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고기 사먹는 사람에게 산업동물 복지는 먼 얘기…˝인간과 연관시켜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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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정책포럼 동물방역복지분과위원회(위원장 김준영)가 주관한 ‘산업동물분야 동물복지 농장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가 18일(수)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 날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천명선 교수는 산업동물의 복지를 위해 ‘원헬스 개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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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사진)는 “동물에 대한 학대나 무배려가 허용되는 사회나 철학은 없었다. 동물복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는 이뤄져있다고 봐야한다”며 현실적으로 어떻게 동물복지에 접근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동물복지에 접근할 수 있을까.
  

“도시에서 고기 사먹는 사람들에게 산업동물 복지는 먼 얘기…사람과 연관시켜 생각해야”

천명선 교수는 ▲동물에 대한 학대가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가축전염병 대규모 살처분 이후 담당 공무원이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경우 등을 예로 들며 “동물에 대한 학대나 비인도적인 처우가 존재하는 곳에 인간의 고통이 존재하는 것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즉, 동물복지를 동물에 국한하여 생각하지 말고 사람과 연관시켜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동물의 복지에 대해서도 “농장에 있는 동물의 복지는 도시에서 고기 사먹는 사람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동물의 복지가 좋아질 때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복지도 상향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동물의 복지와 인간의 복지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이 있으며 인간의 건강, 동물의 복지, 환경을 하나의 큰 틀에서 바라보는 ‘원헬스’적 접근 방식이 중요하는 것.

특히, 가축(산업동물)은 인간과 다양한 경제, 문화, 질병으로 얽혀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동물 질병이 인간한테까지 전파되고 피해를 입히기 시작하면 사회적인 피해·비용이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동물복지 정책을 만들 때는 사람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서 동물까지 개념을 확장시켜야 한다.  

천명선 교수는 “현재까지의 동물복지 정책은 동물복지 수준이 나빠졌을 때 어떻게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서만 접근해왔다. 동물복지를 동물 중심에서 생각하지 않고 사람을 중심으로 얘기해 온 것”이라며 “그 개념을 동물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는 공공재…근거 마련을 위한 과학적인 연구 절실”

천명선 교수는 또한 “동물복지를 공공재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1일 투입하여 2를 뽑아내는 산업적,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동물을 중심으로 연구하여 과학적인 근거와 답을 찾아내야 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동물복지 계란을 구입하여 기분이 좋아졌다고 실제 동물복지 수준이 높아졌다고 할 수 없고, 실제 농장에서 어떤 변화를 줬을 때 동물복지 수준이 어떻게 올라가는 지 연구한 결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동물복지 연구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천명선 교수는 “국내 10개 수의과대학에 동물복지 담당전담 교수가 한 명도 없다”며 “현실적으로 연구할 인력과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어떤 연구를 어떤 돈을 가지고 어디서 해야 하는 지 다들 모른다”고 전했다.

천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내에 돼지 수가 서울시 인구 보다 많다. 산업동물을 생명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농장동물의 복지에 대한 투자,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미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이뤄져있는 상태이므로, 이제는 산업동물 복지와 생산성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자료·증거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마트에서 고기 사먹는 사람에게 산업동물 복지는 먼 얘기…˝인간과 연관시켜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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