 몇 번 파견을 나갔었습니다. 함부로 야생동물을 죽일 수 없기 때문에 로드킬 된 동물을 확보해서 기생충 검사를 하고, 주변 마을에서 도축하면 내장 확보에서 기생충 검사를 하고, 쥐를 잡아서 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봤었습니다. 리카온이라 흔히 부르는 African wild dog의 보전 시설에 방문한 적도 있었죠.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해봤지만, 탄자니아의 야생에서 체체파리를 경험한 것도 꽤 재미있었어요. 덤불 사이를 차를 타고 달리면 대형 동물인 줄 알고 체체파리들이 달려옵니다. 창문을 보면 파리들이 옆에서 날고 있는 게 보일 정도로 많이 모이는 데 문제는 차 안이 덥다는 것에 있죠.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창문을 닫으면 너무 덥고 창문을 열면 질병 감염의 위험이 있는 흡혈파리가 막 들어오는 딜레마 속에 있던 적도 있습니다.

Q13. 극한의 구역, 쉽게 갈 수 없는 곳까지 가보았던 수의사로서 수의사의 역량과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가보면 그렇게까지 극한은 아닙니다(웃음). 장보고 기지는 확실히 춥지만 지금 세종기지는 영상 2도라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따뜻할 것 같아요. 탄자니아도 여름에 가면 세렝게티가 평원이라 엄청 뜨거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지대라 바람이 많이 불고 시기적으로 추울 때 가서 밤에 잘못하면 얼어 죽을 뻔했던 적이 있네요. 그해 여름에는 아프리카에서 엄청 춥게 지내다가 겨울에는 남극에서 따뜻하게 지냈어요(웃음).

수의사의 역량과 영향은 언젠가 우주를 개발하면 우주에서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평소 수의사로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기생충도 사실 수의학이나 의학적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기생충을 제외하고는 생물학의 영역에 있는 친구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수의학적·의학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등의 질병 survey를 통해 의학의 범주로 넣으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학, 생물학 등의 경계요. 원헬스(one-health)라는 말이 정말 이 일을 잘 설명할 수 있어요. 기생충은 동물에도 사람에도 환경에도 존재하거든요.

Q14.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박사 후 연구원을 하고 있을 때, 아직 자리를 못 잡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어딘가는 자리가 생길 거라고 믿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바가 뚜렷하고 노력하고 있으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고 내가 준비되어 있으면 될 거라고요.

기회가 왔을 때 내가 가진 역량을 보였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사실 자리를 잡은 입장에서 말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누군가 이런 얘기를 물어본다면, ‘내가 원하는 바가 분명히 있고 그것을 향해 노력한다면, 노력들이 지속되고 하나하나 쌓여서 언젠가는 기회로 돌아온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출처

극지연구소 (kopri.re.kr)

두산백과 ‘극지연구소’

어린 (물고기 비늘) | Daum 웹툰

Tanzania Wildlife Research Institute (TAWIRI) – Tanzania Wildlife Research Institute

윤서현 기자 dbstjgus98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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