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장소가 어디든, 당신은 동물을 유기한 것이다! : 권유림 변호사

“고양이 치료차 맡기고는 병원비도 안 내고 연락 두절이다. 소유권 포기도 안 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A 동물병원)
“강아지 며칠만 봐달라더니 1년 넘게 소식이 없다. 언제까지 돌봐야 할지 막막하다.” (B 애견호텔)
동물병원이나 위탁시설에 동물을 맡긴 채 잠적하는 보호자로 인해, 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법적·윤리적 딜레마에 빠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미납의 문제를 넘어, 살아있는 생명을 방치하는 행위이자 선량한 위탁업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심각한 위법 행위이다.
그런데 많은 수의사와 호텔 업주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도 “사적인 공간에 두고 간 것은 유기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려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는 동물보호법 제2조 제3호가 ‘유실·유기동물’을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기관의 태도는 법 해석의 기본 원칙을 망각한 중대한 오류이다. 동물보호법 제2조 제3호는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을 행정기관이 구조·보호하기 위한 ‘행정적 정의’ 규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를 소유자의 ‘유기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의 해석 기준으로 원용하는 것은, 행정 규정과 형사 처벌 규정을 혼동한 명백한 오류이며, 이러한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의 취지를 형해화하여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엄중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에게 부당한 탈출구와 면죄부를 제공하는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이 고소장을 반려하는 행위를 단순한 소극적 행정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무고한 동물에 대한 추가적 피해를 방치하고, 선의의 피해자인 위탁업자에게 모든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며, 나아가 유사한 범행의 반복을 사실상 묵인·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에 고소장의 반려는 단순한 절차적 결정이 아니라, 범죄 피해의 연쇄를 방치하는 실질적 행위임을 수사기관은 직시하여, ‘공공장소’라는 형식적 문언에 집착하는 편의적 해석을 즉각 시정하여야만 한다.
결국 동물보호법상 처벌 대상인 ‘유기’ 행위의 본질은 공개된 장소 여부가 아니라, ‘자신의 보호·관리 영역에서 동물을 영구적으로 이탈시키려는 의사’, 즉 보호 의무의 의식적 포기와 관계의 단절에 있다.
법원 역시 이러한 실질적 기준에 따라, 이사를 가면서 반려견 3마리를 기존 거주지에 사료와 물도 없이 방치하고 떠난 소유자에게 유기죄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으며(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2. 11. 8. 선고 2022고단779 판결), 타인의 마당에 개를 묶어두고 간 행위 역시 유기죄로 처벌한 바 있다(제주지방법원 2025. 2. 5. 선고 2024고정485 판결). 이처럼 법원은 이미 ‘장소 불문, 의사 중심’의 실질적 해석을 확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 동물을 맡기고 연락을 끊는 행위는 자신의 보호 영역에서 동물을 영구히 이탈시키려는 의사가 외부로 명백히 드러난 전형적인 유기 행위이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이 법원의 판단과 괴리된 형식적 해석을 고집하는 것은, 사법부와 행정부 간의 심각한 법 해석 불일치로서 그 자체로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처음부터 비용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 없이 진료 또는 위탁 서비스를 제공받은 경우, 이는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실제로 법원은 위탁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음에도 반려견을 맡기고 비용을 납부하지 않은 보호자에게 사기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제주지방법원 2019. 10. 23. 선고 2019고단1171 판결). 따라서 이러한 사안은 동물보호법 위반(유기)과 형법상 사기죄가 경합하는 범죄로서, 수사기관은 어느 하나도 가볍게 다루어서는 아니 된다.
동물 유기는 단순한 민사적 채무 불이행이 아니다. 생명을 가진 존재를 일방적으로 방치하는 반윤리적·반사회적 행위이며, 이를 묵인하는 것은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불감증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행위가 엄중한 형사범죄임을 인식하고, 관련 고소에 대해 실질적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
다만,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영업자들 역시 위탁 계약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분증을 통한 보호자 인적사항의 확인, 비상 연락처의 기재는 물론, ‘일정 기간 이상 연락 두절 및 비용 미납 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여 관할 지자체에 인도 조치한다’는 내용의 명시적 계약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며, 고액 진료나 장기 위탁의 경우에는 보증금 또는 선납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법적 절차에 따른 증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화·문자 등 모든 연락 수단을 동원하여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지정 기한 내에 비용 정산 및 동물 인수가 없을 경우 유기 및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관할 지자체에 동물을 인도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법적 의무 이행을 서면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후통첩 기한 도과 후에는 두 가지 조치를 병행하여야 한다. 첫째, 관할 시·군·구청에 해당 동물을 소유자가 고의로 방치한 유기동물로 신고하여 소유권 이전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둘째, 계약서, 연락 기록, 내용증명 등 일체의 증거를 첨부하여 관할 경찰서에 동물보호법 위반(유기) 및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여야 한다.
동물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선의의 공간이 무책임한 자들의 유기 장소로 악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수사기관은 ‘공공장소’라는 형식적 문언에 안주하는 소극적 법 해석을 즉각 시정하고, 행위의 실질과 행위자의 의사를 중심으로 동물 유기 범죄를 엄단하여야 한다. 법원이 이미 확립한 실질적 해석의 기준을 수사 단계에서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당연한 의무인바, 법 집행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현장에서의 철저한 법 적용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