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공부했는데 동물보건사 시험을 못 본대요”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평가인증 탈락 논란...또 벌어진 '낙동강 오리알'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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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리알 사태가 또 벌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2일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평가인증 결과를 공고했는데, 총 17개 대학이 신청해 그중 6개 학교*만 평가인증을 통과했다. 6개 학교는 전부 2026년까지 3년 완전인증을 획득했다.

*평가인증 획득 대학 6곳 : 경인여자대학교(반려동물보건학과), 계명문화대학교(반려동물보건과), 대전과학기술대학교(반려동물학과), 서정대학교(반려동물보건과), 수성대학교(반려동물보건과), 우송정보대학(동물보건과)

인증을 획득한 6개 학과는 모두 2년제 학과다. 현재 전국 60여 개의 동물보건사 관련 학과는 2년제, 3년제, 4년제로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이번에 평가인증을 신청한 학교 중에는 4년제 학과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는데, 모두 인증획득에 실패했다.

2020년 학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모집한 한 학과의 경우, 동물보건사를 꿈꾸며 4년간 학교에 다닌 4학년 학생들이 내년 2월 동물보건사 국가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었으나, 학과가 평가인증에 탈락하며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됐다.

학생들은 한 마디로 ‘멘붕’에 빠졌고, “2019년 동물보건사 제도화 수의사법 통과 이후 2020년에 관련 4년제 학과가 신설되어 동물보건사를 꿈꾸며 바로 입학해 4년간 공부했지만, 시험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학교가 인증을 획득할 때까지) 졸업을 하지 않고 휴학을 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2년 전 발생한 ‘낙동강 오리알’ 사태가 또 재연된 것이다.

2021년 첫 번째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평가인증에 20개 학교가 신청했지만, 그중 14개 학교만 인증을 획득했다. 당시, 인증에 탈락한 6개 학교 중 5개 학교가 졸업생을 배출할 예정이라 큰 논란을 빚었다. 동물보건 관련 학과라도 인증을 받은 학교 졸업생만 동물보건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락했던 6개 학교 중 ‘부산여대 반려동물과’만 1년간 효력이 부여되는 단축인증을 획득했고, 나머지 5개 학교는 끝내 그해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애꿎은 학생들만 큰 피해를 입었다. 무리한 제도 도입과 뒤늦은 세부사항(시험과목, 평가인증 기준 등) 준비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왔다.

이번에 평가인증에 탈락한 11개 학교 중 상당수가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 접수는 19일(화)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재심을 거쳐 평가인증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심을 신청한 학교들은 2년 전 ‘부산여대 반려동물과’의 사례처럼, 1년의 단축인증이라도 부여해 이번 졸업생들에게 시험 볼 기회를 제공하고, 내년에 완전인증에 도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현행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평가인증 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인증유형은 ‘완전 인증(3년)’, ‘단축 인증(2년)’으로 구분되며, 신설 양성기관(신청 당시 최소 3학기의 동물보건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한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의 경우에는 1년 인증을 받는다.

4년제 대학에 대한 ‘역차별’ 이슈도 언급된다.

완전인증 기간이 ‘3년’이다 보니 4년제 학과는 3년의 완전인증을 획득해도, 신입생이 졸업할 때까지 동물보건사 자격시험 응시가 보장되지 않는다. 반면, 2년제 학과는 완전인증 획득 후 입학한 신입생이 (휴학 없이) 졸업할 때까지 인증 기간이 유지되므로 시험 기회가 보장된다.

이미 평가인증을 획득한 한 동물보건 관련학과 교수는 “(동물보건사)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평가인증 기준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양성기관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도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동물보건사 제도는 물론 관련 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4년간 공부했는데 동물보건사 시험을 못 본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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