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정신질환도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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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대한 대물배상은 일반 '물건'과 달라

시가 초과하는 치료비,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비,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모두 인정

사냥개 리카(라이카 종)를 키우는 보호자 A씨는 작년 10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에 달려오던 5톤 트럭의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당시 A씨 차량은 스포츠형 화물차량이었고, 리카는 적재함에 타고 있었다. 사고에 의해 차량의 적재함이 완전히 찌그러졌지만, 다행히 리카는 큰 외상없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평소 집의 대문만 열어도 차 앞으로 달려가 차 탈 준비를 했던 리카가 사고 이후, 자동차 근처에 가지도 않고 억지로 데려가면 다시 차에서 멀리 떨어지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사고 이후 리카가 하지 않던 행동을 보였다. 차에 타려고 하지 않고, 차에 탄 뒤에도 바닥을 심하게 긁거나 눈에 흰자가 보일정도로 바들바들 떨었다. 사고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리카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을 받았다.

당시 리카를 진료한 수의사는 "병력을 들어보고 환자의 행동을 보니 PTSD였다. PTSD환자의 치료는 해당 환경을 다시 겪지 못하게 치워주고,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전쟁에 나갔던 군견이나, 경찰견 등이 종종 PTSD를 겪는데, 이 경우 치료를 위해 해당업무에서 은퇴를 시킨다. 하지만 사냥개 리카의 경우 보호자 A가 리카의 은퇴를 원하지 않아, 장기간 사냥을 쉬면서 치료를 이어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리카는 PTSD 치료를 위해 상담 및 약물치료를 수개월 받았고, 리카의 치료비는 사고를 낸 트럭 운전자가 가입되어 있던 '화물공제'에서 지불했다. 화물공제 보상기준 중 '대물배상'이 적용됐다.

결국, 외상에 대한 치료비 외에 정신질환 등 행동학적 문제에 대한 치료비 역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리카의 담당 수의사는 "지금까지 대물배상으로 동물이 다친 것에 대한 치료비를 지불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행동학적 문제에 대한 치료비도 배상이 됐다는 것이 고무적" 이라고 밝혔다.

한편, 반려동물에 대한 배상은 그 시가를 넘어선 금액도 배상이 가능하고, 위자료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모든 대물 손해배상의 최고 금액은 그 물건의 시가를 넘지 않지만, 동물의 경우 대물배상이라 하더라도 시가를 초과하는 치료비까지 배상해줘야 하며,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판례가 2011년 나왔다.

2011년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신신호 판사는 이모(31.여)씨가 차에 치인 반려견 치료비 등을 지급하라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물적손해 배상이 교환가치(시가)를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반려견은 물건과 달리 소유자가 정신적 유대와 애정을 나누고 생명을 가진 동물이라는 점 등에 비춰 치료비가 교환가치보다 높게 지출됐더라도 배상하는 것이 사회 통념에 비춰 인정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대인사고가 아닌 물적 손해에는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반려견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졌을 때 소유자에게 재산 피해 외에 정신적 고통이 있음은 사고를 낸 당사자도 알 수 있다"며 보험사에게 위자료까지 지급하도록 했다.

사고에 의해 동물이 다쳤을 경우, '재물'을 훼손한 것으로 여겨 '대물배상'을 받는다.

하지만 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동시에 사람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대물배상은 단순 '물건'에 대한 대물배상과 다르다. 시가를 초과하는 치료비는 물론, 행동학적 치료에 대한 치료비, 그리고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모두 인정될 수 있다.

 

반려동물 정신질환도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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