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⑤] Exotic Animal Veterinarian:오석헌

등록 : 2021.02.03 18:34:22   수정 : 2021.02.03 19:38:02 채정화 기자 wjdghk6931@naver.com

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다섯 번째 키워드 알파벳 E는 특수동물 수의사(Exotic Animal Veterinarian)입니다.

특수동물 수의사는 개, 고양이 외에 앵무새, 도마뱀, 페럿 등 흔히 기르지 않는 동물을 진료합니다. 대표적으로 특수동물 전문 동물병원, 동물원, 아쿠아리움 등에서 일하죠.

최근 특수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특수동물 수의사를 꿈꾸는 수의대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특수동물 진료를 보는 수의사는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여러 궁금증을 안고, 오석헌 수의사님을 만났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수의사 오석헌입니다. 이런 곳에 소개될 정도로 특별한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15년 정도 동물원, 수족관, 야생동물구조센터, 동물병원 등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진료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현재는 흔히 보기 어려운 페럿, 앵무새, 토끼와 같은 특수동물을 포함해 다양한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원을 운영하면서 주위 생태공원과 동물원, 아쿠아리움에서 촉탁 수의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Q. 개, 고양이 외의 모든 소동물을 진료하시나요.

처음 개원했을 때는 모든 동물을 진료한다는 자부심으로 진료를 했지만, 현재는 진료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주로 페럿, 앵무새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개, 고양이도 진료하고요. 다만 생각하시는 것처럼 ‘모든’ 소동물을 진료하지는 않습니다.

Q. 특수동물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어떤 동물이 찾아오나요?

사실 수요가 많지는 않습니다. 특수동물만 진료해서는 충분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병원도 아직 국내에는 없습니다. 제가 강아지, 고양이 진료를 완전 포기하고 다른 특수동물만 진료할 수도 있겠지만, 강아지, 고양이 진료도 좋아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근 주로 찾아오는 동물이 페럿과 앵무새입니다. 개, 고양이와 비교해서 5:5 정도로 특수동물 환자가 찾아옵니다. 페럿의 경우, 소화기질환, 내분비질환이 많습니다.

Q.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만으로 진료가 가능한가요? 부족하다면, 어떻게 채우면 좋을까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만으로는 어렵죠. 추가적으로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외국에 나가 정규과정을 밟아서 diploma(전문의 자격)를 따서 돌아온다면 우리나라 수의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Conservation medicine(보존의학) 안에 야생동물, 동물원, 특수동물 등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내 출신 수의사 중에 보존의학 전문의 수료한 사람이 늘어나면, 특수동물은 물론, 동물원에서의 수의학 수준도 더 높아질 것입니다.

Q. 특수동물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특수동물 진료에 요구되는 마음가짐이 있나요?

앞서 말했듯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외국에서 잘 짜여진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게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특수동물 수의사로서의 마음가짐 이전에 ‘임상수의사로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보상이 따라야 하겠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을 치료하면서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수의사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수의사님께서 야생동물을, 이후엔 더 나아가 특수동물을 선택하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야생동물과 특수동물은 보호자의 유무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때까지 반려동물이라는 존재도, 수의사라는 직업도 몰랐습니다. 동물병원을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단지 주위에 있는 동물들에 관심이 많았고, 계속 관찰하고 공부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수의대에 들어와서 야생동물을 탐사하는 ‘야생동물 소모임’을 하게 됐는데, 이게 저한테는 되게 컸습니다. 근교에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다는 게 신기했고, 그동안 너무 무지했다고 느꼈습니다. 야생동물들과 벗하면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당시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하는 수의사가 많이 없기도 했고요.

이후에 특수동물을 선택했던 건, 야생동물과 동물원의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수동물 분야에 접근성이 높았거든요. 야생동물 수의사로서의 마음가짐과 특수동물 수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은 물론 다르겠지만, 동물을 진료할 때 접근 방법이나 기술, 지식은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고충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정말 많죠. 이번에 출간되는 “우리 곁의 동물은 행복할까?” 책에 잘 나옵니다. (하하)

Q. 한국에서 동물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맞아요. 중요한 문제죠. 관람객이 문제를 제기하고 회피하지 않는다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적절한 사육시설이나 흥미 위주의 체험 프로그램들이 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관람객의 수준이 높아지고 요구하는 가치가 높아진다면, 동물원이 스스로 바뀔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물원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한데, 제가 스스로 뿌듯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동물원에서 근무할 때 ‘사육사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 겁니다. 현재는 해당 동물원의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정도로 사육사들이 자체적으로 학습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동물원에 있는 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진료를 잘했던 것보다도 동물원 교육 프로그램을 확실하게 정착시키고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게 더 보람찹니다. 저는 바른 방향성과 열정 있는 분들이 동물원을 옳은 방향으로 발전시켜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특수동물 수의사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특수동물의 전망이 따로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수의사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의 과다포화 및 경쟁, 윤리적인 고민들, 점점 소형 동물병원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 고양이, 여러 특수동물을 포함한 반려동물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각자의 수의사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전문직으로서의 직업윤리 강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학부 때 이런 걸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실습이죠.

물론 졸업 후에 경험할 수도 있지만, 학생으로서의 실습과 수의사로서의 실습은 다를 겁니다. 학생일 때가 부담도 덜하고,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동물원, 야생동물구조센터, 실험실 등 학생 때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하세요. 실습 간 곳에서 당장의 지식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해당 시설의 시스템과 분위기,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배우길 바랍니다. 진료나 상담할 때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수술이나 처치 시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다른 분들과 차이가 있는지를요. 지금까지 살아온 흔적들을 대신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실습을 해보세요. 좋은 것들을 흡수해서 그 위에 지식을 얹으시길 바랍니다.

Q. 궁극적으로 어떤 수의사를 꿈꾸시나요.

저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또한, 다른 직업을 존중하려고 하고요. 생명은 직업을 뛰어넘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생명을 존중하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모든 생명 앞에 평등한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채정화 기자 wjdghk69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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