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수의테크니션 단체, 불법진료 위험성 놓고 시각차

수의테크니션 제도화 주제 패널 토론 열려..반대측 참가자 부재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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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해마루컨퍼런스에서 열린 수의테크니션 관련 토론에 참가한 패널들.

5월 31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15 해마루 컨퍼런스에서 수의테크니션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마련했다.

컨퍼런스 참가 수의사들 앞에서 런치세미나로 진행된 이번 토론은 미국에서 동물병원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헨리유 수의사를 좌장으로 동물병원 및 수의테크니션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패널로는 김현욱 해마루동물병원장과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수의테크니션위원장, 미국 캘리포니아주 수의테크니션(RVT) 린다 마크랜드 등이 나섰다. 최근 설립된 한국동물간호협회의 김병수 회장과 한국동물복지학회 황인수 동물간호복지사 자격위원장도 참석했다.

이날 패널 토론은 주로 미국의 수의테크니션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테크니션에 의한 자가진료 및 불법진료 증가 우려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의 정식 수의테크니션(RVT)는 수의사의 진단, 치료, 수술 과정 전반을 보조하면서 검체 채취, 검사 샘플 준비, 방사선 촬영 보조, 예방의학에 대한 보호자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주마다 업무 범위에 차이가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간단한 발치나 피부 봉합, 캐스트나 스플린트까지 가능하다. 이는 정해진 교육 및 시험을 거쳐 등록된 수의테크니션(RVT)만 가능하며, 비공식 보조인력(Veterinary Assistant)에게는 금지되어 있다.

린다 마크랜드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수의사 1명 당 테크니션과 리셉셔니스트 등을 포함해 평균 5명의 보조인력이 붙는다”며 “숙련된 테크니션을 활용하면서 임상수의사의 진료서비스 질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욱 원장은 “많은 임상수의사들이 테크니션 제도정비에 앞서 자가진료 및 불법진료 문제를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최이돈 위원장은 “예전에는 간호사 출신으로 아주머니들 링겔을 맞춰주는 일명 ‘주사 아줌마’들이 동네마다 있었다”며 불법진료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비수의사에 의한 불법진료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주최측이 세미나 참가자 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수의테크니션 자격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37명(61.7%)였지만, 불법진료 및 자가진료를 우려하는 응답자도 46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수의테크니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의사들 중에서도 불법진료 위험성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헨리유 수의사는 “미국에서도 펫샵에서 진료하는 경우 등은 불법진료에 해당하며 테크니션 제도화 당시 반대도 많았다”면서도 “전문보조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느끼고 테크니션 제도화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도 수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미국의 수의사들은 (불법, 자가진료가 불가능한) 질 높은 임상에 보다 집중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일부 우려되는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동물간호협회와 동물간호복지사 측은 수의테크니션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테크니션에 의한 불법진료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인수 동물간호복지사 자격위원장은 “이미 많은 수의 동물병원이 수의테크니션을 고용하고 있는 만큼, 테크니션 제도가 필요한 지 여부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라며 “이제는 테크니션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논의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김병수 회장은 “반려동물보다 산업동물의 거세, 제각 등에서 불법진료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며 “수의테크니션에 의한 반려동물 불법진료 문제는 (임상수의사 분들이) 염려하시는 만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패널 토론은 해외 사례에 비추어 수의계 현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수의테크니션 제도화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의 참가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동물병원·수의테크니션 단체, 불법진료 위험성 놓고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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