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졸업생인데 비장을 못 찾더라”, ‘전국 단위 교육 생태계 확대’ 필요

김천·제주에 모이는 수의대생들...검역본부 동물보건교육실습센터 2028년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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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 부검에서 병원체 동정, 유전자 분석까지 이어지는 정밀진단 경험을 전국 수의대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제주대 수의대가 여름·겨울방학을 활용해 개설하는 농장동물·말 임상 실습은 이미 전국구 교육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같은 실무교육은 수의대생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10개 수의과대학이 각자 마련하기는 어렵다.

7월 23일(목)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 본원에서 열린 관-학 토론회가 임상 실무교육 강화를 위한 협력방안에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이다.

7월 23일 김천 검역본부 본원에서 열린 관학 토론회에서 전국 단위 실무교육 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인됐다.

검역본부는 국내 최고의 동물질병진단기관으로서 일선 지자체 동물위생시험소 진단 담당자나 역학조사관, 도축검사관(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원격병리진단이나 방문교육, 검역본부에서의 심화과정 등을 수시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수의대생을 위한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도 학생들의 현장실습 요청에 대응해왔지만, 2024년부터는 동물 전염병 분야 미래연구인재 육성 교육을 본격화했다. 수의대생 교육 연인원도 기존의 10명 안팎에서 4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교육의 초점은 ‘진단’에 있다. 각종 가축은 물론 동물학대 의심사례에 대한 수의법의학 검사까지 폐사와 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폐사체와 검체들이 전국에서 모인다. 이들 질병을 찾아가는 검역본부 질병진단과·구제역진단과·조류질병과·AI연구진단과의 병성감정 실무를 체험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포유류 질병진단 전반과 수의법의학을 담당하는 질병진단과의 교육 인원이 가장 많다. 부검부터 조직표본 제작, 병원체 동정, 수의법의학적 진단까지 포괄적으로 교육한다.

이 같은 부검과 병리진단 교육은 선진 수의학교육 인증에서 필수조건으로 제시하는 요소다. 서울대 수의대는 미국수의사회(AVMA) 재인증 심사과정에서 부검 케이스 확보를 위해 검역본부와 협력했다. 유럽수의학교육협의회(EAEVE) 인증도 학생들이 교육과정 중에 경험해야 할 동물종별 부검케이스를 구체적인 수치 이상으로 요구한다.

이날 발제에 나선 질병진단과 이경기 연구관은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매일 2건 이상 부검을 직접 집도하거나 참관한다. 교육기간 동안 최소 12건 이상의 병성감정을 체험한다”면서 “학생들은 대학에서 접하기 어려운 농장동물 부검을 경험하기 위해 교육에 참여한다. 2주의 실습을 자부담으로 진행하는데도 만족도가 상당히 좋다”고 전했다.

허문 조류질병과장은 “실제 농장에서 온 폐사체를 대상으로 부검과 육안병변 관찰부터 검체 채취, 미생물 분리·동정, 항생제 내성검사, 바이러스 배양, 유전자분석, 조직슬라이드 제작 및 분석을 모두 직접 해볼 수 있다”면서 “최종 진단까지 이르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는 현장감이 좋은 기억을 만든다”고 말했다.

수의대생들이 전문인력 지도 하에 부검 경험을 쌓는다

제주대 수의대 고은주 부학장은 제주대가 운영하고 있는 ‘산업동물 임상실습’과 ‘말 임상실습’ 교과목을 소개했다.

산업동물 임상실습은 여름방학을, 말 임상실습은 여름·겨울방학 동안 진행되는 계절학기 수업이다.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재학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수업으로, 전공선택 2학점을 부여한다. 각각 제주대 정효훈 교수와 서종필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고은주 부학장은 “20년 넘게 진행된 산업동물 임상실습 교과목은 국립대학육성사업 지원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여러 축종의 실습이 가능한 제주의 환경을 활용한다. 학생 핸즈온(hands-on) 위주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2주간 소·말·돼지·닭·꿀벌의 이론·실습교육을 병행한다. 이론 대 실습 비율이 1:3 정도로 실습에 무게를 싣는다. 제주대 동물병원은 물론 성이시돌목장 등 인근 농장에서도 실습이 진행된다.

말에만 집중하는 말 임상실습도 인기가 좋다. 앵커(ANCHOR)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에서의 런케이션(Learning+Vacation) 콘셉트로 진행된다.

고 부학장은 “2025년 여름방학에는 10개 수의과대학에서 모두 학생들이 참여할 정도였다”면서 “아침마다 말도 산책시키고, 보정·진단·파행검사·번식기 진단 등 다양한 항목을 집중적으로 실습한다”고 전했다.

방학을 활용한 계절학기 수업으로 여러 축종을 함께 다룬다

검역본부와 수의대 교수진들은 이처럼 전국 수의대생이 모이는 실무교육이 늘어나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이를 위한 동물·검체 확보와 교육전담시설·조직 등 실습 인프라 확대, 실습기간 체류 지원, 학점 연계 강화 등을 개선과제로 꼽았다.

이경기 연구관은 “검역본부에 의뢰되는 병성감정 시료를 활용하지만 접수가 불규칙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안정적으로 실습 대상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종자원의 국제종자생명교육센터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등을 벤치마킹한 교육전담 산하기관 신설도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하면서 “실제로 교육하는 연구관들은 본업도 많다. 교육에 필요한 기획·운영을 담당할 지원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역본부는 동물보건교육실습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천 본원에 들어설 동물보건교육실습센터는 역학조사관, 수의법의학 담당자, 진단 전문가 등 다목적 동물보건 전문가를 양성할 통합형 실습교육시설이다. 총 사업비 180억 원 규모로, 올해까지 설계를 마치고 2028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구복경 질병진단과장은 “수의대 졸업생인데 비장을 구분해내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었다”면서 “재난형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대학이 할 수 없는 일을 저희(검역본부)가 하겠다는 논리로 재정당국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전북대 수의대 유일정 학장은 “1+5 학제 개편을 진행하며 실습 비중을 늘리기 위한 산학협력 확대에 고민이 많다”면서 “현재 전공선택인 학점을 향후 ‘전공필수’로도 연계하여 학생들의 참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주 부학장은 “수의대생은 졸업역량(Day1 Competency) 강화, 다양한 축종에 대한 실무 경험, 직접 해볼 수 있는 핸즈온, 수의대 간 교육 불평등 해소를 원한다”면서 “장기 집중실습을 위한 체류 지원, 학점 연계를 강화하여 전국 단위의 교육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대 졸업생인데 비장을 못 찾더라”, ‘전국 단위 교육 생태계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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