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도 항생제 내성 문제 만연 `수의사처방 항생제 2배 이상으로`

범부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0) 발표..제도보완·인식개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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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브리핑하는 정진엽 복지부 장관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항생제 내성문제에 대한 강도높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을 적정화하기 위해 수의사처방제 항생제 성분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

정부는 11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발표했다. 내성균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지원과 감시체계를 마련하고 국민 인식 개선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내 사람과 가축의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은 선진국에 비해 높다”며 “내성균은 치료제가 없는 신종감염병처럼 공중보건에 큰 위협을 미친다”며 대책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는 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관리도 포함됐다. 사람과 동물의 항생제 내성문제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원헬스(One-Health)적 관점을 반영했다.

수의사 처방에 의한 항생제 사용비율을 늘리면서 동물과 환경에서의 내성문제 모니터링 체계를 확대하는 내용이 주 골자다.

 

임상현장서도 내성문제 체감..축산현장 관행적 항생제 투약 심각해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닭에서의 항생제 내성문제를 대표사례로 언급했다. 닭 대장균의 플루오르퀴놀론계 항생제 내성률이 80%에 육박한다는 것. 2020년까지 이를 10% 이상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같은 내성문제에는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업계 관행도 한 몫 한다.

가금수의사 A씨는 “양계장에 병아리가 들어갈 때 퀴롤론계 항생제를 투약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며 “특히 퀴놀론계 항생제는 성분간 교차내성발현이 잦아 처방에 주의해야 하지만 너무 많이 쓰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2000년 전후까지만 해도 비교적 효과를 잘 내던 퀴놀론계 항생제는 이제 내성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양돈수의사 B씨는 “항생제 사료첨가는 금지됐지만, 아직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돼지에 ‘예방적인’ 항생제 사용이 많다”고 말했다. 종돈을 분양하거나, 후보돈을 입식하거나, 봄가을 환절기 등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투약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도 내성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C씨는 “’여러 동물병원을 다녀봐도 안 나아서 왔다’는 보호자를 만나면 불안한 마음부터 든다”며 “그런 환축에서 항생제 내성검사를 해보면 이미페넴 같은 차세대 항생제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러 병원에서 항생제를 거듭 사용하다 보니 내성문제도 자연히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반려동물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페니실린계,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가 인체용의약품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의사 처방 없는 항생제 남용 줄이자` 처방대상 항생제 2배로

현재 수의사처방대상으로 지정된 항생제는 20개 성분에 그치고 있다. 사람에서도 중요도가 높은 3세대 세팔로스포린계열 등이 포함됐지만 내성문제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와 검역본부가 공동발간한 ‘2015년도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에 따르면 2015년 판매된 동물용 항생제 909톤 중 수의사 처방용은 10%에도 못 미쳤다(약75톤). 나머지는 자가치료 및 예방용으로 사용됐다.

양돈수의사 D씨는 “축산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아목시실린, 플로르페니콜 등은 처방대상에서 제외돼 농장주의 자가진료형태로 투약되면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처방대상 항생제 성분을 40개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과 사람에서 함께 사용되는 항생제 중에서 사람의 내성문제가 심각하거나 세계적으로 위험성이 지적되는 성분을 우선적으로 처방제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성분확대를 검토할 TF팀을 구성했다”며 “올해 안으로 중간단계 성분 확대지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처방대상 항생제 유통관리 강화..내성 감시체계 확대도

처방성분의 종류를 늘리기에 앞서 처방제 준수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한국양돈수의사회가 ‘항생제 내성’을 주제로 마련한 정책포럼에서도 “동물용의약품도매상과 처방전발급전문 수의사가 결탁해 수의사처방제 포함 항생제도 여전히 자가진료형태로 공급되고 있다”고 지적이 거듭됐다.

D양돈수의사는 “(처방대상 항생제를) 직접 진료하고 처방하려는 일선 동물병원은 오히려 농장으로부터 외면 받는게 현실”이라며 “처방제를 지키는 환경이 먼저 마련되지 않으면 성분을 늘려봤자 별 효과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항생제를 포함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 발급이나 진료사용, 판매내역을 전산시스템에 기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모든 처방대상 약품의 사용내역을 전산으로 관리한다면, 편법으로 처방전을 대량 발급하는 도매상 등을 보다 쉽게 적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항생제 잔류검사 프로그램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식육과 식용란에서 시행 중인 프로그램을 원유와 수산물로도 확대키로 한 것.

이에 더해 반려동물과 환경에서의 항생제 내성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사업 도입도 검토한다.

 

수의사부터 항생제 사용 돌아봐야 지적도..동물 소유자 인식개선도 절실

A 가금수의사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으면 덮어놓고 싫어하는 농장주들의 의식도, 이를 설득하지 못하는 수의사들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항생제 사용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백신과 면역촉진제, 효소제 등과 차단방역, 축사환경개선을 다각적으로 적용해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일에 수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본인이 항생제를 줄이는 형태로 컨설팅 중인 농장들도 처음에는 설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E씨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증상이 좀 나아졌다 싶으면 처방한 항생제를 마음대로 중단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이 같은 양상도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언론이 함께 참여하는 ‘항생제 바로쓰기 운동본부’를 출범해 인식개선을 위한 범국가적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농축수산 분야 항생제 사용지침을 개발하는 한편, 의사와 수의사의 양성 및 보수교육에 항생제 내성을 포함한 감염관리 분야를 필수교육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동물에도 항생제 내성 문제 만연 `수의사처방 항생제 2배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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