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스타그램 릴스로 보는 수의대생의 일상’ 강승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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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의과대학에 들어와 6년의 시간을 함께 지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웃고 울고 성장하며 수의사의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수의대생의 대학 생활은 조금은 특별합니다. 예과와 본과로 나뉜 커리큘럼, 거기서 오는 다른 맛의 대학 생활. 실습을 제외하면 학기 내내 계속 사용하는 강의실, 쉬는 시간의 재잘거림까지..이 모든 것이 수의대생만의 독특한 일상을 만듭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 ‘수의대생’이라고 검색해 본다면 경북대 수의대 강승현 학생(@forevery0ung24)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른바 ‘웨잇 챌린지’를 수의대 생활에 녹인 릴스의 조회수가 급상승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수의대생이 되었는데요,

솔직한 일상을 공개하며 그녀만의 특별한 수의대생의 면모들을 톡톡히 보여주는 경북대 강승현 학생(사진)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하게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동물들을 좋아했던 성향과, 전문직을 바라셨던 부모님의 소망이 섞여 어릴 때부터 수의대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먼저 수의대에 다니고 있던 얼굴도 모르는 선배들에게 SNS로 무작정 궁금한 걸 질문하기도 하고, 동물보호소에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진학을 확고하게 결심했어요.

후회나 아쉬움이 없습니다. 수의대에 온 것 자체가 어린 시절의 로망을 이룬 일이라 학교 생활은 늘 충만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또 교수님들과 만나서 추억을 많이 만들었죠.

아쉬움이 하나 남는다면, 좀 더 다양한 실습을 해볼 걸 그랬어요. 해외봉사활동이나 타 대학 계절학기 등 학부생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진로랑 상관이 없어 보여서 놓쳤던 때가 많았거든요.

방학 때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동기들과 여행간 것도 큰 추억으로 남았지만, 아직 방학이 많이 남은 후배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으라고 전하고 싶어요.

본과에 올라와서 동기들과 학교 근처 작은 방을 빌려 아지트를 만들었어요. 매번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인당 10만원씩 모아서 방을 빌렸습니다. 큰 책상을 놓고 공부방을 만든 거죠.

벌레도 나오고, 하수구도 역류하는 열악한 환경이라 우리가 거길 ‘쥐굴’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도 시험기간에 숙식하며 동고동락하면서 쥐굴 멤버들끼리 무척 가까워졌죠. 아직도 네 명이서 정말 잘 지내요. 공부방을 썼던 게 성적이랑 직결되진 않았지만요(웃음).

‘쥐굴’ 멤버들과 함께

본과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시험기간의 스트레스를 잠깐 환기하려고 혼자서 브이로그를 찍어봤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짧게 편집해서 올린 릴스가 반응이 좋아 재미가 들렸어요. 그래서 여러가지 유행하는 인스타 챌린지를 혼자 해보면서 바이럴을 타게 된 거 같아요.

아무래도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는 “웨잇~!” 릴스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수의대생이 많이 받는 질문 TOP3를 당시 유행하던 웨잇 릴스로 올렸는데, 조회수가 몇 백만에 댓글도 몇 백개씩 달리는 걸 보면서 신기했죠.

대중들(?)이 수의대생과 수의사라는 직업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지 몰랐어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대중들의 관심과 유행하는 챌린지 등이 합쳐져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고 할까요(웃음).

악플이 달린 것도 신기했어요. 그런데 딱히 상처받진 않았습니다(웃음). 릴스에서 언급한 질문 중에서 의대에 못 가서 수의대에 갔는지에 관한 질문이 있었어요. 댓글창에서 의사랑 수의사의 직업의 비교를 하면서 상반된 시각들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저에게는 오히려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들을 확인해봤던 계기가 됐습니다.

절반 정도인 것 같아요. 저는 극 내향적인 성향이라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날 땐 조금 낯을 가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캠퍼스에서 저를 알아봐 주신 분들도 낯을 가리는 저의 모습에 오히려 놀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릴스에서도 보여지는 발랄하고 유쾌한 성격 또한 제가 맞아요. 저의 ‘추구미(내가 원하는 이미지)’이기도 하고요. 내향적이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살려고 평소에 노력하다 보니, 릴스에서 이런 모습이 자연스레 비춰진 것 같습니다.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처럼 광고 협찬을 받거나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어요. 여전히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웃고 삶이 비슷합니다. 굳이 꼽자면 학교 안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어사(어색한 사이)’였던 사람들이 릴스를 잘 보고 있다고 먼저 말 걸어 주는 게 좋아요. 그런데 아직도 교수님께서 잘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면 식은땀이 납니다(웃음).

또 수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DM이 많이 와요. 저를 보고 수의대 가고 싶은 생각이 확고해진다고 전하기도 하고요. 이런 응원들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어요. 수의대와 수의사라는 이미지를 곡해하지 않게끔 할 수 있도록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대학원 원서 쓰는 과정을 릴스로도 올렸는데, 경북대에서 기초수의학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어요.

제가 처음에 수의대에 온 이유 중에 하나도, 전문성을 갖고 오래 일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임상 실습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보호자분들과 소통하고 치료 방향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제 성향과는 조금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구를 통해 더 깊이 있는 방식으로 동물의 건강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다양한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 생활도 했고요. 내년에는 수의대 대학원생 릴스로 돌아올 겁니다.

제가 느낀 수의대의 장점은 서로가 정말 끈끈하다는 거였어요. 학생과 교수님뿐만 아니라 선후배 사이 역시 끈끈하죠. 교수님한테 고민을 토로한다면, 교수님이 모른 체하지 않을 겁니다. 저처럼 교수님께 적극적으로 찾아가세요. 선배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

[인터뷰] ‘인스타그램 릴스로 보는 수의대생의 일상’ 강승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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