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해결 아닌 전쟁터 될 것” 여야 의원 지적에 수의사법 개정안 수정 의결

분쟁 조정, 소송 수행으로 동물진료부 요구 조건 구체화..열람 절차 하위법령 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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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사진 : 국회방송 생중계 캡처)

대한수의사회가 9월 2일(수)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벌이는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서삼석)가 법안소위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기존에 ‘분쟁 해결 또는 권리 구제’로 모호했던 진료부 기록 공개 조건을 ‘분쟁 조정 또는 소송의 수행’으로 구체화하고, 시행 시기도 법 개정·공포 1년 이후로 미뤘다.

이날 농해수위 전체회의는 전국 수의사·수의대생 3천 명이 모인 ‘동물의료 말살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이 한창이던 오후 3시경 개의했다. 앞서 8월 25일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윤준병)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도 의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회의에 상정된 수의사법 대안은 정청래·조경태·서왕진·서삼석·윤건영·김도읍·이헌승·문금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수의사법 개정안 10건을 통합 조정했다.

문제가 된 동물 진료부 공개 의무화 외에도 ▲공공 동물병원 설치·지정·운영 ▲취약계층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공익형 수가제 ▲동물병원 시설에 대한 파괴·손상 및 수의사·보건사에 대한 폭행·협박 금지 등을 함께 담았다.

통상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전체회의에서 별 언급 없이 그대로 의결된다. 하지만 이번 수의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연이어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광주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은 “(개정안이 진료부 발급 요청의 목적으로 제시한) 권리 구제의 범위에는 사법적, 준사법적, 행정적 절차가 모두 (적용) 가능하게 되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송 수행 등 권리 구제를 위한 목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한정할 수 있도록 수정을 요청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 (사진 : 국회방송 생중계 캡처)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은 수의계의 우려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강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제가 관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가 적극 찬성하면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는데, (소위를) 통과한 후 수의사회에서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동물 진료 기록이 자유롭게 발급되면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과 동물 의료체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진료 기록을 한정적으로 공개하라는 취지였지만, 실제 법률안 내용이 아주 모호하고 권리 구제 목적도 너무 광범위해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동물 소유자가 다양한 이유로 진료 기록을 요구하면, 수의업계는 분쟁 해결이 아닌 전쟁터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며 “발급받은 진료 기록이 (약품) 오남용에 활용될 수 있어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현재도 진료 기록이 인터넷상에 업로드되어 자가진단으로 인한 약 구입이 횡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료 기록을 요청할 때 분쟁 해결을 위한 목적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내용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광주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도 하위법령 위임 조항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진료기록) 열람을 요청하는 절차·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시갑)은 이 같은 수정 의견에 동의를 표하면서 적용 시기를 연기해야 할 필요성을 거론했다. 송옥주 의원은 “수의업계에 진료비 게시와 공개 등 여러 규제가 있어 혼란이 크다”면서 기존 소위안이 법 개정·공포 6개월 이후부터 시행하도록 한 것을 1년 이후로 늦출 것을 제안했다.

농해수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도 하위법령 위임을 포함한 목적 구체화, 시행일 연기 필요성을 함께 제안했다.

농식품법안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 간사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은 “위원분들의 대안으로 주신 의견을 존중한다”며 소위 통과안의 내용을 일부 수정해 제안했다.

‘분쟁 해결 또는 권리 구제’로 규정했던 목적을 ‘분쟁 조정 또는 소송의 수행 등 권리 구제’로 수정했다. 보호자의 단순한 주장을 넘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분쟁조정이나 민사 소송 등 정식 절차에 진입해야 진료 기록 공개 의무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와 함께 진료 기록 열람 요청 등의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가진료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일선 수의사에게 행정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향으로 하위법령이 구체화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공개 대상에 진료 기록상 추가 기재·수정된 전후 내용을 모두 포함하도록 해 기존 ‘진료부’보다 강력한 공개를 담보한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한수의사회는 2일로 예정된 반대 집회를 준비하면서도 주초 농해수위 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함께 벌였다. 이중 상당수의 의원이 호응한 결과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을 아예 붙잡는 것은 어려워도, 개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협조한 것이다.

다만, 이날 전체회의 토론의 말미에는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광주 여수시갑)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람 의료는 환자가 아무 제한 없이 진료 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데, 동물의료에서는 권리 구제 목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다. 보호자가 진료 병원을 다른 곳으로 바꿀 경우에도 진료 기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현재도 동물 환자의 전원 과정에서 동물병원 간의 진료 기록 이동은 별다른 규제 없이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지금도 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동물병원에서 동물병원으로는 진료부를 잘 보내준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반려인이 (진료기록을) 제출해달라고 했을 때의 의무에 관한 것인 만큼 약물 오남용 우려 때문에 목적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준병 의원도 “현재 동물 의료체계는 사람에 대한 진료체계와 같은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오남용 문제 등을 감안해 제한적인 열람·복사를 입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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