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작은데 규제장벽은 높다’ 동물약품 인허가 규제완화 한 목소리

대한수의사회·글로벌 동물약품 제조사 ‘동물의료산업발전협의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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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가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기업 한국지사들과 동물의료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약품의 원활한 공급 등 동물의료산업 관련 발전 의제를 설정하고, 규제 개선을 위한 의견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준비모임을 거쳐 20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는 동물약품 인허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모인 업체 대표자들은 검역본부 규제 허들이 너무 높아졌다고 성토했다. 해외에서 이미 출시돼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약품에도 과도한 인허가 자료를 요구하고, 의약외품에는 사료제품도 쓰는 효능 표현조차 쓰기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시장은 작은데 규제장벽이 높다 보니 해외에서 쓰는 약품도 한국에 들어오기 어렵다. 동물병원과 환축 모두에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은 작은데 규제장벽은 높다

해외에 출시된 신약도 들어오기 어려워

사료는 과대광고, 의약외품은 과대규제?

A기업 대표는 “제약사는 좋은 제품을 동물병원에 공급하길 원하지만 여의치 않다”면서 “검역본부의 인허가 관리는 예전보다 더 엄격해졌다. 물론 해외에서 출시된 제품이라는 레퍼런스만으로 허가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료 요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본사에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로 (자료 요구가) 과학적 측면에서 적절한지 의문인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B기업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이미 판매되는 제품이라면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며 “조건부 허가를 내어주고, 조건부 기간 동안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형태의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 진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는데도, 수의사들에게 무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지목됐다.

C기업 이사는 “현행 국내 규정은 해외에서 허가·출시가 완료되어야만 인허가 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미 해외에서 쓰는 신약을 국내에 들여오려면 3~5년 이상의 시차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규제 수준은 높아졌는데 시장 규모는 작다는 점도 한계다. 인허가 조건이 까다로워 관련 실험 등에 투입해야 할 비용이 크더라도 시장만 있다면 출시가 가능하지만, 한국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 없는 약이 필요한 수의사들은 번거로운 무환수입 절차를 이용하거나, 보따리상인이나 지인을 통한 음성적인 루트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의약외품 인허가 관리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는 한편,
사료로 등록된 제품의 허위과대광고 문제도 여전하다.
의약외품 관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규제 실익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물용의약외품 문제도 거론됐다. 규정은 예전과 동일한데 당국의 해석이 엄격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영양제 분야가 대표적이다.

C기업 이사는 “사료와 의약외품 영역이 겹치는 반려동물 영양보조제 분야에는 굉장한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동물용의약외품이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의약품 등록절차처럼 까다로운 자료를 요구하다 보니, 오히려 사실상 별다른 증빙 없이도 해당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료 쪽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이다.

사료로 등록된 제품이 ‘뿌옇던 눈이 다시 까매진다’는 허위과대광고를 벌이는데도 별다른 관리가 없는 반면, 의약외품에서는 규제가 너무 심해져서 문제인 셈이다.

 

희귀약품 공급체계 만들고 조건부 인허가에 연계하자’

인허가 조정 역할 담당할 전문가위원회 제안도

그렇다고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해야 할 인허가 절차를 졸속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이날 협의회는 사람의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모델로 한 조건부 인허가 체계 필요성을 논의했다.

국내 시장이 작아 정식 인허가 절차를 거치기엔 경제성이 없는 약품을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희귀약품센터를 만들고, 센터에서 공급한 의약품을 사용하는 동물병원에서 임상 데이터를 생산하자는 구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난치질환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동물질병에 사용할 약품이라면 완화된 절차로 조건부 승인을 내어주고, 조건부 기간 동안 효력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하는 orphan drug 개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가령 동물용 항암제의 경우 국내에서는 무환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기대 시장은 작은데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국내 출시를 추진할 요인이 없다.

C기업 대표는 “동물 암환자와 그 보호자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암 치료를 위해서라면 사람처럼 간소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기업 대표는 “희귀약품 공급이나 조건부 허가 측면에서 수의사회의 요청이 있다면 당국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검역본부의 인허가 절차에서 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민관 합동 전문가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검역본부 내부에서조차 한 쪽 부서에서는 필요하니 빨리 들여와 달라고 요청하고, 반대쪽에서는 수십여종의 데이터를 요구하는 등 교통정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B기업 이사는 “해외에서는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인허가 과정을 과학적 시각에서 조정하고 있다”며 “이런 위원회가 있다면 검역본부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협의회는 우선 동물약품 인허가 관련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향후 실무자 단위 논의에서는 검역본부와 함께 하는 형태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은 작은데 규제장벽은 높다’ 동물약품 인허가 규제완화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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