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정도관리 사각지대 2부] 내부·외부정도관리, 동물병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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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의 핵심은 검사입니다. 영상진단과 함께 혈액, 소변 등 다양한 검체에 대한 임상화학적 검사는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 예후평가의 기준이 됩니다.

이처럼 검사는 진료의 신뢰성을 담보합니다. 그렇다면 검사의 신뢰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정도관리’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본지가 기획한 [동물병원 정도관리 사각지대] 3부작은 동물병원 진단검사기기의 정확도·정밀도 실태와 정도관리 현황, 의료계 사례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정도관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1부] 그 검사 결과, 믿을 수 있나요(보러 가기)’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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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검사의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기준은 정밀도와 정확도다.

정밀도(Precision)란 측정의 재현성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동일한 시료로 같은 검사항목을 반복적으로 검사했을 때 유사한 값들로 잘 재현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정확도(Accuracy)란 참값에 근접한 정도로 규정된다. 참값에 가까운 결과값을 얻을수록 정확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부민 수치가 3g/dL로 설정된 시료에 대해 A, B 검사장비로 각각 3회씩 검사한다고 가정해보자. A검사장비는 2.7, 3.0, 3.3의 값을 보였고 B검사장비는 3.5, 3.6, 3.7의 결과를 나타냈다면 ‘A검사장비는 B에 비해 정확도는 높지만 정밀도는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확도와 정밀도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검사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때문에 진단검사의 정도관리도 정확도와 정밀도를 점검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 정도관리는 크게 내부정도관리와 외부정도관리로 구분된다. 나기정 충북대 교수는 “내부정도관리는 정밀도, 외부정도관리는 정확도에 초점을 맞춰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며 “각각의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정밀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평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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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물질로 병원검사 자체점검..외부정도관리 ‘시험’으로 검증

내부정도관리는 진단검사 전후의 모든 절차에 대한 수행능력을 병원이 스스로 감시하는 활동이다. 시약·기기의 보관 및 관리부터 검체 처리, 검사수행절차의 지침화, 정도관리물질(QC material)을 이용한 자체 테스트 등을 포함한다.

통칭 ‘컨트롤 물질’로 불리는 정도관리물질은 특정 검사값이 나오도록 인공으로 제조된 검사시료다(위에 예로 든 알부민 시료도 컨트롤 물질이라 볼 수 있다). 의료기기 제조사에서는 검사항목에 따라 low/normal/high, normal/abnormal 등 다양한 수치로 설정된 정도관리물질을 공급하고 있다.

원내 검사장비로 ‘normal’ 설정 정도관리물질을 검사했을 때 정말 ‘normal’인 결과값이 나오는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가령 인의 병원의 진단검사의학실은 내부정도관리의 일환으로 매일 최소 1회 이상 정도관리물질을 활용한 자체점검을 실시한다.

당일 첫 환자의 검체를 실험하기 전에는 반드시 실시하는 식인데, 해당 검사기기가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상태인지를 먼저 체크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 일정 수 이상의 환자검사를 실시할 때마다 다시 정도관리물질로 테스트 한다.

그때마다 최소한 2단계 이상의 정도관리물질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정상수치와 비정상수치의 정도관리물질을 동시에 사용해야 기기의 정상여부를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서 원내 검사장비가 정상범위의 결과값을 도출하는 정상 상태인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같은 정도관리물질로 여러 번 검사하면서 해당 기기의 정상 변동폭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외부정도관리는 ‘시험’이다. 1부에서 소개한 나기정 교수의 연구도 일종의 외부정도관리로 볼 수 있다.

나기정 교수의 연구실처럼 시험을 관장하는 점검주체가 병원 밖에 따로 존재한다. 점검주체는 동일한 시료를 여러 병원에 공급하고, 병원은 ‘정답을 모르는 채’ 검사에 임해 결과값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점검주체는 각 병원이 입력한 결과값들을 모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각 검사실의 문제 여부를 판단한다.

가령 100개의 병원이 참여해 동일한 시료의 혈청 알부민 수치를 검사했는데, 90% 이상의 병원이 3~3.5g/dL의 결과값을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특정 병원에서는 6g/dL로 측정됐다면 ‘그 병원의 검사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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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면 업체 직원 부른다` 정도관리보단 단순 애프터서비스에 가까워

하지만 일선 동물병원 진단검사의 정도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선 수의사들 사이에 ‘정도관리’라는 용어가 생소할 정도다.

본지 취재과정에서 서울, 경기, 인천에 위치한 다양한 규모의 동물병원 10여개소에게 문의한 결과, 동물병원의 진단검사 기기관리 실태는 모두 주먹구구식에 그치고 있었다.

별도의 내부정도관리 프로그램은 갖추거나, 컨트롤 물질을 활용한 자체 점검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기정 교수의 연구를 제외하면 외부정도관리를 실시하기도 여의치 않다.

결국 환자의 검체를 검사하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의료기기업체의 서비스팀을 부르는 식이다. 체계적인 관리 대신 임상수의사의 감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정도관리’의 개념이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었다. ‘(병원이 보유한) 혈액화학분석기는 자체점검기능이 있으니까 (정도관리를 안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반문이 돌아올 정도다.

관리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료기기업체가 응당 해야 할 애프터서비스’ 수준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소재 동물병원의 A원장은 “매일 의료기기에 내장된 자체 세척기능을 활용하고 검사수치가 튄다 싶으면 AS를 요청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수도권 경기 지역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B원장은 “검사수치가 이상하다는 증상을 잡는 것도 검사를 많이 하는 병원에서나 가능하다”며 “매일 검사기기를 돌리지 않는 병원이라면, 가끔 검사해서 얻은 측정값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C원장은 “진단검사의학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원장 분들을 제외하면 일선 병원의 현실은 거의 같다고 봐야 한다”며 “소규모 동물병원이 자체적인 정도관리를 실시하기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취재과정에서 만난 원장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많은 동물병원이 체계적인 정도관리 없이 검사장비의 결과값을 단순히 ‘믿는’ 실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인의 진단검사의학계의 대응을 거울삼아 수의사 스스로의 대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3부로 이어집니다(보러 가기) <편집자주>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동물병원 정도관리 사각지대 2부] 내부·외부정도관리, 동물병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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