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물병원 탐방기

2026 실습후기 공모전 [우수-해외] 강원대 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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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실습후기 공모전 [우수-해외] 강원대 조수빈

저는 일본의 수의학에 관심이 많고, 유학 혹은 정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친척이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유학하고 일본에 정착해 거주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홀로 일본 여행 중 만난 한 가족과 깊이 연이 닿아, 현재까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추후 일본에 거주하게 될 때 저를 지원해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저는 일본과 인연이 많고, 유학 혹은 정착 계획이 있어 일본 취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반려동물 임상 현장은 초소형견의 비율, 고양이 반려 비율 등 한국과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일본 수의사로서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면 현장에서의 실습은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2025년 11월, 강원대학교의 ‘글로벌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번 ‘글로벌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은, 해외 실습을 진행하는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보조하여, 학생들의 해외 진출에 힘을 실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해외 실습이라 하면,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금전적인 부담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글로벌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의 해외 실습 지원금 덕분에 마음 편히 일본에서의 실습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실습을 진행한 동물병원 에이세(Eise)는 일본의 기업형 동물병원입니다. 동물병원 에이세는 한국 수의사를 대상으로, 일본 수의사 자격증 취득 및 일본 수의사로서의 정착을 지원하며 글로벌한 수의학 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일본 수의사 면허증 취득에 주목하고 있었기에, 동물병원 에이세의 한국 수의사 모집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일본 실습을 결심하자마자, 동물병원 에이세의 채용 담당자님께 연락을 취하였습니다. 채용 담당자인 안도 후미에 님은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합니다. 카카오톡으로도 연락할 수 있습니다(동물병원 에이세 홈페이지 참고).

카카오톡을 통하여 실습 지원 의사를 밝히자, 담당자님께서는 실습 지원 이력서 양식을 메일로 전송해 주셨습니다. 이력서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표준 이력서의 양식을 따르고 있어서, 학력, 직력(경력) 사항 및 일본어 구사 수준을 반드시 기입해야 했습니다. 해당 이력서를 모두 작성하여 제출했고, 약 2주 후 ‘학생 실습을 받아주게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후, 모든 일정 조율 및 숙소, 이동 수단 등의 사항은 이메일을 통해 소통했습니다.

실습은 동물병원 에이세 소속의 8개 동물병원 중 3개의 동물병원에서 로테이션을 돌며 진행됐습니다. 실습지에 도착하는 당일까지도 사소한 점까지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마음 편히 실습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병원에서 환자의 보정, 요검사 및 변검사, 염색 등의 진료 보조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하, 각 병원에서 인상 깊었던 경험들을 전합니다.

첫 실습은 치바현에 있는 캐모마일 동물병원에서 진행됐습니다. 이곳에서 에이세의 시스템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요, 원장님은 당일 이루어진 모든 진료에 참관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보호자들도 모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많이 배워 가시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있는 병원에서 실습했을 때에는, 대부분 진료실에서의 문진 이후 환자를 처치실로 데리고 와서 진료를 이어갔던 기억이 있는데요, 캐모마일 동물병원에서는 채혈,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처치를 진료실 내에서 보호자와 함께 실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검사를 직접 실시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요스틱, 요침사, 요비중 검사, 색, 탁도를 검사하는 것은 같았는데, 수기로 차트를 작성한다는 점이 한국과 달랐습니다. 차트에 붙일 검사 결과 카드도 작성해 보고, 예정되어 있던 구취 및 구내염 환자의 발치 수술을 보조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캐모마일 동물병원 본원에는 일본비교안과학회의 인정의 자격을 갖춘 하기와라 선생님이 진료수의사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실습 당일에는, 호산구성 각결막염을 관리 중인 고양이 환자의 재진 진료가 있었습니다. 해당 진료에 참관했는데, 보호자가 ‘부디 함께 보고 배워 달라’고 하시며 흔쾌히 학생들의 검진 실습을 허락해 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하기와라 선생님께서는 직접 진료하셨던 안과 관련 질환들에 대한 다양한 경험담을 들려주셨습니다. 더불어, 일본의 인정의/전문의 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이때 현대 수의학의 트렌드인 ‘전문화’에 대비하는 일본 수의학계에서의 실전 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펜넬 동물병원 사사즈카 본원 앞에서

건강검진으로 병원을 방문한 고양이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한 고양이의 복강에서 기원 불명의 종괴가 발견되어, 세침흡인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때 노다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Wright-Giemsa 염색을 실시하여 세포 검사를 진행해 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딥퀵 염색 말고는 해 볼 기회가 없었기에 긴장을 많이 하였으나, 상세한 지도 덕분에 문제없이 도말 및 염색까지 완료하여, 환자의 질환을 림프종으로 가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모든 진료가 30분 단위의 예약제로 실시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점심시간을 포함한 2시간의 휴게시간이 있고, 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사사즈카 본원에서 1년 차 수의사로 일하고 계시는 타나카 선생님의 초음파 연습에도 함께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타나카 선생님은 직접 연습을 하시는 와중에도, 실습생인 저를 신경 써 주시면서 복강 초음파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특히, 실습 지도의셨던 노다 선생님에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얼굴도 모르던 한국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한 상담에 진지하게 임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보호자들에게 건강검진과 다양한 임상 검사 기법을 권장하는 상담 스킬에 대해 논의해 보며, 증거 기반 의학에 대한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요검사, 수술팩 싸기 등 허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실습이 진행됐습니다
유선종양 수술 환자의 술후 관리를 돕는 모습

오전 진료 중 갑작스럽게 기력이 없어진 환자의 혈액 검사를 보는데, 갑작스러운 빈혈이 있었습니다. 원래 비장 쪽에 결절들이 많이 생겨 있었다고 하셨고, 비장 초음파상에서 복수가 찬 양상으로 보였습니다. 급히 보호자를 불러 가볍게 천자했을 때, 복수로 보이던 것이 전부 혈액인 것을 알게 되어 당일에 응급하게 비장 적출 수술이 잡혔습니다. 원래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적출하자고 보호자와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한마디 불만 없이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수술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도 보조자로서 수술에 참여하면서, 수술 도구 보조, 복강 flushing 등의 비침습적 보조를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약 1시간 30분 만에, 비장 적출술은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다음 예약이 있기 직전까지 겨우 점심식사를 해결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에서 웃으며 다음 진료를 준비하시는 병원 의료진들과 함께 있으니, 저 또한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수의사와 간호사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임상가로서의 꿈이 깊어졌습니다.

세 곳 동물병원 모두, 직원들 서로 사이가 좋았습니다. 학생들의 배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 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수빈 상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을 던져 주시면서, 단순히 외국의 실습생이 아닌, 수의학을 하는 후배로서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실습생의 진료 참여를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권장한다는 점에서 유익했습니다. 특히 수술 같은 경우, 단순 참관을 넘어서, 자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실전적인 임상 기법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서 보조의 기회를 주셨기에, 단순 실습생이 아닌, 병원의 일원이 되었다는 감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동물병원 실습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이, 실습을 진행하는 기간에 병원에 들어온 케이스들을 위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실습 기간에는 어째서인지 치과 관련 질환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었는데요. 이것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이한 케이스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병원이 한가한 기간이거나 단순 검진 위주의 진료가 많이 있는 기간이라면 다양한 케이스를 공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해당 실습뿐만이 아니라, 동물병원 실습을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언어적인 면은 실습생 차원에서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일본어로 고급 수준 이상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일본식 의학 용어 또한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기에, 소통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실습에서는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90% 이상의 소통이 일본어로 이루어집니다. 현지에서 본 유일한 영어는 혈액 검사 기계와 초음파 기계에서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어에 자신이 없다면 다소 힘든 실습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수의사에 진지하게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실습입니다. 일본 동물병원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로 결정에 있어서 아주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해당 실습에 지원할 때 이력서가 필요하였으며, 담당자 분께서 모든 실습 지원자가 실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동물병원 에이세 소속의 병원에서 실습하려면 반드시 이력서 심사를 받고, 실습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실습 지원 반려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듯합니다.

해당 병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실제로 일본의 수의학에 어떠한 방식으로 관심이 있으며, 일본에서 수의사로서 일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인 것 같습니다.

일본 동물병원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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