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동물병원 규모별로 구체화해야

춘계 대한수의학회서 국내 가축·반려동물 항생제 내성 현황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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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 임숙경 연구관이 4월 25일(금)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2025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내 가축 및 반려동물의 항생제 내성 현황을 소개했다. 임숙경 박사는 검역본부에서 동물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과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가축에서 항생제 내성은 판매량과 연관되어 있다. 항생제 판매량이 많은 돼지에서 다제내성균도 더 많이 출현한다. 닭에서 높았던 퀴놀론계 내성은 엔로플록사신이 금지되면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반려동물도 2018년부터 국가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에 포함됐지만 가축에서의 모니터링보다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의사처방제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농장이 사서 쓴다’는 식으로 단순화된 가축과 달리 반려동물은 인체약 사용 비중도 높고 보다 다양한 성분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티아물린, 플로르페니콜 등 동물에서만 쓰이는 일부 성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생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용한다.

내성균의 전염은 물론 내성 유전자 전파 등 다양한 경로로 내성을 공유할 수 있는만큼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려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조심해야 한다.

가축에서 발생한 항생제 내성은 직접 접촉이나 축산물, 배설물 등을 통해 사람이나 환경으로 전파될 수 있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와 생활공간을 공유하는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검역본부는 2003년부터 소·돼지·닭과 관련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내성 조사를 시작했다. 2008년 전국 동물위생시험소가 참여하는 체계를 확립했고, 2013년부터는 식약처와 함께 내성 모니터링을 통합했다. 2018년부터는 반려동물(개·고양이)과 오리로 내성 모니터링을 확대했다.

수산용을 제외한 국내 동물용 항생제 판매량은 연간 700톤대에 머물러 있다. 2022년 수의사처방제에 모든 항생제 성분이 포함됐지만 그로 인한 감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수의사가 진료 후 적정하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식으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농가는 항생제를 포함한 처방대상약을 마음대로 주문하고, 처방전 발급은 요식행위로 전락해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사람에서 가장 중요한 항생제(HP-CIA, Highest Priority of Critically Important Antimicrobials)로 분류한 성분과 세계동물보건기구가 가장 중요한 항생제로 분류한 성분의 공통분모는 3·4세대 세팔로스포린계와 퀴놀론, 폴리믹신계열이다.

이중 3·4세대 세팔로스포린계열은 최근 판매량이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퀴놀론계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닭에서 사용량도 많고 내성도 심각했던 엔로플록사신을 금지하면서다.

항생제 내성의 지표세균으로 활용되는 대장균의 다제내성은 항생제 판매량과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다.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에서는 내성 균주보다 감수성 균주가 많았던 반면 판매량이 많고 증가 추세인 돼지에서는 다제내성균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돼지에서 분리한 대장균의 다제내성 비율은 80%를 상회했다.

반려동물에서의 국가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은 가축과 유사하다. 건강한 개체에서 분리한 지표 세균과 질병 이환 임상시료에서 분리한 병원성 세균으로 나눈다.

그 결과 반려동물에서는 암피실린, 테트라싸이클린의 내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실제 진료환경을 반영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이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일선 동물위생시험소가 지역별로 섭외한 동물병원에서 건강한 동물의 시료와 질병 이환 임상시료를 확보하여 세균 분리와 항생제 내성 검사를 실시하는데, 실제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반려동물 환자는 어차피 민간 진단검사의뢰기관을 통해 감수성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당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숙경 연구관은 “아직 민간 검사기관과의 협력체계는 없다”면서도 조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임 연구관은 “통상 규모가 큰 병원으로 중증환자가 이동하게 되는 반면 동물위생시험소의 검체는 1차 병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2차, 3차 동물병원에서의 항생제 내성 현황은 (1차 병원과) 다를 것 같다. 동물병원 규모별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MRSA뿐만 아니라 카바페넴,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VRE, CRE도 소량이지만 검출되고 있다

한국동물약품협회로부터 취합하는 판매량 데이터를 반려동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선대상이다. 해당 데이터는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항생제의 판매량만 파악하는데 반해 반려동물 진료에서는 인체용의약품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용으로는 나와 있지 않으면서 사람에서도 최후의 항생제로 쓰이는 카바페넴 등도 중증 반려동물 환자에서는 심심치 않게 쓰인다.

임숙경 박사팀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반려동물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보한 개·고양이 유래 대장균주 9,098개를 대상으로 카바페넴 내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13개(0.13%)가 카바페넴 내성균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동물용 항생제 판매량 데이터는 단순히 약 성분의 무게(g)로만 제시되는데, 일일상용량(DDDA, Defined Daily Dose for Animal)처럼 항생제 성분별로 유효용량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한 사용량 지표를 활용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임 연구관은 “현재 판매량을 사용량으로 간주하고 있어 부족함을 느낀다”면서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을 정상화하여 사용량 데이터를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동물병원 규모별로 구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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