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의 불모지` 야생동물 임상수의사, 어두운 길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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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야생동물 임상수의사 수십명 불과..대부분 동물원,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야생동물 보전과 복지 위해선 수의임상환경 및 야생동물 수의사 배출제도 정비 필요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는 것은 많은 수의사 지망생이 한 번 쯤 꿈꾸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는 길은 표지판도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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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임상수의사 활동분야별 분포

현재 국내 야생동물 임상수의사로 신고된 인원은 총 36명. 반려동물과 산업동물 수의사가 도합 4,890명인 것에 비하면 0.7%에 불과한 규모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원장급 8명과 진료수의사 28명이 전국의 동물원과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일부는 환경부 산하 종복원기술원에도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수의사회로 신고하지 않은 야생동물 임상수의사도 있고 지자체 산하 동물원에 근무하면서 공무원 수의사로 분류된 인원 등이 있지만, 인원상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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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버랜드 동물병원)

수의과대학부터 야생동물 수의사 준비할 수 있는 경로 부재

야생동물 임상 시작하고나서야 독학, 해외자문..’악전고투’

야생동물 수의사는 국내에서 이렇다 할 수련과정은 물론 접할 기회 조차 흔치 않은 상황이다.

동물원에서 진료수의사로 근무중인 A씨는 “국내 야생동물 수의사는 동물원과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크게 나뉘며 각각 수의사가 다루는 동물에 차이가 있다”면서 “동물원 수의사(zoological medicine)의 경우, 수의대생이 국내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 등 동물원에서 방학 중 실습을 나가는 것 정도”라고 밝혔다.

A씨는 “미국 등 동물원 수의학 선진국에는 관련 전문과정(specialty)이 마련되어 있는경우도 있지만 국내는 일단 동물원에 들어와서 공부를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수의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의대 위탁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근무 중인 수의사 B씨는 “야생동물 임상에 관심이 있었지만 학부생 때는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실습을 간다해도 야생동물 임상을 배울 수 있다기보단 접해볼 수 있는 경로라고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야생동물 수의사는 임상 현장에서 악전고투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동물원 진료수의사 A씨는 “해외원서를 독학하면서 동물원 수의사들끼리 자체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외부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면서 “그나마도 동물원 수의학은 국내에서는 조언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나 미국동물원수의사협회(AAZV) 자문위원들에게 이메일로 도움을 구하는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수입비용이 비싼 특정 동물의 경우 해외수의사가 직접 방문해 함께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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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버랜드 동물병원)

'동물원법' 발의를 계기로 수요창출∙제도정비∙임상수련 지원책 마련해야

해외 야생동물 수의임상 연수 프로그램도 태동

야생동물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가 야생동물 수의사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국내의 열악한 야생동물 수의환경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생동물 임상수의사의 일자리도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임상능력을 양성할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

최근 장하나 국회의원이 최초 발의한 동물원법안에 ‘(동물원)동물의 치료를 위한 시설 및 수의사 인원 등 동물 질병 관리에 관한 사항’이 동물원 설립허가조건에 포함됨에 따라, 야생동물 임상역량 향상을 위한 제도 정비나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동물원 동물의 복지향상을 위해서는 수의사 숫자나 진료설비 등 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수의임상기술 향상 지원정책 등 내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 수의과대학에 야생동물 수의임상교육과정을 재정비하여 예비수의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해외 선진 야생동물 수의전문기관에서의 수련이나 견학 프로그램이 임상능력 제고나 수의대생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외활동은 수의사나 수의대생 개인 차원에서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 같은 점에 착안, 올 겨울 국내 야생동물 임상수의사와 관심 있는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해외 야생동물 임상 연수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연수프로그램을 기획한 ‘와일드라이프코리아(wildlifekorea)’의 나미란 팀장은 “야생동물 임상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수의사 분들과 야생동물 수의사의 길을 경험해보고 싶은 수의대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야생동물 임상실습의 기회를 늘리고 국내외 교육과정 간의 상호교류를 늘려간다면, 궁극적으로 국내 야생동물의 복지를 증진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의계의 불모지` 야생동물 임상수의사, 어두운 길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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