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진드기 신약 `엑졸트` 국내 시판..친환경 농가는 `그림의 떡`

한국엠에스디동물약품㈜ 런칭 세미나..간편한 음수투약에 달걀 휴약기간 ‘0일’ 강조


1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닭진드기 구충제 신약 엑졸트(Exzolt)가 국내 시판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 원인인 닭진드기 문제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지만, 산란계 농가의 절반이 넘는 친환경인증 농가에서의 사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엠에스디동물약품㈜는 26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엑졸트 런칭 세미나를 열고 “폭염 속에 닭진드기로 신음하는 양계농가에 엑졸트가 속시원한 해결책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80727 exzolt2

간편한 음수투약으로 진드기 사멸..달걀에서 휴약기간 ‘0일’

닭진드기는 유충에서 제1약충, 제2약충을 거쳐 성충으로 자란다.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알에서 태어나 7일 내외면 다 자라 알을 낳을 수 있다.

1쌍의 진드기가 12주만에 수십만에서 수억마리에 이르는 진드기로 불어날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폭발적이다.

엑졸트는 닭진드기 성장과정 중 흡혈을 하는 제1,2약충과 성충에 효과를 보인다. 물에 타서 먹인 플루랄라너(fluralaner) 성분이 닭의 전신에 분포하다가, 닭진드기가 흡혈하면 노출돼 사멸효과를 나타낸다.

김영인 엠에스디 기술지원수의사는 “음수형 제제라 닭이나 작업자들에게 스트레스 없이 투약할 수 있다”며 “달걀에서 휴약기간이 0일이라, 권장용법에 따라 산란 중인 닭에 투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동일 성분의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구충제 ‘브라벡토’를 통해 널리 알려진 만큼 엑졸트의 닭진드기 사멸효과는 탁월하다. 닭진드기 신경계의 GABA 신경전달물질과 염소채널을 차단해 폐사를 유발한다.

실험실적으로는 사멸효과가 100%다. 이날 소개한 국내 양계장에서의 임상시험에 따르면, 투약 3일차부터는 성충이 대부분 사라지고, 10일차부터는 아예 진드기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사멸된다.

권장용법은 7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0.5mg/kg을 음수 투약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15일간 닭진드기 사멸효과가 유지된다.

이는 닭진드기 생활사 2회분에 해당되는 기간으로, 흡혈하는 닭진드기를 죽이면서 추가 번식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영인 수의사는 “1회차 투약만으로도 군락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억제되지만, 2회차 투약을 반드시 실시해야 닭진드기를 사멸할 수 있다”며 “7일째에 2회차 투약을 진행해야 중간에 사멸효과가 떨어지는 기간 없이 약효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닭에게 권장용량을 투약할 수 있도록 산란계 일령에 따른 체중을 고려해 희석하고, 계사의 음수공급경로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엑졸트를 사용해 완전히 사멸한 후에는, 닭진드기 추가 유입이 없도록 계사에 출입하는 농장 근로자나 외부 용역(백신팀, 세척팀 등)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닭진드기 문제와 엑졸트 해법을 소개한 김영인 수의사
닭진드기 문제와 엑졸트 해법을 소개한 김영인 수의사

이례적 조기 도입했지만..산란계 60% 넘는 친환경농가에서는 그림의 떡

엑졸트는 지난달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고 이달초부터 곧장 판매에 돌입했다.

이날 만난 한 가금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정부로서도 닭진드기 문제 해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도 높다. 2kg 산란계 기준 두당 300원이라는 적지 않은 단가에도 불구하고, 시판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150만두분 이상이 공급됐다.

또다른 업계 가금수의사는 “계란값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가격대의 제품이지만, 닭진드기 문제가 심각한 농장이라면 제안해볼 만 하다”면서 “산란율 개선은 물론 농가가 걱정하는 티푸스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약 효과는 일반 산란계 농가에만 적용되는 얘기다. 정부가 6월 “친환경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는 엑졸트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친환경인증을 포기하는 산란계 농장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전체 산란계 농가의 절반 이상이 아직 친환경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엠에스디 관계자는 “엑졸트는 의약외품 살충제나 농약이 아닌 동물용의약품 구충제”라며 “(엑졸트 사용금지는) 구충제 사용을 허용한 친환경 인증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행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요령]은 ‘가축의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한 구충제’ 사용은 허용하되, 휴약기간의 2배의 시간이 경과한 후 친환경 축산물로 출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엠에스디 측은 구충제인 엑졸트가 이 조항해 해당되며, 계란에서 휴약기간이 0일이라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이날 런칭세미나에 참가한 농가와 약품유통업계에서도 친환경인증 농가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엠에스디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친환경 농가에서도 수의사처방에 따라 엑졸트를 투약하고 있다”며 “농식품부, 농관원 등과 협의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닭진드기 신약 `엑졸트` 국내 시판..친환경 농가는 `그림의 떡`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